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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수원의 봄

 

과수원의 봄

 

 

과수원에 사과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습니다. 사과꽃도 솎아주어야 하고....못자리도 해야하고......옆마을에 들어서려고 하는 양계장 반대 때문에 군수님 면담도 해야하고....에구구. 논도 써레질을 해야 하고...할일이 태산인데 마음만 바빠서 신랑은 이리 뛰고 저리 뛰고....분신술을 부리는 손오공이 부럽다며 오늘도 추운 날씨에 꽁꽁 숨어서 나오지 않는 벌들을 대신해서 인공수분기를 들고 과수원으로 뛰어갑니다. 드디어 바쁜 농사철이 돌아온겁니다. 그것을 요즘 저희 가족은 온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지금은 모든일에 촉각을 세우고 빠짐없이 챙겨야 합니다. 자칫 시기를 놓치며 가을걷이에 문제가 생기니까요. 어른들이 바쁜덕에 시원이와 채원이는 눈치껏 할 일을 찾아 엄마, 아빠를 도와주고 있습니다. 고마운 일이지요.

 

우리집에 식구가 한명 늘었습니다. 신랑이 옆동네 사시는 형님께 부탁해서 진돗개 새끼를 한 마리 얻어왔습니다. 태어난지 3개월되었다고 하기에 저는 몸집이 작은 귀여운 놈 일 줄 알았는데 웬걸 차에서 내리는걸 보니 몸집은 큰개만하더군요. 그런데 이녀석이 아주 재미있는 놈입니다. 몸은 어른개인데 하는짓은 완전히 강아지여서....처음에는 저도 적응이 안되더라구요. 또 숫놈인데 애교가 어찌나 많은지....우리 식구들만 보면 좋아서 그 큰몸으로 드러누워 어쩔줄을 모릅니다.

 

그런데 이녀석이 나쁜 버릇이 하나 있습니다. 그건 바로 집을 뒤집어 놓는 것입니다. 이유를 알 수 없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집을 뒤집어 놓는덕에 피곤해 진 건 우리 식구들입니다.


뒤집어놓은 집을 볼때마다 이녀석이 우리식구들의 인내심을 시험하나 하는 엄한 생각이 들기도합니다. 집이 정이 안들어서 그런가 하고 꽃그림이 산뜻하게 들어간 이불도 깔아주었는데 소용이 없더라구요. 이유가 뭘까요? 그것이 궁금합니다.

 

감자싹이 제법 올라왔습니다. 작년에는 땅강아지가 구멍을 숭숭 뚫어놔서 감자농사가 영 시원찮았는데 올해는 주위분들 충고대로 약도 미리 뿌려놓고 거름도 넉넉히 했으니....작년보다는 소출이 낫겠죠. 과수원으로 올라가는 길에 취랑 쑥이 파릇파릇 돋아있는데 눈으로만 확인하고 사과꽃따러 그냥 올라갔습니다. 두릅도 저번주에 따온뒤로는 바빠서 따지 못했네요. 산에 있는 두릅도 어제보니 딸 시기를 넘긴것 같았습니다. 시기를 놓치면 먹지 못하는 나물들이 그득한데....바빠서....아쉽네요. 오늘 동네 어르신께 고추를 언제쯤 심는게 좋으냐고 여쭈었더니 5월 중순쯤하라고 하시네요. 농사일엔 시기가 중요합니다. 하긴 세상사는일은 뭐든지 시기가 중요가 중요한것 같습니다. 가끔 다음에 하지뭐 하고 무심히 넘겼던 일들이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니까요.

 

작년 한해는 열심히 살자라는 계획을 세워서 정말 열심히 살았던것 같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여유를 갖자로 계획을 잡았습니다. 그런데 바쁜 시기이다 보니 여유보다는 열심히 쪽으로 자꾸 생활이 흘러 갑니다. 그래서 새해 계획을 다시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아 보려고 합니다. 올해도 벌써 4개월이 흘렀지만 남은 8개월을 어떻게 보낼지, 어떤 마음으로 보낼지 다시 생각해볼 시기인것 같습니다. 부디 건강하고 행복한 봄날 되시길 기원합니다.

 

글 정희진 (익산참여연대 회원)


* 이 글은 참여와자치 소식지 2012년 5월호 정희진의 농촌이야기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