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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소리없이 다가오고



봄은 소리없이 다가오고   


며칠전까지만해도 춥다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살았는데....살갗으로 느껴지는 바람이 하루가 다릅니다. 들에도 동네사람들이 나와 일을 하고 있습니다. 다시 농사철이 다가온거죠. 하루종일 내리쬐는 햇살이 눈부시게 밝습니다. 봄은 어느새 그렇게 우리곁에 와 있네요.



시골에서는 요즘이 일년 농사계획을 세우는 시기입니다. 도지 거래나 땅을 팔고 사는 일이 보통 겨울철에 주로 이루어지고 죽은 사과나무를 캐내고 다시 심을 준비를 하는 시기가 요즘입니다. 유난히 추웠던 겨울이어서 나무가 얼어죽을까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얼어죽은 나무는 별로 없는것 같습니다. 다만 맷돼지가 산쪽에 있는 밭을 다 헤집어 놓아 일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땅속에 있는 지렁이를 잡아먹으려고 땅을 판다는데 꽁꽁 언땅을 그렇게 해놓은걸 보면 힘이 장사입니다. 새순이 나오면 고라니와도 전쟁을 해야합니다. 고라니가 새순만 따먹어서 나뭇가지가 말라버리거든요.
올해는 제작년에 심은 사과나무에 처음으로 사과를 달아보려고 합니다. 많이는 아니구요.
종류는 홍로인데 주로 추석때 소비되는 사과입니다. 올해는 추석이 빨라서 추석때 출하가 힘들수도 있지만 처음이라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일도 많아지겠지요. 또 논농사 도지도 작년보다 많이 지을것 같습니다. 그럼 그만큼 더 일도 많아지겠지요. 그래서 우리식구들 올해 계획은 무조건 열심히 살자입니다. 저희 부부도, 아이들도 모두 그러기로 했습니다.



퇴비를 뿌리다보니 밭에는 파릇파릇 풀들이 올라오더라고요. 냉이도 있는것 같고요. 자연의 생명력은 정말 놀랍습니다. 구제역 때문에 지하수가 오염되었다고 연일 방송에 나오던데....다행히 저희쪽은 그런 피해는 없습니다. 그런 방송을 보면 분통보다는 무섭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대책을 세우지 않고 진행되는 사업의 피해는 어차피 사람에게 그대로 돌아올텐데...내가 아니어도 누군가는 그 피해를 그대로 돌려받을텐데 하는 생각때문이지요. 자연은 우리가 관리하는 만큼 돌려주는 것 같습니다. 놀라운 생명력을 지녔지만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순식간에 파괴되는것도 자연이니까요.
베란다 앞에 핀 꽃(?)입니다. 온통 시멘트뿐인데 그속에 뿌리를 내리고 핀 꽃나무입니다. 그생명력이 정말 놀랍습니다.



주말에 아이들과 과수원일을 했습니다. 사과나무에 퇴비주고 볏짚 깔아주는 일이었는데 솔직히 저는 놀랬습니다. 20kg나 되는 퇴비를 수레에 실어 나르는 것부터 나무주위에 뿌려주는 일이 어른인 저도 만만치 않은일인데 시원이와 채원이가 나만큼 잘하더라구요. 내년에는 나보다 잘할 것같은 예감이 듭니다. 시원이 동네 친구인 상우가 놀러왔다가 일을 도와주고 갔습니다. 이 녀석도 만만치 않은 일꾼이었습니다. 덕분에 퇴비는 다 뿌렸습니다.
일을하다 잠깐 쉬는 시간에 퇴비푸대에 기대어 앉은 시원이가 구름을 보면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엄마, 세상이 다 평화로운것 같아, 천국이 따로 없네, 아이들은 소리없이 다가오는 봄처럼 불쑥 커가고 있습니다. 다음주는 볏짚 깔아주는 일이 남았는데 또 아이들과 같이 해야겠습니다. 온몸이 뻐근하고 쑤시지만 또 하나를 마무리한 주말이었습니다. 시골에서는 노동력이 곧 경쟁력임을 온몸으로 느끼는 하루였습니다.


글 정희진 (익산참여연대 회원)

* 참여와자치 52호-3월 소식지 정희진의 농촌이야기(6) 실린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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