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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활동/사업소식

[칼럼] 위험을 달고 사는 사회

 



위험을 달고 사는 사회



266명이 사망하고 15명 이상이 심각한 폐손상을 입었다.

소위 가습기살균제 사건이다. 한동안 가습기가 유행이었다. 각 병동에는 물론, 가정마다 1대씩은 구비했다. 특히 임산부나 어린아이가 있는 경우는 더 그랬다. 다들 건강을 생각해서인데, 역설적이게도 그로인해 심각한 피해를 당한 것이다.



2010부터 판매중지가 이뤄진 2011년까지 판매된 가습기살균제는 어림잡아도 20종에 700만개 이상으로 그 긴 시간에 도처에서 접하는 환경이라면 국민 누구라도 피해갈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좁은 공간에서 집중적으로 노출된 소아와 임산부가 다수의 피해자가 되었다.

2002년부터 감기 비슷한 증상으로 시작되어 폐가 굳어가는 원인불명의 폐질환자가 나타나기 시작해서 2007-8년에는 원인미상의 소아폐렴환자 사례 30건이 소아학회에 발표되지만 조사는 없었다.
2011년에는 중증폐렴임산부가 급증하는 것을 이상히 여긴 서울 아산병원 측의 신고로 질병관리본부가 역학조사를 통해 가습기살균제의 위해성을 확인하기에 이른다. 이미 249명이 사망하고 1,500여명이 심각한 피해를 입은 상태였다. 하지만 당국의 대응은 제품 6종을 수거하고 판매중지 조치를 내리지만 기업에 대한 처벌은 수백에서 수천만 원의 과징금이 전부였다



기업들은 사과와 대책도 없이 오히려 역학조사가 잘못되었다며 자체실험을 실시하는 등 사건을 덮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여론이 악화되고 올해 들어 검찰에 전담수사팀이 만들어져 검찰소환을 앞둔 기업들은 그제 서야 사과하는 모양새를 취하는데, 이마저도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옥시측은 가습기 살균제와 폐질환은 연관성이 없다거나, 자체 실험결과 봄철황사가 원인이라는 등 상식 밖의 대응으로 비난을 자초했다.



이번 사건을 두고서 육지에서의 세월호라고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오랜 시간동안 국민을 위험에 방치한 것도 모자라 피해자에 대한 대책도 없고, 조사는 물론 책임도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살균제의 주성분에 대해 환경부는 유독물에 해당이 안 된다고 하고, 산업통상자원부는 세정제로 인증을 해줘놓고도 세정제가 아니라 관리할 법적근거가 없다는 식이다. 보건복지부의 질병관리본부는 역학조사를 너무 늦게 실시하였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공산품이라며 방치하다가 뒤늦게 의약외품으로 등록하였다, 국회는 2013년 상정된 피해자구제를 위한 법률을 방치했다. 검찰은 피해자들의 고발을 미루면서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이다.

유해물질의 원천 차단은 물론, 이윤추구를 위해 국민의 건강을 희생시키는 기업들의 무차별적 행위를 관리. 감독해야 할 정부의 행위가 어디에도 보이지 않은 총체적 난맥상을 보인 것이다.



시민단체와 피해자 대책위는 검찰고발과 손배소송을 진행하면서 옥시제품 불매운동에 나섰다. 가장 문제가 된 옥시회사의 대표상품으로는 옥시싹싹가습기당번은 물론 이름만 들어도 금방 알 수 있는 물먹는 하마, 데톨, 옥시크린, 오투 액션 등이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고사하고 자신의 잘못조차 회피하며 왜곡하는 기업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특히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관한 거라면 더욱 엄격해야 한다. 겨우 과징금 수천만 원으로 면죄부를 주는 식으로는 문제만 되풀이 될 뿐이다. 우리에겐 아직 없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하루빨리 도입해야 한다.



우연히 살아남은 우리들.

강남역 여성피살사건의 피해자를 추모하며, 이 땅의 여성들이 우리 사회에 경고하는 메시지다.
사회가 발전하고 생활수준은 높아진다고 하지만, 최근의 상황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발전과 수준의 혜택이 일부에 국한되고 다수는 층층이 쌓이는 위험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공정치 못한 사회에서 정당한 일거리와 문화로부터 밀려난 이들이 절대 다수를 이루는 사회에서 사는 우리도 결국 미래의 피해자라는 점이다.



위험을 달고 사는 우리는 잠재적 피해자다.



가습기살균제가 임산부와 소아에 집중적으로 피해를 안긴 상황을 보면 태어나면서부터 위험은 시작된다.

조사대상국 180개 나라 중 173위라는 한국의 미세먼지 상황은 심각한 수준으로 오죽하면 미항공우주국 NASA가 비행기 3대를 띄워가며 집중조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화력발전소와 경유자동차는 물론 하다못해 고등어 구워먹는 것도 미세먼지의 원인이라 발표했다 취소하는 해프닝도 있었는데. 원인규명도 다 못하고 땜질처방식이다.
미세먼지를 피할 수 없다면 매순간의 호흡이 병을 키워간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공기만이 아니다. 먹는 것도 위험수위다. GMO라고 유전자조작식품이 유통되고 있으나 소비자정보는 부족하여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자동차중심의 도로에서 세계최고수준의 교통사고를 당할 위험도 상존한다. 사교육과 입시경쟁의 부담으로 자살의 유혹을 잘 견뎌야 하고 세월호 같은 참사도 피해야 한다.

구의역 승강기수리도중 사고를 당한 김군의 경우처럼 피해를 당하고도 본인 과실이라는 억울함까지 뒤집어 써야할 지도 모른다. 취업도 나름이라 비정규직과 알바가 지천인 상황에서 위험은 더욱 가속화된다.
산사태나 장마, 지하철공사장이 무너지거나 불산가스 같은 유독물질이 유출되는 경우도 종종 겪어야 한다.
자식들 다 키우고 쉴만한 나이가 되어도 쉴 수 없다. 복지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조건에서 70대 고령에도 취업률은 세계 최고수준일 정도로 일을 해야 한다.
한국사회에서 무탈하게 일생을 산다는 것은 정말 기적일지도 모른다. 운이 좋거나,



익산은 어떨까?

위험을 달고 사는 사회에서 여러분은 안녕하십니까?

 


글 이영훈 (익산참여연대 전 대표, 우리들치과 원장)

 


- 이 글은 익산참여연대 소식지 참여와자치 75호 칼럼글에 실린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