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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통일이야기 - 미국의 중국 견제와 싸드


 미국의 중국 견제와 싸드


  싸드 배치 문제로 나라가 어수선하다. 싸드는 THAAD의 한글 표기로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를 줄인 말이다. 상대방의 미사일이 높이 치솟았다 떨어지는 마지막 단계에서 (terminal) 높은 곳의 (high altitude) 지역을 방어한다 (area defense)는 뜻을 지니고 있다. 미국이 1980년대에 소련의 미사일을 우주에서 요격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추진하다 2000년대부터는 주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한 미사일방어망의 일환이다.

  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로부터 남한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싸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억지요 궤변이다. 남북 사이에 전쟁이 터지더라도 북한이 100km 이상 높이 올라가 1,000km 이상 멀리 날아가는 중거리 미사일을 쏠 필요가 있겠는가. 함경북도 북쪽 끝에서 전라남도 남쪽 끝을 목표로 하는 게 아니라면, 300-500km 단거리 미사일로도 경상도와 전라도를 포함한 남한 전역을 때릴 수 있기 때문에 ‘높은 고도’로 날아오지 않고 ‘낮은 고도’로 날아올 것이다. 남한 인구의 거의 절반이 살고 있는 수도권 지역은 단거리 미사일도 필요 없이 50-60km 날아가는 장거리 대포만으로 불바다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싸드는 북한의 미사일로부터 남한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도 어렵고 그럴 목적도 아니라는 뜻이다.



  싸드는 분명히 미국의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것이다. 2010년대 미국 대외정책의 핵심은 ‘아시아로의 회귀 (Pivot to Asia)’ 또는 ‘아시아 재균형 (Asia Rebalancing)’ 정책이다. 중국이 1970년대 말부터 개혁개방을 시작해 2010년대까지 30년 이상 매년 10% 안팎의 고도성장을 하면서 미국에 맞설 수 있는 ‘세력 균형 (balance of power)’을 이루려 하자, 미국이 아시아로 ‘되돌아와 (pivot)’ 중국을 ‘다시’ 제압하는 ‘세력 재균형 (rebalance of power)’을 이루겠다는 내용이다. 서서히 쇠퇴하는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이 급속하게 떠오르며 패권을 넘보려는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하기 위한 정책이란 말이다.



  실제로 중국은 해양 전력을 본격적으로 증강시키며 대만해협을 포함한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미국의 개입을 무력화하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중국과 가까운 바다에서는 미국함대의 접근을 막고, 조금 더 먼 바다에서는 미국함대의 작전을 방해하겠다는 것으로, ‘개입반대 및 지역거부 (反介入/区域拒止, Anti-Access and Area-Denial)’ 전략이다. 2013년 동중국해 상공에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고, 2014년부터 남중국해 난사군도 주변에 인공섬을 건설했던 배경이다.



  그러자 미국은 중국의 도전을 물리치고 패권을 지키기 위한 ‘새로운 전략지침’과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만들었다. 아시아 동맹국들과 합동작전을 수행하고, 잠수함을 통한 해저 능력을 유지하며, 새로운 스텔스폭격기를 개발하고, 미사일 방어 능력을 개선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이에 따라 일본, 남한, 필리핀, 호주 등과는 군사 동맹을 강화하며, 베트남,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인도 등과는 군사 협력을 강화해왔다. 경제적으로는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 (TPP)을 추진해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이 중화경제권에 흡수되는 것을 막고, 군사적으로는 전체 군사력의 60%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배치하기로 했다. 결국 일본의 무력 증강 및 해외 파병을 위한 헌법 개정을 부추기고, 한일 간의 협력을 유도하며, 남한에 싸드를 배치해 주한미군을 강화하려는 것도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하기 위한 ‘아시아 재균형’정책의 일환인 것이다.



  여기서 싸드가 공격용이 아니라 방어용이라도 문제가 되는 것은 싸드의 일부분인 레이더 때문이다. 레이더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인체에 얼마나 해로운지 따지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안보를 위해 꼭 필요하다면 인체에 해롭더라도 경비를 좀 더 들여 사람이 살지 않는 적절한 곳을 찾아 배치하면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레이더의 탐지 거리에 있다.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따라 가까이는 1,000km에서 멀리는 2,000km까지 탐지할 수 있다고 한다. 성주나 김천에서 서해 건너 또는 백두산 너머의 중국 동북부 미사일기지까지는 대부분 1,000km 이내이고, 두만강과 동해 건너 러시아 극동지역은 1,000km 남짓이다. 방어를 빌미로 레이더를 통해 중국이나 러시아의 군사지역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중국뿐만 아니라 러시아까지 거세게 반발하는 이유다.



  이러한 싸드를 남한에 배치한다면 적어도 세 가지 심각한 폐해를 예상할 수 있다.

  첫째, 중국이 무역이나 관광 분야에서 제재를 가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은 2004년부터 미국을 제치고 남한의 제1 무역상대국이 되었다. 2009년부터는 중국과의 무역량이 미국과의 무역량보다 두 배 이상 많아졌다. 구체적으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최근 3년간 한.중 교역액은 연 평균 2,306억 달러로 한.미 교역액 1,110억 달러나 한.일 교역액 841억 달러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3년간 연평균 무역흑자는 중국으로부터 550억 달러, 미국으로부터 238억 달러, 일본으로부터 -224억 달러를 기록했으니 그 비중의 차이는 더 크다. 더 중요한 것은 최근 3년간 우리나라 연평균 무역흑자 605억 달러의 무려 91%가 중국에서 왔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쉽게 느낄 수 있는 관광 분야에서도 비슷하다. 서울이나 제주 등에서 마주치는 외국인 관광객의 거의 절반이 중국인들 아닌가.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15년 외국인 관광객 1,323만 명 가운데 598만 명이 중국에서 왔다. 45%가 넘는다. 이렇게 중국을 통해 먹고사는 마당에 싸드 때문에 제재나 보복을 당한다면 어떻게 될지 짐작해보기 바란다.



  둘째, 만에 하나 미국과 중국 사이에 무력충돌이 빚어진다면 남한이 애꿎게 불바다가 될 수 있다. 두 나라가 머지않아 세계 패권을 놓고 전면전을 벌일 가능성은 거의 없겠지만, 요즘 갈등과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남중국해나 동중국해 근처에서 무력충돌을 빚을 가능성은 적지 않다. 그럴 경우 중국이 가장 먼저 미사일로 공격하게 될 대상 가운데 하나는 중국에서 가장 가까이 싸드가 배치된 곳 아니겠는가.



  셋째, 설사 두 강대국 사이의 갈등과 분쟁에 따른 불똥이 직접 남한으로 튀지 않더라도 남한과 중국의 관계 및 남한과 러시아의 관계가 악화할 게 뻔하다. 이미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듯 미국-일본-남한이 한 편이 되고, 중국-러시아-북한이 다른 편이 되어 한반도를 중심으로 새로운 냉전체제가 들어설 수도 있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이 더 멀어지게 될 것이란 말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해결 방안은 다양하다. 가장 바람직하고 이루기 쉬운 방안은 전쟁을 완전히 끝내고 평화협정을 맺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하루아침에 핵무기를 폐기하고 주한미군이 당장 철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할 만큼 어렵다. 따라서 북한은 자신의 안보를 위해 당분간 핵무기를 보유하되 더 이상 개발하지 않고, 미국 역시 자신의 국익과 남한의 안보를 위해 당분간 주한미군을 유지하되 더 이상 군비증강과 훈련강화를 하지 않기로 하면서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되지 않겠는가. 나아가 5년이든 10년이든 서로 간에 신뢰가 쌓이고 교류와 협력이 증진되면 북한의 핵무기 완전 폐기와 주한미군의 완전 철수를 협상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절실하게 필요한 게 남한의 정치력과 외교력이다. 미국을 추종하며 분단 고착을 통해 기득권을 지키려는 정권보다, 미국을 설득하며 자주성을 갖고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추구할 수 있는 정권이 들어서야 한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김대중 정부는 미국이 북한을 적대시하며 폭격하려하자 젖 먹던 힘까지 발휘해 미국을 설득해 협상하도록 만들었다. 이명박 정부는 미국이 북한과 협상하려 하자 이에 반대하며 북한에 대한 제제와 봉쇄를 강화하도록 부추겼다. 결국 남한 국민의 현명한 선택이 최상의 해결책이란 뜻이다.

 * 이 글은 ≪녹색평론≫ 2016년 9-10월호에 실은 원고를 요약한 것이다.

 


글 이재봉 (원광대학교 정치외교학 교수, 익산참여연대 고문)

 

- 이글은 참여연대 소식지 참여와자치 76호 평화통일이야기(3)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