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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딸의 딸

 


나의 딸의 딸



저자소개 : 최인호

최인호는 1970년대 청년 문화의 중심에 선 작가다. 세련된 문체로 ‘도시 문학’의 지평을 넓히며 그 가능성을 탐색한 그는 황석영, 조세희와는 또 다른 측면에서 1970년대를 자신의 연대로 평정했다. ‘최연소 신춘문예 당선’, ‘최연소 신문 연재 소설가’, ‘작품이 가장 많이 영화화된 작가’, ‘책 표지에 사진이 실린 최초의 작가’라는 타이틀 을 가지고 있으며, 암 투병 중에 병세가 악화되어 2013년 9월 25일 오후7시 10분에 향년 68세로 사망하였다.



그림 : 최다혜

1972년 최인호의 딸로 태어났다. 서울예고와 이화여대 서양화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Eastern Michigan University, College of Arts and Sciences에서 석사학위 Master of Fine Art, M.F.A를 받았다. 국내는 물론 미국과 중국에서 여러 차례 전시회를 연바 있으며 현재 화가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어느새 성장해버린 큰 딸의 17해 생일 촛불을 끄며 떠오른 서적이 있는데 지금은 고인이 되어버린 작가 최인호님의 나의 딸의 딸이라는 유고 작이며 큰 딸인 최다혜씨의 그림과 정리로 세상에 나오게 된 서적입니다.



  작가가 40년간 기록한 딸의 성장 과정 속에서 딸을 향한 애틋한 부성애를 느낄 수 있고 성장과정을 세세하게 기록한 글이며 작가의 임종 전까지 다혜씨가 낳은 딸 즉 작가의 손녀에 대한 사랑도 구구 절절히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한 투병중인 작가의 무너져 내리는 마음을 신에게 갈구하는 모습도 눈에 선하게 그려집니다.



  책 내용 중 현재 저의 딸과 비슷한 시기에 기록한 글을 옮겨보겠습니다. 128페이지 상단 글 “딸아이는 가슴속에 많은 비밀의 엽서들을 홀로 간직하고 홀로 묻어두고 때로는 침대 위에서 울고 슬퍼 할 것입니다. 어찌키뿐이겠는가. 딸아이를 고민케 하고 슬프게 하는 혼자만의 비밀이 어찌키뿐이겠는가.”



  작가의 생각 또는 사춘기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저 또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떠오르는 기억을 적고 져 합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진학한 딸아이의 등굣길을 3년간 같이 하였는데 차량의 문을 열고 내리는 딸아이에게 하는 말이 있었습니다. “사랑해” “재미있게 놀다와”라고 그러나 돌아오는 건 “응”이라는 대답과 휑한 바람이었습니다.



  아빠의 입장에서 서운할 수 있으나 한창 사춘기를 겪는 딸을 말없이 지켜보고만 있었는데 3학년의 학창시절이 끝나가는 겨울의 길목에서 문을 열고 내리더니 “나 두 사랑해” 라는 말을 던지며 추운 바람 속으로 등굣길을 재촉하고 있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벅차오르는 기쁨을 어찌 글이나 말로써 표현할 수 있을까요?
사춘기의 아이들은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웃어주면 스스로 알에서 깨어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 성장 한다는 걸 느끼는 출근길이었고, 이제는 같이 하지 못하는 등굣길이지만, 무거운 가방을 매고 등교하는 딸아이에게 “잘 갔다 와”라는 한마디 외에 무슨 말이 필요할까요?



  아마 저자도 딸아이의 방을 정리하며 발견한 엽서에서 저와 같은 마음을 느끼고 위와 같은 글을 남겨두었는지도 모르겠으며 아이를 둔 저자의 딸들은 아버지에 대해 어떤 기억을 지니고 있을까요?



  수많은 책과 베스트셀러를 출간하고 지금도 먼 나라에서 글을 쓰고 있을 작가이지만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큰 딸 다혜씨가 출간한 “나의 딸의 딸”이란 책을 말없이 지켜보고 바라보며 웃음으로 응원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글 : 이영섭 (익산참여연대 운영위원)

 

- 이글은 익산참여연대 소식지 참여와자치 76호 함께 읽어보고 싶은 책 (17)에 실린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