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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이야기 마당

촛불, 시민 혁명을 꿈꿈다.

촛불, 시민 혁명을 꿈꿈다

 


글 이영훈
(익산참여연대 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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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32만 명의 촛불은 역사가 되었다. 876월 항쟁의 두 배가 넘고, 근현대사를 통틀어 초유의 일이 아닐까싶다. 서울을 비롯 전국 주요도시 곳곳에서 동시다발로 박근혜 즉각 퇴진과 구속을 주장하며 전 국민의 5%가까운 수가 들고 일어선 것이다. 이 날은 역사를 새로 쓴 날이다. 박근혜 탄핵을 결정한 9일보다 촛불 232만이 모인 3일이 더 의미 있고 값지게 와 닿는 것은 왜일까.

 시민의 자발성과 깨어있는 의식 때문이다. , 돼지에 비유되며 무시되곤 하던 국민이 결코 무지하거나 무력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날이다. 이전투구나 일삼던 지도층보다 더 현명하고 힘이 있음을 보인 날이다. 시민혁명으로 시작된 근현대의 세계사속에서 232만의 촛불처럼 응축된 분노와 열정을 평화적인 방법으로 표현해 낸 적이 있었던가.

 

 미국 모교수가 인구 3.5%가 모여서 싸우면 현대 들어 무너지지 않은 정권이 없었다는 연구결과도 있었다지만, 이해셈법으로 좌면우고하던 정치권이 촛불의 함성에 놀라 80%라는 압도적 찬성으로 탄핵을 통과시킨 것만 보더라도 그 위력을 실감할 만하다. 232만의 촛불은 3번에 걸친 대국민담화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죄의식조차 없던 박근혜대통령의 후안무치와 간교함에 대한 단죄였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검찰수사는 핵심인물인 김기춘과 우병우에 대해 손도 못 대고 저자세로 일관하면서 그 한계를 노출했다. 공범수준의 저들이 맘 놓고 돌아다니는 현 상황에서는 제대로 밝혀질 거라 기대하기조차 힘든 상황이다.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는 특검의 수사도 지켜보아야 할 것이고, 탄핵소추심사를 진행하는 헌법재판소의 판단도 남아있다. 갈 길이 아직 멀다.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은 기본의 기본이고, 이들의 국정농단으로 진행된 각종 국가정책과 고위인사에 대한 재검증과 부당이득에 대한 환수 등 소위 적폐청산에 대한 일이 신속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추진되었던 국정교과서는 폐지되어야 한다. 사드배치, 한일군사정보협정 등 외교안보에 직결되는 일들도 원점에서 재검토되어야 한다. 국회가 우선적으로 할 일은 적폐청산에 대한 특별법을 만들어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일이다.


 

 기회가 공정하게 보장되고 노력이 보답 받는 차별 없는 사회를 꿈꾸는가. 그렇다면 촛불은 계속되고 진화해야 한다. 불안과 좌절, 적폐를 낳았던 원인에 대한 처방은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다. 결국 개헌인데, 누구에 의해서 어떤 내용으로 진행되는가가 중요하다.

사회변화를 요구하는 촛불은 시민혁명으로 가야한다. 혁명은 기본적으로 권력과 체제에 대한 것이고, 사람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제도와 질서, 문화까지를 새롭게 바꿔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폐단을 낳은 과도한 권력집중과 대의제의 문제를 해소하고, 성장하는 시민 권력에 대한 직접민주제 요소의 반영과 지방자치확대 등 권력과 관련한 변화를 만들 수 있다면 가히 시민혁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변화와 개혁의 과제를 만들어 국회에 책임을 지우자. 차기 대선후보들에게 공약으로 삼아 수행토록 하는 것도 좋다. 이번만은 제대로 가보자.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검찰의 독립성을 위해 검찰총장을 국민이 직접 뽑거나 국회에서 선출하면 어떨까. 경찰도 그렇다. 자주 나왔던 이야기지만 자치경찰과 국가경찰로 이원화해서 국민생활과 밀접한 부분은 지방자치와 같이 하는 것이 필요하다. 재벌과 언론개혁도 그렇고, 해마다 바뀌는 교육제도도 그렇다. 이제라도 좀 제대로 선 국가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무슨 관심법도 아니고 진박이니 친박이니 하는 이름으로 사사로운 집단을 만들어 우리사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만으로도 그 수준이 부끄러울 정도지 않은가. 이번 기회에 새누리당도 해체하고 제대로 된 보수가 설 수 있는 제도와 풍토가 만들어졌으면 한다.


 

 4월혁명과 광주민주화운동, 6월항쟁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지만, 친일의 잔재와 독재의 유산이 그대로 살아있는 우리사회는 아직도 전근대적인 일들이 꿈틀되는 비정상의 사회다. 지금이야말로 제대로 된 국가를 세우기 위한 주춧돌을 놓는 역사적인 순간이 되었으면 한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세월호와 같은 일들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말이다. 주권자인 시민의 요구와 바램이 제도가 되고 정책이 되는 정상적인 국가에서 한번 살아보자.

 


- 이글은 익산참여연대 소식지 참여와자치 77
호 칼럼글에 실린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