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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이야기 마당

트럼프의 북한정책 전망과 남한의 대응

트럼프의 북한정책 전망과 남한의 대응

 


글 이재봉
(원광대학교 정치외교학 교수, 익산참여연대 고문)

 



1. 트럼프의 대외정책 기조: (신)고립주의
  미국의 대외정책 기조는 크게 국제주의 (internationalism)와 고립주의 (isolationism)로 분류할 수 있다.
  국제주의는 미국의 국제적 역할을 유지하거나 확대하는 외교방침이다. 국제기구에 대한 미국의 개입과 지원을 늘리고 군대를 해외에 전진 배치시키며 세계문제에 대한 미국의 적극적 개입을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적극적 개입이나 간섭 방침이라고 할 수 있다.
  고립주의는 미국이 자신의 국가안보에 지장이 초래되지 않는 한 세계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겠다는 외교방침이다. 국제기구에 대한 미국의 개입이나 지원을 줄이고 군대의 해외파견을 자제하며 이미 외국에 주둔하는 미군을 감축하거나 철수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세계 경찰’ 같은 광범위한 역할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소극적 개입이나 불간섭 방침이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선거운동 기간 고립주의를 표방해왔다. 일부 언론인이나 학자들은 ‘신고립주의 (neo-isolationism)’로 불렀다. 먼로 대통령이 1823년 발표한 외교정책인 이른바 ‘먼로 독트린 (Monroe Doctrine)’을 고립주의로 불렀기 때문에 그와 구별하기 위해서다.
  신고립주의라는 말은 냉전 종식 이후 첫 대통령선거가 열린 1992년 처음 나왔다. 소련이 붕괴되어 미국의 안보에 위협적인 요소가 사라졌기 때문에, 소련의 확장과 공산주의 팽창을 저지하고 봉쇄하기 위해 해외에 전진 배치된 미군들을 철수하고 국제기구에 대한 지원을 감축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국내문제 해결에 국력을 쏟으며 사회복지를 향상시키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곁들여졌다.
  참고로, 오바마 행정부는 국제주의 대외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특히 급속하게 떠오르는 중국에 대한 견제와 봉쇄 정책을 강화했다. 그 핵심이 당시 클린턴 국무부장관이 2011년 발표했던 ‘아시아 회귀 (pivot to Asia)’ 또는 ‘아시아 재균형 (Asia rebalancing)’ 정책이다.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하는 데 앞장서온 클린턴을 떨어뜨리고 고립주의 또는 불간섭 방침을 내비친 트럼프가 당선되자 중국이 환호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대통령후보가 선거운동을 전후해 발표한 공약이나 정책은 집권 후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표를 얻기 위해 과장하거나 거짓말하는 것은 어디에서든 흔한 일이다.“미국의 대외정책은 대통령이 얘기하는 것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외정책을 결정하고 전개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의 역할이 가장 크고 결정적이지만, 대외정책을 주로 담당하는 국가안보위원회 (NSC)와 국무부 그리고 중앙정보국 (CIA)과 국방부 등의 책임자들과 조율하지 않을 수 없다. 상하 양원의 동의도 필요하고, 언론과 여론의 지지도 받아야 한다. 또한 미국에선 대외정책 담당자들이 강경파들이든 온건파들이든 “정치 지도자들은 선거에 의해 바뀔 수 있어도 미국의 이익은 바뀌지 않는다”는 인식을 갖고 서로 견제하고 타협하며 갈등을 해결하는 전통을 지켜왔다.

 


2. 트럼프의 북한 관련 발언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국내정책 특히 경제문제보다 대외정책이 유권자들의 관심을 끄는 경우는 거의 없다. 따라서 트럼프가 선거운동 기간 북한에 관해 얘기한 것은 많지 않다. 그 가운데서도 “점증하는 북핵 위협”에 관해 몇 차례 짤막하게 얘기했을 뿐, 인권에 관한 언급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의 북한 관련 발언은 다음과 같다.

       - 2016년 1월, “김정은이 미치광이 같다. 더 이상 핵을 갖고 장난 못 치게 이젠 끝내야 한다.”
- 2016년 2월, “중국으로 하여금 어떤 형태로든 김정은이 사라지게 하도록 압박하겠다.”
- 2016년 4월, “핵무기가 오늘날 이 세상의 가장 큰 위협이다. 김정은이 더 이상 나가도록 내버려두면 안 된다.” “우리는 중국에게 경제력이라는 분명한 레버리지를 갖고 있다. 이를 통해 통제 불가능한 북한에 대해 중국이 조치를 취하도록 할 수 있다.”
- 2016년 5월, “김정은과 대화할 수 있다. 그와 대화하는 데 아무 문제도 없다.”
- 2016년 6월, “김정은이 미국에 온다면 만나겠다.” “김정은과 회의 테이블에서 햄버거를 먹으며 협상할 것이다.” “북한과 절대로 대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 2016년 9월, “우리는 북핵 문제에 관해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중국이 더 깊이 개입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위의 발언들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오바마 행정부는 북핵 문제를 무시/방치했지만, 이를 더 이상 묵인/용인할 수 없다. 둘째,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정은과 실질적으로 대화/협상하겠다. 셋째, 북한에 큰 영향력을 가진 중국을 통해 북핵 문제를 풀게 할 수도 있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는 오바마 행정부와 달리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해 대화/협상도 하고 압박/봉쇄도 할 것이다.
  이처럼 트럼프가 세계 문제에 대해 적극적 개입을 자제하면서 북핵 문제에 관해서는 김정은과 대화/협상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보이자, 북한은 환영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2016년 5월, “트럼프는 막말 후보나 괴짜 후보, 무식한 정치인이 아니라 현명한 정치인이고 선견지명이 있는 대통령 후보감이다”고 추켜세운 것이다.

  


3. 남한의 대응
  마침 남한에서도 2017년엔 새로운 대통령이 들어설 것이다. 북한에 대한 봉쇄정책을 강화하며 남북관계를 최악으로 이끌어온 박근혜정부가 물러나면 대북정책을 바꾸는 게 바람직하다. 아
울러 북한과 미국 사이의 중재자나 조정자 역할도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 클린턴이 당선됐든 트럼프가 당선됐든, 트럼프가 국제주의 대외정책을 전개하든 고립주의 노선을 걷든, 또는 미국이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해 대화/협상을 우선하든 압박/봉쇄를 중시하든, 더 중요한 것은 남한의 지도자가 미국과 북한에 대해 어떤 자세로 무슨 정책을 펴느냐에 있다.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폭격하려 하자 이를 말리며 북한과의 대화/협상을 이끌었던 남한 대통령도 있었고,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하려는데 이를 막으며 북한을 압박/봉쇄하라고 매달렸던 남한 대통령도 있었다. 결국 북미관계와 남북관계를 개선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지향하는 데는 남한 국민의 어떠한 대통령을 뽑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 이글은 익산참여연대 소식지 참여와자치 77
호 평화통일 이야기(4)에 실린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