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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이야기 마당

[칼럼] 평화통일 이야기

탄핵과 싸사드(THAAD), 그리고 대선과 적폐청산의 험난한 길

                                                               글 이재봉 (원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근혜가 드디어 탄핵됐다. 헌재 선고를 초조하게 지켜보며 ‘파면’ 결정에 울컥했다. 광화문광장에서 김밥과 커피를 제공했던 탓인지 여기저기로부터 축하 메시지를 넘치게 받는다. 해외에서까지 전화가 걸려온다. 그래서 지금 이 글을 쓰기가 쉽지 않다. 어제 3월 9일 원고마감일을 이미 넘겨 더 미룰 수 없지만,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글을 쓸 수 있겠는가.


  그러나 박근혜 파면으로 끝난 게 아니다. 곧 대선이다. 다시 시작이다. 예상대로 민주개혁 세력이 월등하게 유리할 것 같지 않다. 적폐청산과 개혁의 길은 험난할 것 같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싸드(THAAD)에 대한 여론이 문제다. 그 장비가 이미 들어오기 시작했다. 새 정권이 들어서기 전에 배치를 끝내버리려는 꼼수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야권 대선주자들이 싸드 반대나 보류를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싸드 배치를 이토록 서두르는 데는 미국과 박 정권 잔당의 이익이 맞아떨어진다. 미국은 싸드 반대나 보류를 주장하는 야권이 집권하기 전에 대못을 박아버리는 게 국가 이익을 위하는 길이다. 설치되기 전에 반대하는 것은 쉽지만 설치된 후에 되돌리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박 정권 잔당은 싸드 문제를 대선 쟁점으로 만들어 보수/극우 세력을 집결시키는 게 정권 이익을 꾀하는 길이다. 박근혜 탄핵에 따라 곧 대선이 실시되면 적폐청산 등 개혁 문제가 논쟁거리로 되기 쉽고 야권이 절대적으로 우세하겠지만, 싸드 배치를 비롯한 안보 문제를 쟁점으로 만들면 보수/극우 세력이 유리하게 될지 모른다.  싸드 배치가 국가엔 엄청난 손실과 폐해를 불러올지라도 정권의 이익엔 도움이 되는 것이다.
  정부와 언론의 왜곡 탓이겠지만 싸드 배치 찬성 여론이 더 높은 게 심각한 문제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하기 위해 주한미군 기지를 평택으로 옮기고, 제주에 군항을 만들게 하며, 남한과 일본이 독도나 위안부 문제를 덮고 손잡도록 이끌고,  싸드를 배치하려 한다. 그러나 미국과 남한 정권 그리고 보수/극우 언론은 싸드가 “오직 북한의 핵미사일로부터 남한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중국의 당연한 보복을 예상하지도 못하고 대처하지도 못한 채 ‘대국의 옹졸함’만 되뇌고 있다. 미국이 남한의 무능하고 파렴치한 박 정권 잔당을 활용해 싸드 장비를 기습적으로 들여온 것을 ‘대국의 비겁함’이라고 비판하는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둘째, 기득권 세력의 꼼수와 발악이 문제다. 박 정권 잔당을 비롯한 친박 세력, 국정원과 검찰, 재벌과 수구언론 등 기득권 세력의 반발이 상상을 뛰어넘을 것이다. 적폐 청산의 대상들이 그들을 개혁하겠다고 외치는 야권 주자가 당선되는 걸 가만히 지켜보거나 기다리겠는가. 권력과 돈을 갖고 온갖 불법과 탈법을 저지를 것이다. 무슨 짓인들 못하랴. 게다가 선거 관리는 황교안을 비롯한 박 정권 잔당이 맡게 된다.
  박근혜 탄핵을 반기고 민주와 평화를 추구하는 개혁 정권의 등장을 기대하며 맘껏 축배를 들고 싶다. 그러나 곧 다가올 대선과 적폐청산의 험난한 길을 생각하면 여전히 불안과 긴장을 떨치기도 어렵다. 탄핵 이후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 이글은 익산참여연대 소식지 참여와자치 78호 칼럼, 평화통일 이야기(5)에 실린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