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회원마당

[농촌이야기 18] 마늘밭 이야기

마늘밭 약주기
                                                                

                                                                                    글 이석근 (익산참여연대 운영위원)

 

 며칠 전부터 어머니께서 마늘밭 약 좀 치라고 닦달 하신다. 마침 시간이 나서 마늘 두 어 쪽을 뽑아 여산에 있는 ○○농약방에 갔습니다. 농약방에는 손님들이 많이 북적였는데 제 마늘을 보면서 한마디씩 합니다.“한지형이냐? 난지형이냐? 7월 마늘이냐? 갈 마늘이냐?”
농약방 아저씨에게 마늘을 보여주니 마늘 뿌리 쪽을 칼로 잘라서 모니터로 연결된 현미경에 올려놓고 단면을 보여주면서 이야기하는데 뭔가 움직이는 게 보이냐고 합니다. 꿈틀 거리는 게 많이 있어 보이지만 뭔지 잘 모르겠다고 하니 그게 바로 토양선충이라고 합니다. 사진이나 책을 통해 그림 정도로만 봤는데 직접 눈으로 보니 신기합니다. 선충과 뿌리응애가 있어서 마늘이 이렇게 됐다고 합니다. ‘마늘 심기 전에 토양 살충제를 뿌렸는데...’ ‘이렇게 꿈틀 거리다니...’ 아무튼 농약 두 어 병을 사서 곧바로 마늘 밭으로 갔습니다. 마늘이 멀칭 아래 흙에 묻혀 있어서 그냥 뿌려서는 흙 속으로 약이 스며들지 않고 잎에만 묻어서 효과가 없기 때문에 약통 앞쪽 분무꼭지를 빼서 일일이 하나씩 흠뻑 주었습니다. 날씨도 춥고 바람도 차고, 일일이 하나씩 하자니 무척 더디고 힘이 들었습니다. 얼마나 지났는지 콧물도 나오고 어깨가 아파옵니다. 그래도 어머니의 잔소리를 걱정하며 1시간 반 넘게 25리터 2통을 했습니다. 마늘밭 약을 치고 다음날은 수박을 심었습니다. 친척들이 도와주어서 하루에 다 심었습니다. 심고 물 주고 분주하게 이리저리 왔다 갔다 했더니 몸에 탈이 났습니다. 감기가 들었습니다. 기침도 하고 콧물도 나고 목도 아프고 머리까지 지끈지끈 합니다. 수박관리, 고추 모종 가식(假植) 관리까지 일이 바빠 병원에 못 갔는데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일을 마치고 병원에 갔는데 작목반 모임 한다고 빨리 오라고 전화가 왔습니다. 진찰 받고 약 타고 부랴부랴 식당에 갔습니다. 작목반 형님들이 모두 오셔서 벌써 식사를 하고 계셨습니다. 저도 빈자리에 앉아 밥을 먹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합니다. 수박 농가가 중심이어서 수박이야기가 주를 이룹니다. 수정은 어떻게 해야 잘 되는지, 손질은 다 끝냈는지, 착근(着根)은 했는지, 저마다 한 마디씩 말을 합니다. “올해 수박 모종이 별로라던가?” 하나가 아니고 3개가 섞여서 왔다고 하고 나오는 순이 너무 짝이 지다고 그럽니다. 또 벌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합니다. TV 뉴스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탄핵 이야기로 넘어 갑니다. 작목반 총무님은 좌우지간 빨리 결정이 나야 된다고 말하고 누구는 최순실에 대해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기태 형님이 우선 지급금 환수 반대와 고지서가 오면 내지 말라는 이야기도 합니다. 아주머니들은 놀러가는 이야기를 꺼냅니다. 얼마 안 든다고 제주도 한번 가자고 합니다. 회장님께서도 말을 보탭니다. “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가야지~”그러다 다시 농사 이야기 수박 이야기로 넘어 옵니다. 저마다 올해는 농산물 가격이 좀 더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면서 작목반 모임은 그렇게 끝을 맺고 집으로 왔습니다.


- 이글은 익산참여연대 소식지 참여와자치 78호 농촌이야기(18)에 실린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