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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글] 교육이야기(1) 중 2병?

중2병?
                                                                                            
글 김진배(참여연대 운영위원)

 

어린이 시절을 보내고 성인처럼 신체변화가 오는 시기를 우리는 사춘기라고 부르곤 한다. 사춘기라는 말은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하나의 고유명사마냥 일상에서 많이 쓰였다. 부모에게 짜증을 많이 부리고, 자기는 어린애가 아니라서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며,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려고 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부모들은 많이 당황해 한다. 그러면서 우리애가 사춘기가 왔으니 조심한다거나 아이의 나쁜 행동에 특별히 제재를 안하기도 한다. 이유는 애가 더 삐뚤어져 나갈 것이 우려되기 때문이라는 논리이다.


몇 년 전부터는 사춘기라는 말 대신에 중2병이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중학교 2학년 시기가 오면 부모들이 감내하기 힘든 상황이 온다는 의미로 아무렇지도 않게 중2병이라고 지칭한다. 그렇다면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은 대부분 병을 앓고 있다는 건가? 그것도 신경정신병을? 우리나라 미래 기둥인 청소년들이 신경정신병 환자들의 집단들이라고 표현하니, 솔직히 중2병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 중학교 2학년 교실 수업시간에 들어와 보고 그런 말을 하고 다니면 일정 정도 이해를 할 수가 있지만 아이의 학교생활을 보지도 않고, 다른 사람이 중2병이라고 하니 자기 자식도 그런가보다 하는 어리석음을 나타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중2병이란 일본에서 유래된 말로 오글거리고 자신보다 전부 아래로 생각하려는 그런 성향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표현이다. 허세를 부리고 오그라드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학생들을 보고 중2병에 걸렸다라고 말한다. 일본 애니메이션에 그런 느낌이 엄청 많이 나오는 것은 사실이니까...
어른들의 시각에서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의 행동은 당연히 비정상적이다. 흔히 쓰는 말로 “요새 아이들은 버르장머리가 없다”라고 말을 한다. 
                                                      
기억을 되살려서 어른들이 어린 시절에 과연 그 당시 어른들한테 버르장머리 있다는 소리를 듣고 자랐을까? 세계 위인에 나오는 분들도 어린 시절에 정말로 완벽하다고 칭찬을 받았을까? 절대 아닐 것이다. 단언컨대 요새 아이들이 버르장머리가 없는 것은 과거에도 미래에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그런데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의 그러한 행동을 병이라고 지칭하는 것은 어른들의 입장에서만 판단하는 착각일 것이다.

교직생활 19년 동안 고등학교 근무 4년을 제외하고 해마다 중학교 2학년 학생들 담임을 하거나 수업을 하였다. 어른들이 우려하는 그러한 행동들을 하는 학생들은 99.99%가 부모님들의 무관심이 원인이다. 필요한 거를 대부분 사주고, 학원을 보내는 걸로 부모의 역할을 다했다라고 말하면 안되는 것이다. 가정에서 부모가 올바른 위치에서 자녀와 교감을 하면 아이들은 절대 삐뚤어지지 않는다. 심적 갈등이 있고, 원하는 성적이 안 나와서 우울해도 자기를 응원해줄 부모님이 항상 있다면 그 갈등은 오래 가지 않는다. 부모가 바쁘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부모는 부모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가정에서 각자 생활을 하면서 아이가 올바르게 자라길 바라는 것은 부모의 엄청난 욕심일 것이다.


중2병은 사춘기에 혼란을 겪고 있는 아이들을 부르는 속어로 통하지만 전 세대에 걸쳐 나타나는 증상이란 진단도 있다. 사회가 피폐해지고 스트레스가 늘면서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성인들이 늘고 있는데, 중2병은 모든 연령대의 불안한 심리상태를 반영하는 말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우리의 청소년들은 어른들의 관심과 사랑만 있으면 무럭무럭 잘 크니까....


- 이글은 익산참여연대 소식지 참여와자치 78호 기고글에 실린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