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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궤양성 대장염, 내상 휴식리(이재성 한의원장)

궤양성 대장염의 한의학은 내상 휴식리

대변으로 피 나오는 병이 있다. 배 아프고, 설사도 한다.

글 이재성(참여연대 회원, 이재성 한의원장)

30세 남자 ‘FM’ 님. 처음 배 아프고 대변에 피 나오고 설사한 게 21세 때였다. 고3 열심히, 대학 성실히 살았다. 대학교 2학년 때 대변에 피가 나왔다. 3개월 되니 피가 많이 나왔다. 느리~하게 반투명한 액체도 나왔다. 병원 가 받은 진단은 궤양성 대장염. 그 뒤 26세 재발, 30세 세 번째 발병을 했다.

정신을 너무 많이 사용해서 그런다고 했다. 정신을 많이 쓰면 피가 뇌로 몰린다. 뇌로 몰리면 다른 장기에 피가 부족해진다. 대장 근육이 홀쭉해진다. 홀쭉한 근육이 무슨 힘을 쓰겠는가. 낑낑대다가 붓는다. 벌겋게 열이 오른다.

많이 먹는 것도 문제된다고 했다. 지금 대장 근육이 홀쭉해져 힘을 못 쓰는 상태다. 많이 먹으면 정말 힘들어진다. 

많이 먹으면 세균 들어올 일도 많아진다. 원래 음식 타고 들어오는 세균은 대장 옆 림프에 있는 백혈구가 죽인다. 근데 음식 많아지면 세균도 많아진다. 피 타고 다니던 백혈구까지 가세해 세균과 전투를 한다. 전투력 빵빵해진다. 근데 너무 빵빵해 문제다. 핏속 백혈구가 전투한 점막은 붓고 빨개진다. 염증이 더 심해진다.

보통은 6개월 정도 피 나다가 멈춘다. 쉬었다가 몇 년 지나 더 심해진 재발을 겪는다. 어떤 경우는 6개월 지나 그냥 지속되기도 한다. 나중에는 살이 5~6킬로씩 빠진다. 힘도 빠진다.

궤양성 대장염의 한의학은 ‘내상 휴식리’다. 내상(內傷)은 정신이나 음식으로 생긴 병을 말한다. 휴식(休息)은 쉬었다가 또 한다는 말이다. 천 년 전 책에 나온다.

궤양성 대장염은 선진국병이다. 스웨덴, 일본이 강국이다. 세계 2차 대전 후 잘살게 되면서 병이 생겼다. 한국도 90년대 이후에 생겼다. 천 년 전에는 궁궐에서 걸렸다. 궁궐은 어마어마한 공부와 끝없는 고기 행렬이었다.

한약은 세 가지를 합한다. 자율신경 조절로 긴장 풀게 한다. 떨어진 소화 기능을 올린다. 염증과 출혈을 치료한다. 자율 신경 조절은 향부자, 소화기능은 엿기름, 염증은 황련, 출혈은 오이풀 등을 쓴다.

궤양성 대장염 진단받으면 정신노동 줄이고, 먹는 양 줄여야 한다. 우리네 대장이 그렇게 많은 정신노동과 세끼 모두 넘치게 먹을 정도로 진화하지 않았다. 수 만 년 동안 적당량만 먹고 살아왔다.

양방 치료 50년, 한방 치료 천년이다. 그리고 항생제 쓸 병도 아니다. 그렇다면 경험치를 존중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