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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이 지천으로 피고 지고

봄꽃이 지천으로 피고 지고


산골에 살면 지금 이맘때 눈이 호강을 합니다. 산이 긴겨울 추위에 죽을까, 바람에 날릴까 꽁꽁 숨겨놓았던 새싹들과 꽃들을 한꺼번에 세상에 내놓거든요. 울긋불긋 진달래부터 이팝나무, 제비꽃, 할미꽃, 작고 여린 들꽃까지, 산은 지금 꽃천지입니다. 더불어 두릅, 취나물, 머우, 곰취, 산마늘 듣기만 해도 쌉싸르한 군침이 도는 나물들도 지천이구요. 그래서 지금 산은 눈요기와 먹을것으로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못자리를 마쳤습니다. 올해는 저와 신랑 둘이서 해보기로 했습니다. 처음 이사왔던해는 못자리가 뭔지 몰라서 품앗이를 했었고 작년에는 신랑만 품앗이를 했었는데 올해는 우리집 도지가 많이 늘어서 품앗이라고 이름붙이기 미안할 정도가 되어버렸습니다. 우리집이 워낙 양이 많아서.....해서 큰 용기를 내어 저희 부부끼리 못자리에 도전해보기로 했습니다. 모판에 상토를 담고 평평하게 고른 다음 볍씨를 모판가득 촘촘히 뿌리고 상토를 채에다 거르면서 볍씨위에 뿌리고 물을 흠뻑 주면 끝입니다. 그렇게 750개를 만들었습니다. 토요일 오후부터 일요일 하루, 그리고 월요일에 3시간정도 해서 끝났습니다. 허리도 아프고 팔도 아프고 안아픈곳이 없을 정도로 힘이 들더군요. 하지만 마당 한 켠에 쭉 늘어선 모판을 보니 뿌듯하고 저희 스스로가 대견해보였지요. 그렇게 며칠 싹이 나도록 놔두었다가 논으로 모판을 날라 놓고 물을 채우면 못자리는 끝납니다. 그런데 이일이 또 만만치가 않습니다. 750개의 모판을 일일이 날라다 논에 넣기가 결코 쉬운일은 아니니까요. 그래서 못자리하기 전날부터 저는 살짝 긴장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모판을 차에 실으려고 하는 그때 사람들이 저희집으로 모여들더군요. 정말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 일어났습니다. 동네분들이 도와주러 오신겁니다. 결국 숙련된 6명의 일꾼들과 어리버리 일꾼 저까지 7명이서 3시간 만에 못자리를 모두 끝냈습니다. 아마 둘이 했더라면 하루종일 하고도 모자랐을텐데.....너무 감사했습니다. 결국 올해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몰랐던 걸 배우고 이것저것 깨달은, 배움이 가득한 못자리가 되었습니다.

백년만의 추위라고 들었던 지난 겨울, 유난히 추웠습니다. 인간들이야 추우면 옷을 껴입든, 난방이든 하겠지만 들판에 우뚝 선 나무들은 그저 오롯이 눈보라와 바람을 맞고 서있었습니다. 그 결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습니다. 냉해를 입은 것이지요. 특히 따뜻해져버렸다는 겨울덕에 여기저기에서 복분자 나무를 새로 심었는데 그게 다 얼어 죽었습니다. 또 이동네의 주요작목인 포도도 냉해로 많이 죽었습니다. 포도는 전국적인 현상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묘목이 바닥나버렸다고.....지금 새로 심으려 해도 묘목을 구할 수가 없다고 말씀들 하십니다. 사과도 최소한의 꽃만 피고 잎이 많이 나왔구요. 과일나무는 꽃이 많이 피어야 꽃이 수정이 되어 과일이 많이 열립니다. 그런데 사과나무도 살기위해 자손보다 자기를 위해 잎을 많이 달은거죠. 벌도 많이 죽었다고 그럽니다. 아인슈타인은 벌이 멸종하면 지구가 망한다고 했다는데 겁이 납니다. 따뜻한 겨울도 힘들지만 너무 추운 겨울도 농사에는 도움이 안된다는걸 알았습니다. 하지만 농사에 좋은 날씨만 있을수는없는일, 결국 농사는 실패하고 준비하면서 조금씩 날씨와 타협도 하고 극복도 하는것 같습니다.

언젠가 이석근 회원에게 같은 품종만 계속 지으면 지겹지 않냐고 물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이석근 회원은 한해 한해 새로워서 지겹지 않다는 말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말 이제 저도 조금 알것 같습니다. 저희집 작은 텃밭이 우리가족에게 큰 기쁨을 줍니다. 올해는 뭘 심어볼까 고민도 하고 가족끼리 상의도 했습니다. 그랬더니 올해도 작년과 비슷한 것들을 심자고 하네요. 하지만 저와 신랑은 욕심을 조금 냈습니다. 결코 쉽지않다는 참깨, 새로운 품종인 도라지, 더덕, 메주콩을 올해는 심어보기로 했습니다. 새로운 도전입니다. 그러고 보니 올 한해는 도전의 한해가 된 듯하네요. 기대만큼 성과도 있어야 할텐데.....실패하더라도 그것은 또 다른 경험이 되니까 뭐....그렇게 마음 먹어 봅니다.


글 정희진 (익산참여연대 회원)

* 참여와자치 53호-5월 소식지 정희진의 농촌이야기(7)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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