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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는 것은 모자란 것만 못하니




넘치는 것은 모자란 것만 못하니

  여름입니다. 장마기간이기도 하구요. 작년에 우리 마을은 이 기간을 여느 해처럼 별 반응없이 보냈더랬지요. 그리고 가을 사과 수확을 앞두고 생전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병이 사과에 왔습니다. 탄저병이라고도 하고 아니라고도 하고 여러 의견이 난무했지만, 결과는 사과가 다 썩어버리는 무서운 병이었습니다. 두달 가까이 내렸던 비가 원인이라고 결론을 내렸지만 아직까지도 이유가 뭐였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없습니다. 이집 저집 할 것없이 손도 못쓰고 썩어가는 사과를 멍하니 보다가 어르신들은 그저 하늘이 미쳐서 그런다며 하늘 향해 눈한번 흘기고 욕 한번 내뱉고 말았었지요. 그래서 지금 우리 마을은 초긴장을 하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번씩 탄저병에 좋다는 약을 뿌리고 뉴스에 나오는 일기예보도 못믿어 전화기를 들고 131를 눌러 재차 확인하고 그러고도 인터넷으로 또 날씨를 확인합니다. 물론 우리집도 예외는 아닙니다.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는 옛말씀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저번 글에도 썼다시피 우리가족은 올해 우리집 텃밭에 야심차게 도~전을 많이 했었습니다. 이제 그 결과를 보고해드릴게요. 농사경험을 많이한 올해가 될 것 같습니다. 우선 고추는 재작년에도, 작년에도 무농약으로 농사를 지었기에 올해도 그러리라 생각했었지요. 해마다 200포기의 모종을 심었기에 올해도 200포기를 심었는데 지금 남아있는것은 100포기정도 되려나 모르겠습니다. 이유는 욕심때문이었습니다. 저와 아이들은 고추를 심어놓고 고추에 물도 주고 나름 애정을 다했는데 고추가 영 크지 안더라구요. 크는게 다 뭡니까. 시들 시들 죽어가더라구요. 우리는 고민했지요. 날씨가 너무 가물어서 그런가 하고 열심히 물을 주었습니다. 그래도 자꾸 죽어가길래 신랑에게 고추에 물을 주어도 죽는다고 이상하다고 했더니 허걱! 신랑이 못자리하고 남은 상토를 고추에 듬뿍 뿌려주었다고 하더군요. 혹시나 싶어 어르신들에게 물어보았지요. 역시나! 상토는 물을 빨아들이는 흙이어서 볍씨에는 좋아도 고추는 말라죽인다 하더군요. 신랑 생각에는 볍씨에 좋은 흙이니까 고추에도 좋겠지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결국 너무 넘친거지요. 그리고 우리마음을 많이 울적하게 했던 감자.... 작년에 감자농사는 동네 어르신들에게도 잘했다고 칭찬을 받았었습니다. 그래서 올해도 그러려니 했는데 영 아니었습니다. 감자양도 작년보다 적고 알도 작년보다 작아서 실망했지만 더욱 실망했던것은 성한 감자가 별로 없다는 것. 모두 땅강아지 녀석 때문이었습니다. 혹시 땅강아지라고 아실런지. 우리집 감자밭에 감자를 캐는데 이녀석들이 감자 한알에 한 마리씩 붙어 있구나 싶을정도로 많이 있더군요. 그작은 넘들이 먹으면 얼마나 먹을까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넘들도 떼로 먹어대니 엄청납디다. 감자밭에 감자는 모두 다 이녀석들의 흔적이 있었습니다. 구멍이 숭숭. 당혹감을 넘어 나중에는 솔직히 화가 났습니다. 사람만 먹을것 가지고 욕심내는게 아니었습니다. 새들도 제일 잘 익고 빨간 사과만 꽉 쪼아놓습니다. 땅강아지도 구멍을 하나만 내는게 아니구요. 아무튼 저와 신랑은 감자 캐던날 땅강아지에게 눈을 엄청 흘겼습니다. 아마 당근도 이녀석들이 가만 두지 않을것 같은데 포기하는게 낫겠지요. 참깨는 씨비닐까지 사서 땀을 비오듯 흘리며 까는 성의를 보였건만 씨비닐을 뒤집어 까는 웃지못할 실수를 한덕에 구멍사이로 나오라는 참깨는 안나오고 풀들만 파릇파릇 나와서 역시 포기했구요. 더덕과 도라지는 분명 설명서대로 뿌렸는데 그 흔적조차 찾아볼수 없습니다. 다만 옥수수와 호박은 장마비가 온뒤 조금씩 큰듯합니다. 아무튼 올해 텃밭농사는 기대하지 않는게 좋을듯 싶습니다. 의욕은 좋았으나 너무 무지하여 나타난 결과들입니다. 또하나 배운 텃밭농사입니다.

  며칠전 아침 베란다에 빨래를 세탁기에 넣으려다 저는 기절할 뻔 한적이 있습니다. 빨래들 사이에 뱀이 있더라구요.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손이 덜덜 떨립니다. 베란다 창문도 잘 닫았고 방충망도 잘 닫혀있었는데 어디로 들어온 것인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신랑이 집게로 그 녀석을 집어 냈는데 독사라고 하더군요.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되어 앉아 있는데 시원이가 한마디 툭 내 뱉더라구요. “엄마도 여자구나” 아니 그럼 내가 남자냐 했더니 씨익 웃고 맙니다. 씩씩한 엄마가 뱀에 놀라는 모습이 신선했나봅니다. 채원이는 손을 주무르고, 물을 떠오고, 부산스럽게 하고 신랑은 뱀에 그렇게 놀라라며 핀잔을 주면서도 걱정해주고...뱀 때문에 작은 소동이 일어난 아침이었지만 식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은 아침이었습니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즐거움이라지만 뱀이나 벌레, 두더지등은 왠만하면 만나고 싶지않은 자연들입니다. 너무 무섭고 징그러워서....이렇게 산골의 여름은 가고 있습니다.


글 정희진 (익산참여연대 회원)

* 참여와자치 54호-7월 소식지 정희진의 농촌이야기(8) 실린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