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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밭에 가을이....



사과밭에 가을이....


사과는 추석에 맞춰 가을걷이를 시작합니다. 가을걷이는 농부들이 애써 한 해 동안 지은 농사의 결과물을 수확하는 일이기에 즐겁기도 하지만 실망도 많은, 그렇지만 꼭 해야만 하는 중요한 일입니다. 벼는 서리가 내린 다음에 가을걷이를 하지만 사과는 수요가 가장 많은 추석에 맞춰 수확을 시작합니다. 올해는 추석이 빨라서 사과가 익을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여름내 흐리고 궂은 날씨에 대한 보상이라도 하듯이 2주 동안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햇빛이 온 들녘에 풍요를 가져왔습니다. 사과는 봄에 꽃을 따낼 때와 가을에 사과를 따낼 때 일손이 많이 필요합니다. 이시기를 놓치면 일년 농사를 망칠 수 있기 때문에 이시기에 우리 동네는 일꾼을 구하려는 전쟁 아닌 전쟁이 시작됩니다. 그래서 몇몇 농가들은 장사꾼에게 밭때기로 가을에 사과를 팔아버립니다. 일손을 구해 직접 사과를 따서 본인이 팔면 값은 더 받을 수 있지만 일손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 장사꾼에게 파는 쪽이 값이 좀 싸더라도 고생안하고 훨씬 낫기 때문입니다. 요즈음 우리 동네는 사과를 따느라고 사람들이 정신이 없습니다. 영농조합에서 일하다보면 가끔 항의성 전화를 받습니다. 대부분 사과가 맛이 없다거나 포도 무게가 틀리다는 전화입니다. 이런 경우는 상품상자에 표기되어있는 생산자의 연락처를 보고 직접 그쪽에 연락을 해야 보상을 받거나 항의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습니다. 장사꾼들이 밭때기로 사과나 포도를 사서 생산자 표시없이 공판장이나 가게에 멋대로 납품을 하는 경우 그에 대한 문제가 발생해도 제대로 된 보상을 받을 수 없습니다. 특히 농산물은 이런 것에 대한 개념이 아직 자리잡지 않아서 가끔 물건을 구입하신 분들이 억울하게 손해를 보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사과나 포도, 또 다른 농산물을 구입하실때는 생산자 이름과 연락처가 정확하게 표기되어 있는 물건을 구입하셔야 믿을 수 있고 보상도 제대로 받을 수 있다는 상식! 꼭 기억하세요    

우리집도 올해부터는 사과가 조금 많아져서 일손이 필요했더랍니다. 하지만 사람을 살만큼은 아니어서 시원이와 채원이에게 아르바이트를 하라고 했습니다. 이곳 아이들은 사과꽃 딸때도 또 사과를 딸때도 집안일을 많이 돕는걸 알기 때문에 시원이 채원이도 별 불평없이 열심히 사과를 땄습니다. 또 선별장에서 아빠랑 같이 사과를 선별해본 시원이와 채원이는 사과나무에 달린 사과를 따면서 작은건 몇과이고 큰건 몇과라며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주고 받습니다. 그러나 그 후과가 나타났으니 우리아이들은 이제 사과는 냄새도 맡기 싫다고 하네요.^^*

요즘 멧돼지 피해가 방송에도 많이 나오는데 우리집 사과밭도 멧돼지피해를 입었습니다. 작년에는 나무를 키우느라 사과를 달지 않아서인지 지렁이를 먹기 위해 땅만 파헤쳐 놓더니 올해는 조금 달린 사과를 먹으려고 사과나무와 가지를 통째로 분질러놓았네요. 면사무소에서 멧돼지피해조사를 한다는 말을 듣고 면사무소에 신고를 했더니 면과 군에서 조사를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날 조사나온 공무원을 데리고 밭에 갔는데 멧돼지 새끼가 쑤욱 지나가더라구요. 우린 그 자리에서 얼음이 되었습니다. 밭에 오기 바로 전에 새끼가 있으면 어미는 주위에서 새끼를 지켜보고 있다고 조심해야 한다는 말을 주고 받으며 웃으면서 왔는데 새끼가 눈앞으로 지나가는 모습을 보니 등골이 오싹 하더라고요. 그리고 몇일전에 뉴스에서 멧돼지에 물려 사람이 죽었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남일 같지 않아서 기분이 묘하더군요. 이제 멧돼지는 우리에게 무서운 존재가 되었습니다.

며칠전 시원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더니 점심시간에 사과를 먹었다고 하더군요. 별생각없이 무슨사과 하고 물었더니 누군가가 학교 입구에 사과를 놓고 가서 점심시간에 선생님이 전교생에게 사과 하나씩을 나눠주었다고 하더군요. 순간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곳 아이들 대부분은 집에서 사과 아니면 포도농사를 짓는 아이들이기에 또 흔한게 사과, 포도라서 아이들에게 선물이 될거라는 생각조차 못했는데 또 하나를 배우는 하루였습니다.


글 정희진 (익산참여연대 회원)

* 참여와자치 55호-9월 소식지 정희진의 농촌이야기(9) 실린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