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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로운 가을날 까치밥 홍시에 마음을 빼앗기며.....씁니다.



한가로운 가을날 까치밥 홍시에 마음을 빼앗기며.....씁니다. 


계절은 가을이 깊어져 겨울앞에 서있습니다. 눈부시게 빛나던 은행잎도 후두둑 떨어져버리고 과수원의 사과나무도 낙엽이 진채 겨울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사과가 아직 있는 집들은 내년 설을 대비해 저장준비를 서두르고 있고 잦은 비 탓에 추져진 논에 벼수확을 못한 어르신들은 혀만 끌끌 차고 있습니다. 농협에서는 외상값 독촉장이 날아오고 아침새벽부터 이장님은 부산물비료 신청을 오늘까지 하라고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시간의 흐름을 변화하는 계절로도 알게 되지만, 시기적으로 다가오는 일들을 계기로 알게 되기도 합니다. 가을걷이가 끝나면 날라오는 1년치 농협 외상값 독촉장, 내년을 준비하는 비료 신청마감일,사과나무퇴비, 비료, 전지, 꽃솎기, 열매솎기, 봉지싸기, 모내기, 틈틈이 풀베기와 약치기, 은박지깔기, 수확하기, 그럼 다시 외상값 독촉장 이런식으로 말이죠. 이런 반복된 일들의 연속으로 어제가 오늘같고 내일이 오늘같으며 작년이 올해같은 평범하기 그지없는 일상입니다.


한달전쯤 친구들 모임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모임에서 한 친구녀석이 기분좋게 취기오른 얼굴로 자기도 귀농을 하고 싶은데 자신이 없다는 말을 하더군요. 제가 귀농을 해서인지 저에게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귀농생활에는 많은 문제점들이 나서지만 그중 두가지 정도는 정말 많은 고민과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 고민하시는 분들이 계시면 참고하세요^^*


첫째 귀농생활에서 제일 중요한건 경제적인 문제입니다. 월급생활을 하셨던 분들은 그달 그달 월급이 나오지만 농촌은 수확물이 나오는 시기에 돈이 나오기 때문에 돈이 없으면 생활자체가 어렵습니다. 제가 해보니까 도시나 농촌이나 생활비가 거의 비슷하게 들어가더군요.

그런데 농촌은 도시에서는 들지않던 돈들이 더 들어갑니다. 바로 농자재값. 고추농사나 사과농사나, 무슨농사를 짓던지 이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고추를 내다팔때까지 농약값이나 비료값, 비닐 값등이 들어가는 거죠. 그리고 요즘 농사는 사람이 짓지 않습니다. 기계가 짓습니다. 그러나 농기계값이 장난이 아닙니다. 시골사람들은 우스갯 소리로 트럭타고 다니지만 집에는 에쿠스를 모셔놓고 있다고 합니다. 그만큼 농기계값이 비싸다는 거죠.


그리고 둘째 경제적 문제만큼 중요한것이 이웃과의 정서적 교감입니다. 문화생활이야 어느정도 포기하기도 하고 적응도 되지만 정서적 문제는 많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도시의 아파트생활은 옆집에 누가 사는지 굳이 모르고 있어도 생활에 지장이 없습니다. 그러나 농촌은 이웃과의 관계가 중요합니다. 예전만큼은 아니어도 여전히 우리의 농촌은 공동체의식이 강하게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도시에서처럼 이웃과 모르고 지내도 큰일이 나는건 아닙니다. 그러나 귀농까지 결심했다면 이고민도 반드시 고려해야할 사항인것은 틀림 없습니다.


우리마을은 귀농하신 분들이 몇분 계신데 그분들중에 서울에서 오신 노부부가 계십니다. 아이들도 다 커서 결혼시키고 막내자제분만 외국에 유학중이시라고 하더군요. 어제는 그분들이 사과 한박스를 선물로 주셨습니다. 태어나 처음으로 지은 농사라며 부사가 없는 우리집에 맛이라도 보라고 어둑해진 밤에 들고 오셨습니다. 저희도 드릴게 없어서 사과즙을 선물로 들렸지요. 귀농하기 위해 준비도 많이 하셨고 귀농학교도 다니셨지만 실제 귀농생활은 생각과 많이 달랐다고 하시더군요. 그분들도 반복되고 무료한 일상에 많이 지친다며 인터넷 카페활동도 열심히 하고 지인들과 여행도 다니시고 늘 바쁘게 일을 만든다고 하시네요. 그 연세에 지치지 않는 열정을 가지고 아직도 바쁘게 사시는 그분들의 생활에 절로 고개가 숙여지더군요. 좋은 이웃사촌을 두게 되어 기분 좋은 어제였습니다.


귀농 4년차인 저는 많은 고민과 결심, 다짐을 하고 귀농을 했지만 정작 귀농을 하고 생활하면서 부딛치는 일들에 마음을 다치기도 하고 다시 도시로 돌아갈까하는 하는 마음도 들고 그러다가도 창밖으로 보이는 소나무들이 너무 멋져서 온통 마음을 빼앗기기도 하고 또 때로는 엘리베이터만 타고 나가면 쉽게 들리던 마트와 전화만 하면 언제든지 배달되는 음식점, 지인과 술한잔 약속도 쉬운 익산생활들이 살짝 그립기도 합니다.


그러나 안전한 먹거리와 문득문득 눈으로 들어오는 황홀한 자연, 일상의 여유로움 등은 귀농생활의 빼놓을 수 없는 치명적 유혹이죠. 처음 귀농을 결심하고 앞날에 대한 불안함에 주저하고 있을때 돌아가신 시아버지께서 해주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사람사는곳은 다 같단다. 거기도 사람사는 곳이다. 그러니 지금처럼 열심히 하면 어느곳이던 다 잘될거다. 너무 걱정말아라.” 저는 지금도 이말을 가슴에 담아두고 살고 있습니다.


글 정희진 (익산참여연대 회원)

* 참여와자치 56호-11월 소식지 정희진의 농촌이야기(10) 실린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