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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이야기 마당

[기고] 서동축제의 흑역사를 견디는 방법

[기고]  서동축제의 흑역사를 견디는 방법

 

 

올해 어렵게 시도한 민간 주도의 서동축제가 좌절됐다. 현재의 상황을 일면 겉으로만 본다면, 국화축제 기간 치러질 서동축제는 예산은 줄었으되 예년처럼 치러지는 관주도 축제로 보일 법하다. 그렇지만 박경철 익산시장의 오락가락 축제 행정은 많은 시민들에게 적지 않은 실망을 안겼다.



올 초에 박 시장은 시의 예산 절감 차원으로 서동축제 개최를 아예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다. 봄에 개최한 금마면 간담회에서 박 시장은 면민들과 설전을 벌였다. 축제 중단을 말하면서 그게 아니라고 강변했다. 고성이 오가고 얼굴을 붉히는 상황에서도 당신의 판단대로 서동축제의 연내 개최 불가를 거듭 확인했다. 식품 클러스터와 맞물려 마한시대까지 거슬러 이천년 역사를 아우르는 거대한 축제를 차후에 구상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런 와중에 주민 주도의 서동축제제전위원회가 별도로 태동했다.



그 당시 백제역사지구의 세계유산 등재를 코앞에 바라보는 마당에 이와 직접 관련한 서동축제를 충분한 논의도 없이 잠정 중단한다는 결정은 금마면 주민들은 물론 익산 시민들 다수에게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시청 주무부서의 침묵이었다. 더군다나 이른바 문화 전문가 집단이라는 익산문화재단의 무소신·무대책 처신은 향후 어떤 식으로든 반드시 되짚어봐야 할 부분이다.



그래도 어찌됐든 서동축제는 가을에 열릴 예정이란다. 늦게나마 추경예산을 세워 작은 규모라도 명맥을 유지한다고 하니 불행 중 다행이다. 모쪼록 알찬 축제로 내실을 충분히 기했으면 한다. 만약 타지자체에게 헌납하는 축제로 몰락하게 한다면. 시의회와 시민들은 담당자들에게 반드시 책임을 가혹하게 물어야 한다.



마한제가 전신인 서동축제는 그동안 장소와 정체성 문제로 논란의 소지가 많았다. 국보급 백제문화재가 있는 넓은 장소가 버젓이 있음에도 시민의 접근성이라는 이유로 굳이 시내 체육공원에서 치르는 탓에 정체성까지 흔들리는 판국이었다. ‘역사’, ‘문화콘텐츠’, ‘사랑’ 등 여러 차례 주제를 바꾸면서 서동축제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은 큰 결실을 맺지 못했다. 그렇다고 고군분투하며 시도한 다양한 도전 자체를 결코 폄하하지는 않겠다.



단언컨대 전국의 많은 문화관광 축제 중 역사 인물을 내세우면서 큰 성공을 거둔 사례가 거의 없다. 그만큼 내용을 채우기가 어렵기도 하지만, 애초부터 품과 노력을 예상 이상으로 기울어야 빛을 발하는 축제 유형이기 때문이다. 현시대의 급변하는 상황에 따라 반짝 집중 조명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꾸준히 시간을 두고 연구하고 고민해야 하는 긴 호흡의 역사가 인물의 배경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 시 ‘서동’의 예를 든다면, 선화공주와 맺어진 설화의 시간부터 무왕 재위 기간은 물론 백제사의 긴박했던 상황들을 축제의 차원에서 검토하는 작업이 몇 년 안에 쉬이 이뤄질 부분은 결코 아니다. 그래서 현재 관주도의 서동축제는 눈앞의 성과에 급급해 한다면 성공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서동축제의 암울한 현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 정녕 되도 않는 축제를 다른 곳에 양보하고 새로운 축제로 대체해야 할까?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 없겠지만, 백번을 양보하여 시가 새로운 대체 축제를 내놓는다고 하여 성공하란 보장이 전혀 없다. 현재의 익산시나 문화재단의 문화 행정 역량으로 본다면 더욱 그렇다. 또다른 예산 낭비의 오명을 감당하고 책임질 자신이 있다면 말리진 않겠다. 그렇게 된다면 차라리 서동축제를 작은 규모나마 주민들이 주도하도록 내버려 두는 게 낫다. 처음 밑바닥부터 축제를 다시 설계하여 시작할 수 있게 말이다.



서동축제의 지체 혹은 정체 현상은 앞서 언급한 인물 축제의 어려움보다는, 익산시 축제 행정의 무능력에 훨씬 더 책임이 있다고 본다. 중심인물과 연관한 축제 장소를 마다하고 집객과 행정 편이만을 생각하는 근시안, 관의 과도한 개입, 축제 전문 인력의 부재 등이 현재 서동축제가 위기에 처한 주요 원인이다. 이러한 난맥상만 어느 정도 해결한다면, 천혜의 문화유산을 충분히 활용하여 ‘대박’까지는 아니더라도 평균 이상의 축제를 꾸준히 치를 거라고 확신한다. 문제는 외부에 있던 게 아니라 내부, 그것도 가장 우리 안의 중심에 있던 셈이다.



하지만 먹구름으로 가득한 서동축제의 운명은 낙관할 수 없다. 그나마 당위를 넘어 축제에 진정한 애착을 갖는 시민들의 노력과 분투에 기대를 걸 뿐이다. 그렇게 견디다 보면 언젠가 흥겨운 서동축제의 날들이 오겠거니 하면서 말이다. 올 추석에는 쌍릉이라도 가서 약소하나마 술 한 잔 올려야겠다.

 

글 : 권오성 (문화평론가)

 

 

 

- 이글은 익산참여연대 소식지 참여와자치 72호에 실린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