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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이야기 마당

[지역사회와만남] 청년 김혜지

지역사회와 만남

청년 김혜지 “수국 닮은 아름다운 그녀” 직장인을 만나다

 


부산태종대 - 하트 수국옆에서

 

14년 전 봉사활동을 하면서 오늘 소개할 청년을 만났다. 당시에는 쌤과 혜지학생 이었는데 좋은 인연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다더니~~ 밝게 살아가고 있는 4년차 직장인으로 소개하게 되어 매우 자랑스럽다.


힘든 세상 같이 잘 삽시다.

환하게 웃으며 시원하고 털털하게 너스레를 부린다.



가족 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황등 농협에서 진경여중 방향으로 가다보면 행정구역은 군산으로 들어가는데 생활권은 익산인 곳에서 살고 있어요. 저희 가족은 다정한 엄마, 화끈하신 아빠, 예쁜 여동생 둘이이구요. 자매 셋 모두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태어났어요. 저는 고등학교와 대학교 모두 기숙사에 있었기 때문에 7년 정도는 부모님과 떨어져 지냈고요. 아빠는 부모님에게 20살에 농사일을 물려받아 40년 가까이 농사일만 하고 계시고, 엄마는 황등에서 10년 넘게 세차장을 운영하시다가 지금은 아빠를 돕고 계세요. 매년 5-6월정도 되면 일손이 부족해 저희 세 자매가 부모님을 꼭 도와드려야 할 정도에요.



봉사를 하게 된 계기와 봉사를 하면서 느끼는 점은 뭔가요?

중학교 다닐 때 학원 선생님께서 벽화그리기 봉사활동에 한번 나와 볼래? 라고 권유하셨어요. 해볼 수 없었던 새로운 경험이라 친구들과 함께 참여를 했었어요. 그때는 서툴러서 그림을 잘 그리지는 못했지만, 그냥 신나고 좋았어요. 봉사활동 자체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각자의 역할을 하면서 어떤 결과물이 나왔을 때 바라보는 성취감 같은 것~ 어렸을 때 영향도 좀 있는 것 같아요. 작은 마을에서 크고 자라면서 이웃이 서로 돕고 잘 지내는 것이 자연스럽게 저에게 그런 만족과 기쁨을 안겨준 것 같기도 해요.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직업으로 선택한 이유는?

고등학교 때 한비야 작가의 책을 읽었어요. 그걸 보고는 유니세프에 관심이 생겼어요. 외고를 나왔기 때문에 언어에 관심이 많았고...잘 하면 내가 원하는 일을 할 수 도 있었겠지만, 한 번에 원하는 대학을 가진 못했죠. 부모님의 지원으로 1년간 서울에 가서 열심히 공부를 했었어요. 그 과정에 꿈을 다시 한번 고민했죠. 저의 간절함으로 “나는 사람들이랑 같이 잘 살고 싶어 했어. 같이 잘 살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뭐지?” 끊임없이 생각한 끝에 나왔던 결론이 사회복지였어요. 3개 지원했던 곳 중 충남대에 다니게 되었고 2015년도에 졸업했어요. 몇 개월의 휴식을 가진 뒤 직장을 구하게 되었어요. 저는 지금 군산에 있는 복지관에서 일하고 있는데요. 2016년 2월부터 일을 시작해 올해 4월부터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었어요. 제가 다니고 있는 복지관을 첫 직장으로 선택했던 가장 큰 이유는 “섬김과 나눔의 복지적 생태공동체-모든 사람이 자신의 타고난 재능으로 이웃을 돕고, 자신의 약함은 이웃의 도움으로 보완되어 모든 면에 온전함으로 살림을 영위하는 복지세상” 이라는 비전이 제가 추구하는 삶과 원하는 방향이 비슷했기 때문이에요. 당시에 조언해 준 선배 언니도 그 복지관에 가면 첫 습관은 제대로 배울 수 있겠다고 해줬거든요. 일을 시작하면서 만났던 첫 번째 상사께서도 저의 열정을 보시고 도움 되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어요.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되면서 달라진 점이 많았나요?

어디에서 근무를 하든지 사회복지 업무 자체가 주는 보람은 크다고 봐요. 속상하지만 제도적, 구조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분위기나 차별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희망보다는 좌절을 할 때도 있었고요. 어렵게 시작했고 매 순간이 쉽지 않은 현실이지만 생각과 마음을 다시 되새기면서 미래와 꿈을 계속해서 잊지 않으려고 했어요. 직장 동료들의 조언도 저에겐 큰 도움이 되었어요. 마음을 내려놓고 여유를 가지면서 일하다 보니 좋은 일들도 많이 생겼고요. 제가 깨달은 사회복지의 큰 교훈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일하는지에 따라 질이 달라진다는 거예요.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제가 배우기도 하고 다른 이에게 도움을 주는 과정이 저와 제가 일하는 곳에 좋은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아요. “당연하게 여기지 않기”는 제가 요즘 모토로 삼고 있어요. 감사의 마음으로 하루하루 성실하게 일하고 있어요.

 

우리동네에서 발견한 매화꽃밭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뭔가요?

행복이에요.ㅎㅎㅎ 나라가 정의로울 때, 주변이 평화로울 때, 같이 일해 뭔가를 하나씩 이뤄나갈 때 등등 사소한 것도 행복으로 연결하는 편이에요. 어떻게 행복한지가 중요하죠. 평소에도 힘든 게 별로 없었는데, 최근 직장에서 어려움이 생겼는데 그 일을 통해서 공감할 수 있는 마음이 생겼어요. 기관에서도 어려움을 함께 책임지려고 하는 부분에서 고마움도 크게 가지게 되었고요.



청년으로 살면서 힘든 점은 있나요?

청년과 직장인으로 저와 저의 세대가 요즘 받는 오해가 있어요. 어른들이 봤을 때 “참 이기적이고 개인주의적이다” 라고 이야기를 해요. 개인의 행복을 더 생각하는 것이 잘못된 것인지 좀 억울 부분이에요. 제가 읽었던 개인주의적 성향이라는 책에서 작가는 본인이 개인주의적 성향이라고 선언해요. 내용 중 합리적 개인주의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공동체에 대한 배려 사회적 연대와 공존한다. 자신의 자유를 존중받으려면 타인의 자유도 존중해야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또는 건강하지 못한 청년들이 개인주의(이기주의)를 오해할 수 있겠지만 나쁜 것은 아니거든요. 저는 “타인도 행복해야 나도 행복하다”라는 개념으로 와 닿았거든요. 사회의 부조리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는 청년들도 많이 있거든요. 우리가 어떤 행동이나 태도를 할 때 비협조적으로 보이는 거예요. 저희들에게 잘 알 수 있도록 설명해주시면 느껴서 움직이고 연대하거든요. 어떤 기회가 되었을 때 꼭 어른들에게 다 그렇게 사는 것만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요..



청년들의 워라벨?
제가 지금은 운동을 하고 있어서 친구들과는 전화나 문자로 주로 이야기 하고 있지만, 그전에는 일주일이 모임과 친구들과의 약속으로 꽉 차있었어요. 부모님 도와드려야 할 때 빼고는 주말되면 매주 여행을 다니고 있고요. 1년에 한번은 해외여행도 다니려고 하고요. 지금 저에게 가장 좋은 건 단짝 친구들과 나누는 수다인데요. 서로 위로와 의지도 되고 에너지가 되는 것 같아요.

 

 

아원고택 - 해맑순이

 


스물아홉 결혼에 대한 생각은?

아빠한테는 “포기해” 라고 말도 한 적이 있는데요. 제 이상형은 가치관이 비슷하고 저에게 웃긴 사람이에요. 제가 눈이 높은 건지? 소개팅도 해봤는데 좀 괜찮다 싶다가도 만나다 보면 제가 좋은 하는 것들에 대해 포기가 안 되는 거예요. 그만큼 감정이 깊지 않은 거겠죠. ㅠㅠ 부모님은 조바심을 내시는데 저는 아직 느긋해요. 참참~~



이루고 싶은 목표?

작은 책방, 숲 해설사 공부, 그리고 제가 하는 일과 연관된 것인데요. 진짜 안쓰러운 분들과 상처가 깊으신 분들이 많아요. 이런 일도 있을까? 가장 낮은 곳에 있는 분들과 함께 그분들의 강점을 발견해서 직접 움직이게 만들고, 어두운 동네를 밝게 만들고 사람들이 관심 가질 수 있도록 그런 변화를 이끌어 내는 일을 하고 싶어요. 마지막 하나는 행복한 유럽 할머니(7-80대 제 모습)라고, ㅎㅎㅎ 그냥 어떻게 살아야 이렇게 될지 모르겠는데 제 노년을 생각했을 때 창가 흔들의자에 앉아서 안경 걸치고, 초를 들고 왔다 갔다, 책을 읽다가 스르르 잠들었는데 아이들 노는 소리에 깨서 호두파이 하나 먹고 가라고 말하는 할머니, 그런 풍경속의 사람. 그런 풍경 속을 즐기는 사람이요.ㅎㅎㅎ



내가 생각하는 사회 그리고 어른은?

제가 바라보는 사회의 모습은 억울한 사람도 없고, 다 같이 행복할 수는 없어도 이 세상에 나 혼자 사는 게 아니구나~ 문제가 생겼을 때 누군가 한명은 내 옆에 있구나~ 함께 살고 있구나~ 내가 그 누군가의 마지막 한명이 되고 싶어요. 진짜 어른이 되기 위해서 끊임없이 고민하는 사람이 내가 생각하는 어른이에요. 경험도 많고 편견도 있을 수 있겠지만 어른도 실수 할 수 있으니 사과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해요. 저도 어쩌다 청년인걸요. 책도 읽고 일기도 쓰지만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저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해요. 책모임 하면서 저를 쉬게 하기도해요. 그렇지만, 모임도 의무감과 무게로 다가오면 뭐든 내려놓고 쉴 수 있는 용기를 가지려고 해요. 꼭 필요한 것 같아요.


 

서천금강랜드 - 나혼자 신남

 

그녀의 인생은 한줄기를 타고 내려오는 듯하다. 성장하면서 경험했던 소박한 삶들이 자연스럽게 감정으로 쌓이고 치열하면서도 열정적으로 도전하면서 꿈을 키우고 있다. 힘들면 쉬면서 여행도 즐기는 평화로운 삶. 실천도 습관이 되지 않겠어요?

 

지역사회와 만남은 87호 소식지부터 시도한 콘텐츠입니다. 새로운 관계를 맺고 그 인연을 지속하면서 함께 지역에서 잘 살아가고자 하는 노력인 셈이죠. 첫 번째 주제는 청년입니다. 궁금합니다. 청년은 우리가 주목하고 응원하고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입니다. 현실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오롯이 담았습니다. 생각과 믿음을 함께 느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