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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읊다. 11월 책마을 후기



2011년 11월 책익는 마을 출발

매월 둘째 주 수요일 저녁7시, 커피플라워 남중점에서
그리운 사람들을 만나다.



꼬박 문을 두드리고 함께해온 지 8년이 되는 올해.



노래 부르듯 시를 읊다.


시의 사전적 의미는 정서나 사상 따위를 운율을 지닌 함축적 언어로 표현한 문학의 한 갈래이다.
독자들 마다 좋아하는 장르가 다르다 보니 시를 별로라고 하는 분들도 있는데 이달에는 시와 가벼운 마음 품고 어제 만났다.



본인의 자작시를 직접 소개해주신 분도 있었지만

추억, 인생, 아픔, 사랑, 고뇌, 삶, 오늘, 가족, 생활 등등 수많은 이유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공감과 회상하도록 만드는
심열을 기울인 시들이 소개됐다.



여러 말보다 오늘은 시로 어제를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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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김순옥 레인비님은 2014년 청사초롱 중에서




시 김순옥



잠시만 내려놓자


발아래 놓은 낙엽이




낙엽위에 놓인 시간들이
붙들고 놓지 않더라도



잠시만

아주 잠시만 내려놓자



누군가 찾아와

함께 있어 달라 애원해도



조금은

아주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그렇게
그렇게 내려놓자



마음속에 갇혀 있는 마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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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전현주 알사탕님은 강 같은 세월 중에서



강 같은 세월


시 김용택



꽃이 핍니다


꽃이 집니다


꽃 피고 지는 꽃


강물입니다


강 같은 내 세월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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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 김명인 커플님은 맛있는 시 중에서



진미 생태찌개


시 고두현



마포 용강동 옛 창비 건물 맞은편에

진미 생태찌개집이 있는데요


일일이 낚시로 잡아 최고 신선한 생태만 쓴다는

술 마신 다음날 그 집에 사람들 모시고 가면
자리 없어 한 시간쯤 기다렸다 먹기도 하는데요



한 사람은 거참 좋다 감탄사를 연발하고

또 한 사람은 아무 말없이 숟가락질 바쁘고
다른 한 사람은 감탄사와 말없음표 번갈아 주고받다
이 좋은 델 왜 이제야 알려주느냐고
눈 흘기며 원망하는 집이지요



가끔은 생태 입에서 낚싯바늘이 나오기도 한다는

그 집 진미 생태찌개처럼
싱싱하고 담백하면서 깊은 맛까지 배어나는



한 사람이 그 양반 참 진국일세 칭찬하고

또 한사람이 아무 말이 필요 없는 사람이라 하고
다른 한 사람은 왜 이제야 만났느냐고 눈 흘기는
그런 사람이 바로 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그 집을 저는 아주아주 좋아합니다.
- 시집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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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 김란희 모지라니님은 꽃을 보듯 너를 본다 중에서



끝끝내


시 나태주



너의 얼굴 바라봄이 반가움이다

너의 목소리 들음이 고마움이다
너의 눈빛스침이 끝내 기쁨이다



끝끝내



너의 숨소리 듣고 네 옆에

내가 있음이 그냥 행복이다
이 세상 네가 살아있음이
나의 살아있음이고 존재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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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이영섭 쫄심님은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상이었지 중에서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시 정채봉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시간도 안 된다면
단 5분
그래, 5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 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한 번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 내어 불러보고
숨겨놓은 세상사 중
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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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황인철 터미님은 박노해의 희망찾기-오늘은 다르게(1999) 중에서



너의 하늘을 보아


시 박노해



네가 자꾸 쓰러지는 것은

네가 꼭 이룰 것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지금 길을 잃어 버린 것은

네가 가야만 할 길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다시 울며 가는 것은

네가 꽃피워낼 것이 있기 때문이야



힘들고 앞이 안보일 때는

너의 하늘을 보아



네가 하늘처럼 생각하는

너를 하늘처럼 바라보는



너무 힘들어 눈물이 흐를 때는

가만히 네 마음의 가장 깊은 곳에 가닿는
너의 하늘을 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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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이석근 삼류님은 이도령의 어사시(御史詩)
(이도령이 전라도 암행어사로 남원에 당도하여 신임 남원부사 변사또의 무모한 학정을 고발하는 詩)


金樽美酒千人血 금준미주천인혈

금술통의 맛좋은 술은 천백성의 피요.



玉盤佳肴萬姓膏 옥반가효만성고

옥쟁반의 좋은 안주 만백성의 기름이로다.



燭淚落時民淚落 촉루락시민루락

촛불이 눈물 흘릴 때 백성의 눈물 떨어지고,



歌聲高處怨聲高 가성고처원성고

노랫소리 높은 곳 백성의 원성 또한 높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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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사람이 읊조리고~ 다른 사람은 듣고~
애달프고, 가엽고, 안쓰럽고, 사랑스러운 우리의 하루를 토닥 위로합니다.
나이 먹어서는 뭐니뭐니해도 따스함이 전해오는 사람이 참 좋습니다.


12월 책익는 마을 정기모임 안내

주제 : 송년모임과 내년 1월 ~ 3월까지 도서선정
준비 : 선물하고 싶은 책 1권
일정 : 12월 11일(수) 저녁7시, 영등동 7번가 생고기

                                         (익산시 고봉로 28길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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