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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을 위해 조국을


이미지 출처 : 한겨레 신문
사법적폐청산 범국민 시민연대 주최 7차 촛불집회가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려 참가 시민들이 ‘정치 검찰 물러나라' 등의 손팻말을 들어올리며 검찰 개혁촉구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조국을 위해 조국을...


글 전현주 1)



 두 달째 조국 장관 임명 사태로 온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평범한 직장인인 내가 어쭙잖게 평론 할 주제는 못되고, 느낀 점을 말하려 합니다. 기사가 2만 건이 넘어서니 진실을 알기도 힘들고, 가짜뉴스를 판별할 여력이 없습니다. 조국 장관 관련 기사가 무차별적으로 쏟아져 나오니, 기사 제목만 보는데도 멀미가 납니다. 나뿐만 아니라 국민들 모두 피로감을 느낍니다. 대통령 주치의 추천 로비 같은 묻지마식 근거 없는 기사들이 양산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처하는 청와대와 민주당도 언론의 총공세에 밀리는 형국이라, 시시비비를 가리는 게 힘에 겨워 보입니다.


 이번 일을 겪으며 조국 장관한테 실망한 점도 있습니다.

강남 상류층과 별로 다르지 않은 수십억 재산가이고, 재산증식과 자녀 교육에 열성인 조국 장관에게 거리감이 생겼습니다. 나는 어설프게 농민운동한다고 시골에서 25년 농사짓다가 쫄딱 망해서 길거리에 나앉은 좌파 부스러기입니다. 가난한 나처럼 386운동권들이 상류층에 진입한 경우는 드문데 조국 장관은 강남 좌파라는 별명이 생길정도로 계급이 다르다고 느껴집니다.  시골 아줌마인 내가 강남의 치열한 대입전략을 다 이해하기 힘들었고, 강남의 특권층만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을 조국 장관 딸이 받은 일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습니다. 내가 노후대책은 커녕 자식에게 빚만 남겨 줘야 하는 현실에 좌절하면서도, 적극 지지했던 조국 장관의 개혁과 정의가 다소 빛바래 보입니다.


 그러나 검찰과 자유한국당에 대한 분노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장자연 사건이나, 김학의, 검찰 내부 고발 같은 사건은 몇 년이 지나도 묻어두던 검찰이 유래 없는 대대적인 압수수색으로 조국 장관 일가를 털고 기소를 남발하고 있습니다. 세월호때보다 더 많이 압수수색하는 검찰의 재빠른 기동력에 놀랍기만 합니다. 검찰은 조국장관의 범죄사실이 분명하지 않은데도 청문회 전부터 압수수색을 단행했습니다. 대놓고 조국장관 임명을 반대하는 검찰의 모습은 기소권과 수사권을 독점하는 무소불위 권력을 필사적으로 지키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 같습니다.
검찰은 조국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며, 형법에 명시된 무죄추정의 원칙과 피의사실 공표금지를 계속 위반하고 있습니다. 검찰이 언론을 통해 피의사실을 확대 재생산하는 것은 국민들이 피의사실이 확정된 것처럼 오해 할 소지가 크므로 강력히 제재해야합니다. 박근혜 국정논란 때는 이의 제기 안했던 거라 겸연쩍지만, 이번 기회에 반드시 바로잡아야 합니다.


 물론, 자유한국당은 검찰보다 한 술 더 뜹니다

장관의 자질이나 업무철학이 쟁점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조국 장관의 이혼한 제수씨 거취까지 따지는 자유한국당의 신박한(?) 의혹제조는 쉼 없이 계속 되고 있습니다. 조국 장관 딸의 고등학교 영어성적까지 트집을 잡는 자한당의 추태에 항간에는 “조국의 딸이 후보인가?” 하는 농담이 떠돕니다. 청문회의 주요 논쟁이던 권력형 비리, 음주운전, 논문표절, 부동산 투기, 이중국적 등 결격사유가 없는 조국 장관을 결사반대하는 자유한국당의 행태는 검찰 개혁 후 다가올 단죄를 피하려는 꼼수로 추측됩니다. 삭발 쇼까지 한 자유한국당은 조국 장관 사퇴로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겠다고 표명합니다. 자유한국당도 민주주의를 외칠 만큼 민주주의가 정착되었다는 증거라는 어느 유명한 스님의 말씀이 생각나 헛웃음이 납니다.
 
 노무현 대통령 퇴임 전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명분에 혹해 국민들은 이명박 정권을 선택했습니다. 이명박 패거리가 각종 이권에 강력하게 개입하고, 사대강 사업으로 강산이 훼손되는 걸 쳐다만 봤습니다. 검찰이 이명박 정권에 아부하기 위해 논두렁 시계 사건을 조작했을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켜드리지 못했습니다.
나는 박근혜의 악행을 촛불로 물리치고 만든 문재인 정부가, 조국 사태로 인해 또다시 자초될까봐 겁이 납니다. 적폐세력이 정권을 다시 잡는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 돼서는 안 되는데 자꾸 불안합니다. 자유한국당이 원하는 대로 문재인 정부가 몰락할까봐 두렵습니다. 우리가 3년 전 정의를 위해 촛불을 들었을 때 적폐세력이 끝까지 반발했던 것처럼, 우리도 잘못된 길을 고집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됩니다.


 조국 장관은 국민들께 실망감을 드린 일은 죄송하지만 검찰개혁을 위해 묵묵히 일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미친개처럼 집요하게 조국 장관을 물어뜯는 검찰과 자유한국당 때문에 검찰 개혁이 순조롭게 진행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흑백논리처럼 답이 정해지면 좋으련만 검찰의 권력욕, 자유한국당과 청와대의 힘겨루기, 언론의 일방적 보도, 진로를 못 정하고 방황하는 진보 등 여러가지 변수로 점점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이 지나한 싸움에서 검찰이 지면 노무현 전 대통령도 실패한 검찰개혁이 시작될 것 같고, 검찰이 이기면 문재인 정부는 큰 타격을 입을 것입니다.


 일본 경제 침략, 경제 민주화, 남북협력 등 시급한 현안이 많으니, 조국 장관 사건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는데 재판까지 갈 것 같습니다. 민주주의 실현에는 장애가 너무 많아 참 고단하고 험난한 여정이라는 걸 새삼 통감합니다. (2019.9.23)


1) 미모에 만족하지 않고 글쓰기에 도전 중입니다. 글쓰기 알바로 소박하게 빌딩 건물주가 되고 싶습니다.


* 이 글은 익산참여연대 소식지 (참여와자치 88호) 회원글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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