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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이야기 마당

[지역사회와만남] 청년 왕소정

 

소녀같은 청년 왕소정씨를 만났습니다.

사랑가를 맛깔나게 부를 수 있고,
악기도 배우고, 배구부 활동도 하고,
남편의 김치찌개를 제일 좋아하는 그런 사람 여기 있습니다.

 

 


누구나 행복하기 위해 산다. 자신의 행복이 가장 중요하다. 얼핏 들으면 이기적인 생각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뭔가를 할 수 있는 힘은 행복에서 출발하니까~ 상대를 즐겁게 하는 밝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서 인터뷰 내내 넋을 놓고 바라봤다.



가장 맛있고 좋아하는 한국 음식이 있나요?

외국인들이 가장 손꼽는 한국에서 제일 유명한 삼겹살(?)과 남편이 끓여준 김치찌개가 제일 맛있고 좋아요. 저도 한국음식 중에서 계란말이, 미역국, 김치찌개 정도는 잘 끓이지만, 남편 손맛을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는걸요.



짧지 않는 시간~ 한국에서 산지 10년이 되었네요.
가족소개 좀 부탁드릴게요
.

중국에서 남편을 소개로 만났고요. 결혼 해야겠다 맘먹은 뒤 한사람만 믿고 따라 한국에 들어왔어요. 결혼 후 바로 아이가 생겨 10살 아들과 5살 딸을 둔 평범한 엄마이고요. 듬직하고 성실한 남편과 친정 부모님이 지금은 한국에 계셔서 여섯 식구가 오순도순 어양동 아파트에 살고 있어요.



남편의 도움으로 큰일을 넘겼다고 했는데, 무슨 일이 있으셨던 거죠?

저는 예전부터 아버지가 호흡도 불편해하시고 힘든 일은 못하셨는데 몸이 허약해서 그런 줄로만 알았었어요. 남편의 권유로 한국에서 건강검진을 하시게 되었는데 큰 병이 있으신 걸 발견하고, 치료를 하셨어요. 그때만 생각하면 속상하고 아찔해요. 잘 치료받고서 지금 함께 지낼 수 있는 것도 남편의 헌신적인 도움과 배려 덕분에 가능한거고요. 말로는 다 표현이 어려울 만큼 좋은 사람을 만나서 고맙고 행복해요.



판소리를 배우게 된 계기가 있나요?

집에서 가까운 부송복지관에서 다양한 다문화 활동들이 많았어요. 직접 참여해서 배우고 경험하고 봉사하면서 지냈는데요. 복지관 활동 프로그램으로 한국의 전통문화인 판소리를 배워보고 싶어서 알아보다가 익산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계시는 이다은, 김광심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고요. 어느덧 횟수로 4년이 다 되었네요. 제가 호흡과 실력은 상당히 부족하거든요. 두 분 선생님께서 그동안 소중한 기회를 만들어주신 덕분에 쑥스럽지만, 무대 위 여러 사람들 앞에서 배웠던 기량을 맘껏 뽐내보기도 했어요. 그런 경험들이 쌓이다보니 기쁨과 만족감은 대단히 컸어요. 제겐 고마운 분들이에요. 초등학교에 다니는 큰아들도 판소리보존회 익산꿈나무 우리소리 합창단에서 2019년 1년 동안 꾸준히 공부를 했어요. 매주 토요일 혼자서 버스를 타고 다녔고요. 의젓하고 씩씩하게 다니는 모습이 기특하고 자랑스러워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큰 결심을 했지만, 새로운 문화 환경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한국에 살면서 가장 어려웠던 건 뭐였어요?

누구나 낯선 곳에 가게 될 때 가장 큰 두려움은 언어가 장벽이 될 때 일거에요. 모든 게 말이나 글로 해결해야 하는데 못하니까 남편만 의지할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소극적이고 집에만 있게 되어 우울해지거든요. 제 생각엔 음식도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아지고요. 본인의 의지와 노력만 있다면 얼마든지 원하는 만큼 배우고 경험할 수 있거든요. 언어만 된다면 특별히 어려울 게 없는 것 같아요.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라, 두려워 하기보다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성격이 이럴 땐 플러스가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문화적 차이 때문에 한국에서 겪었던 잊지 못할 경험이 있나요?

10년 정도 되니 솔직히 제가 느끼기엔 무뎌진 부분이 정말 많아요. 결혼 초에 남편과 같이 병원에 갈 때면 간호사들이 한국 사람들에겐 나이가 어려도 존댓말을 하는데, 저에게는 무시하는 투로 이야기 할 때 남편의 해석은 다른 나라 사람이라서 그러는 거라고요. 그리고 또박또박 말을 한다고 해도 아직 언어 전달이 정확하지 않다보니 상대방들이 저를 배려한다고, 말을 하고 있는 중간에 뭔 말인지 안다고 말을 끝까지 듣지를 않아요. 그래서 하고 싶었던 말도 끝까지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어요.(ㅠㅠ) 얼마 전에 딸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가려고 택시를 탔는데 아이가 뒷자리에서 발길질을 하니 기사님이 버럭 화를 내시며 아이를 다그칠 때는 속이 많이 상했어요. 모든 게 언어로 전달되다 보니까 한국 사람들에게 친절함까지도 바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살면서 피부로 느끼는 차별이 있는지?

익산 시장님이 익산시의 얼굴이지 않나요? 2019년 6월 그런 일이 있었을 당시엔 다문화 이해 부족이라고 간단히 생각했지만, 인터넷 기사 등을 살펴보면서 한국 사람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많이 있었어요. 자기가 태어난 곳에 살지 않고, 다른 나라에 살게 되는 것 역시 각자의 상황에 따라 살고 있는 것뿐이고, 수많은 혜택을 모두가 누릴 수 있는 게 아니라 조건에 따라 지원받을 수 없는 경우도 많거든요. 수동적인 자세로 받기만 하는 게 아니라 부족하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동등하게 살아가고 있는 부분을 이해하거나 인정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도 복지관, 동사무소, 다문화지원센터 등을 통해 공부하면서 배웠던 다양한 경험들을 자원봉사를 통해서 다시 나누는 일에 아이와 열심히 참여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다문화 가족 등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전환도 필요하고요. 인구감소 문제로 어려워하는 현실에 다문화 인구가 자치단체에 얼마만큼 기여하고, 함께 살아가야할 존재인지 포용력과 인권적인 감수성이 높아졌으면 해요.



이웃들이 어떻게 바라보고 생각하면 좋겠는지?

다른 문화도 그대로 받아들여줬으면 해요. 저는 성인이 되어 새로운 곳에 와서 살아갈 환경만 바뀐 거잖아요. 많은 부분이 바뀌어 어려움이 있는 것도 인정해 줬으면 해요. 사회에서도 좋은 점을 서로 나누고 더불어서 함께 살아갔으면 해요. 저희 남편도 10년이 지났지만 중국말을 아주 잘하지 못해요. (ㅎㅎㅎ) 그래도 대화는 잘되고 있어요.



앞으로의 계획이나 꿈 (이루고 싶은 목표)

아이들은 너무 욕심내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옆에서 자연스럽게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지원해주는 것이고요. 간혹 아르바이트는 했었어도 직장생활을 시작한지 1년이 아직 안 되었지만, 이 일도 재밌게 하면서 앞으로도 꾸준히 배워서 잘 했으면 하고요. 어느 정도 아이들이 크고 나면 한적한 주택으로 이사를 가서 꽃과 동물들도 키우면서 여유롭게 나이 들고 싶어요. 또 하나는 김광심 선생님께서 공모에 선정되거나 후원을 받아 우리 다문화 판소리 합창단 단원의 고향을 돌며 판소리 공연을 하고 싶다는 말씀을 자주 하시는데 꼭 그렇게 되면 좋겠어요. 제가 판소리로 할 수 있는 것이 많거든요. 춘향가 중 사랑가를 혼자 부를 수도 있고 입체 창도 할 수 있고 그 외에 돈타령, 남도민요 그리고 이다은 선생님께서 작곡하신 익산 사랑가, 더하여 아들이 판소리 합창단에서 북과 소리를 배우고 있으니 아들이 치는 북소리에 맞춰 소리를 할 수도 있고요. 함께 배우는 단원들과 함께 더 많은 것을 보여 줄 수 있을 테니 빨리 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고향 떠나 어떻게 사냐고 늘 걱정하는 친지들과 친구들에게 이렇게 잘 살고 있다고 보여 주고 싶어요. 예쁜 한복입고 행복하고 즐겁게 공연하는 내 모습을 보고 내 친구들이 익산으로 시집 와 같이 살면 더 바랄게 없어요.(하하하)


 

* 2019년 12월 24일 커피플라워 남중점에서 인터뷰 중



여성들은 스트레스 받거나 힘들 때 기본 수다를 떨죠. 소정씨도 역시나~ 큰아이와 매주 토요일 오후에 다문화가족센터 다문화가족음악단에서 악기를 배워 가족봉사단 활동도 즐겁게 하고 있대요. 소확행을 실천하고 있는 짱짱짱~ 아름다운 삶을 마니마니 응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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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와 만남은 87호 소식지부터 시도한 콘텐츠입니다. 새로운 관계를 맺고 그 인연을 지속하면서 함께 지역에서 잘 살아가고자 하는 노력인 셈이죠. 첫 번째 주제는 청년입니다. 궁금합니다. 청년은 우리가 주목하고 응원하고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입니다. 현실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오롯이 담았습니다. 생각과 믿음을 함께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 이글은 익산참여연대 소식지 참여와자치 89호 지역사회와 만남 - 청년을 만나다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