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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이야기]아니~ 아니 노지는 못하리다.

아니~ 아니 노지는 못하리다.

김광심 회원

사)한국판소리보존회 익산지부 사무장

 

 

 

봄이 오면 겨울 가고 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듯

너와 나 우리 만남의 새싹이 올라와 사랑 꽃 피고 사랑 노래 들려오니

이곳이 지상 낙원이라. 얼씨구절씨구 지화자 좋네. 아니 노지는 못하리라.

 

생이 기쁨이라면 병이 생긴 것도 기쁨인가?

생의 기쁨만을 노래하기에는 너무 많은 것을 알아 버린 육십 늙은이는 그저 아니 놀 수 없다는. 그 한 소절에 마음을 실어 위안을 삼는다.

 

실제로 2018년부터 지금까지 거의 매일 아니~ 아니 노지는 못하리다. 로 시작하는 경기민요 창부타령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러면서 말했다 여기서 논다. 는 말은 모든 일을 말합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남편이 먼저 가서 따라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도 자식들 먹여 살리기 위해 늙은 부모를 봉양해야 해서 일을 안 할 수가 없어서 한다. 해야 한다. 아니 아니 일을 아니 할 수 없어서 하고 있다.” 라는 뜻이니 이 소리는 기쁘게 양성으로 부르는 소리가 아니고 고통스러운 현실의 애절함이 담겨 있는 슬픈 소리. 그러나 직장에서든 자영업이든 일을 할 때는 그런 표를 내면 안 되기에 그 슬픔을 억눌러 표 안 나게 웃으면서 일을 해야 하는, 그 마음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한()! 맑고 밝게 부르되 한이 실린 소리로 힘을 빼고 불러야 합니다. 라고 말했다. 그러다 지난 5월에 소천하신 친정어머님을 남원 선산에 모시고 온 그 다음 날부터 1212일 창부타령완창발표 준비 중인 선생님과 장구를 치며 전통성악발성과 호흡 수업을 했다

 

어화~어허 야 아 아~ 아니 노지는 못하리라. 내가 늙어 백발이 된들 장유유서 뒤바뀔까 우리 내 한평생은 자식 되고 부모 되어 젊어 잠깐 청춘이면 세월 잠깐 백발 일세 청춘가고 백발이오니 그때 가서 후회 말고 부모공경 하여보세. 얼씨구나 좋다 지화자 좋네. 아니아니 노지는 못하리라.(창부타령가사)

 

아니 놀 수 없어서 어머니 선산에 모신 다음 날 노래를 부르며 놀고 있는 내가 한심해서 눈물이 맺히는데 울 수도 없다. 그 동안 수업을 못 했으니 수업을 해야 하고 내가 울면 미안해하며 수업을 미룰 텐데 그럴 수도 없다. 그런데 소리가 너무 슬프다. 이 창부타령을 서른 번도 더 들었는데 한 번도 슬픈 소리라는 생각을 못했다. 그 때 한 말은 그냥 한 말이었을까? 슬픔을 만들어 한을 만들어 불렀을까?

 

새싹 돋아 한 여름 뙤약볕에 무르익은 사랑!

가을바람 소슬할 때 떠나가니 이 일을 어이하랴!

주룩주룩 내리는 가을비에 떨어지는 낙엽 틀림없는 이별이라.

잡는 다고 잡을 수 있는 이별이라면 그게 무슨 이별이랴!

가는 임 보내는 일 죽을 일 만큼 어려울지라도

어이 하리 어리하리 아니 노지는 못하리라.

 

3개월 정도 입원하셨을 때는 빠른 쾌차를 빌었지만 중환자실에서 한 달 정도 누워계실 때는 너무 속이 상했다. 나는 평소에도 늘 두 딸에게 말 했고 어머니와도 합의를 했다. “엄마가 많이 아프거든 잘 생각해라. 치료하고 나아서 뭔가 밥값을 하고 살 수 있다면 몰라도 대소변 받아내며 살게 하지 말고 장기 기증을 했으니 임종 하게 생겼으면 바로 연락해서 하나라도 쓸 수 있게 하라고 서로서로 신신당부를 했다. 그래서 그 기준으로 엄마를 보았을까? 이제는 활동이 어려운 상황인데 자존심 강한 우리 엄마가 몸을 부리고 누워있다. 엄마가 이 모습을 이 상황을 견디고 싶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에서 임종하실 것 같다는 전화를 두 번째 받던 날, 내가 먼저 어머님께 엄마 이제 가실 때가 된 것 같아요. 이제 다 놓으시고 잘 다녀오세요.”라고 마지막 인사를 하며 어머님 손을 잡고 인사를 드렸다. 그러자 갑자기 엄청난 파동이 엄마의 손끝에서 전해온다. 엄마가 마지막 힘을 모아 나에게 그동안 고마웠고 미안했고 사랑한다. 잘 살아라. 등등의 마음을 담아 나에게 전해 주신 것 같았다. 그리고 어머님이 가셨다. 내가 어머님의 생명줄을 먼저 놓지 않았다면 지금도 살아 계실까? 잡는다고 잡을 수 있는 이별이 아니었을까? 어찌되었건 후회가 된다. 끝까지 내가 먼저 놓아서는 안 될 어머님을 먼저 보내 드린 불효! 이 후회의 마음이 당황스럽다. 박소현 선생님이 소리를 한다.

 

더더더 덩덩 더 더더더 덩덩 아니 노지는 못하리라 여보시오. 벗님네들 부모님께 효도 하소 이 세상 어느 누가 부모 없이 태어났나 하늘같은 부모님 은혜 무엇으로 갚을 소냐. 어려서는 철이 없어 부모마음 몰랐건만 이제사 깨닫고 보니 이미 때는 늦었구나. 오호 한평생 허무하구나. 인생백년이 꿈이구나.(창부타령 가사)

 

내 나이 예순 셋, 지금 가도 호상일 그런 나이인데 어머님 살아 계시던 달포 전 까지 철없는 아이였구나라는 그 사실을 이제야 깨달으며 앉아도 서서도 후회합니다. 좀 더 잘해 드릴 것을 ~ 할 것을 ~ 해 드릴 것을 후회는 후회를 낳고 낳은 후회가 또 후회를 만들어 냅니다.

거듭되는 후회를 안고 뒹굴며 아니 놀 수 없어 오늘도 거드렁거리며 장구를 치며 소리를 한다. 띠리리~~ 띠리리 리띠리띠 리 리리 아니 노지는 못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