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참여연대 이야기 마당

지출과 소비


지출과 소비



 ‘귀신에 홀린 듯하다’라는 말이 있다.
  근래 많은 사람들은 무엇에 홀린 듯 아무런 희망과 여유 없이, 시간과 돈에 쫓겨 하루가 어찌 지나는지 모른 채 살고 있다. 

  얼마전만해도 호화스럽진 않아도 가장 한명이 벌어 처자식은 물론 부모봉양도 하며 살았다. 어느 때부터인지 처는 당연히, 자식은 시간제 아르바이트(알바), 부모도 일자리를 찾아 집을 나선다. 온 가족이 아침에 나가 밤에 오니 문화는 무슨 문화고, 별 헤는 밤의 낭만은 무슨 별 따는 소리가 됐다. 그렇다고 여유가 생겼나, 저축하는 돈이 늘어났나. 아니다 더 힘이 들고 빚에 쫓기고 시간에 쫓긴다.


  인도 깊은 시골에서 언니가 도시로 시집을 갔단다. 편지 한통이 왔는데 밥은 전기솥이, 빨래는 세탁기가 하는 등 온갖 혜택을 누고 있다는 다는 내용이었다. 동생은 언니가 잘됐다 생각했고 한 없이 부러웠다. 하루는 언니 집을 찾아갔는데 어찌나 바쁘게 일하고 사는지 자기하고 이야기할 시간조차 없었다. 동생은 슬픈 맘으로 되돌아왔단다. 


  아무런 희망과 여유 없이 쫓기며 살아가고 있는 오늘을, 나는 단언하건데 내가 잘못하고 게으르고 살림을 못해서라고 인정 못한다. 이는 한국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이다. 수입과 지출의 균형이 붕괴되고 있기 때문이다. 먹고, 자고, 입고, 가르치는 일상적 지출이 수입보다 작은 구조여야 되는데, 절약할 수 없는 구조, 소비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소비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온 사회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여중생 겨울 외투를 보라. 유명 스포츠 브랜드의 비싼 수십만원짜리 안 입고 학교 갈 수 있는지를. 이 문제는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 국가가 투명하게 운영되고 정치가 안정되어있어야 하고, 지도층이 사적인 생각보다는 국민의 행복이 무엇인지 듣고 고민해야 만이 건전한 소비문화가 나오고, 대안과 정책이 나올 것이다.

  시민의 행복지수가 60평 APT, 에쿠스, 유명브랜드, 고급식당이 아닌, 20평 APT, 100만원짜리 월급자도 똑같이 존중되고 인정받고 인정해주는 사회구조를 만들어야 된다는 것이다. 돈이 돈 먹는 미국식 자본주의를 그대로 따라하며, 다 죽어도 좋고 나만 잘살면 된다는 신자유주의 무한경쟁 속에 국민을 몰아넣고, 방치해서는 안 된다.

온갖 편법, 거짓, 억압, 분열을 일삼고 개인의 재산 증식과 출세에만 눈이 멀어 공자(公職)에 공자를 붙이기에 민망스러운 일들을 해서는 안 된다.

제발 국민이 얼마만큼의 심리적 부담을 안고 사는지를 권력과 지도층은 헤아려줬으면 한다.
의사들이 ‘낙천적으로 사세요’다독거려 될 일이 아니다.
국민은 많은 병을 앓고 있다.

이장우 (익산참여연대 대표)

* 2011년 7월 11일 익산신문에 실린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