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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이야기 마당

지도력 상실한 익산, 시민은 괴롭다.



지도력 상실한 익산, 시민은 괴롭다.


한동안 시행정의 부정과 비리, 부패추문으로 감사를 받네, 수사를 받네 하며 들썩이더니 이제는 선출직 의원들로 인해 지역이 요동치고 있다.

‘먹고사는 게 전쟁을 치르는 기분’이라는 요즘, 서민들의 고통을 덜어내고 희망을 주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정치권이 분란을 만들고 있으니 익산에 ‘지도력’은 있는지 한숨만 나온다.


민선 4-5기 내내 부정비리가 속출하면서 시행정부가 보인 안이함은 자정능력의 상실을 넘어섰다. 반성과 개선의 의지조차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익산시민단체협의회가 제안하고 익산시장이 수용한 ‘시민감사관제’에 대해 딴지를 거는 익산공무원노조의 성명이 그렇다.  기왕의 감사시스템만으로도 부패를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 공허하게 들린다. 청렴서약만 해도 몇차례 했던 공무원들이다. 서약하고 말만 앞세우면 뭐하나. 반성하고 노력해서 나아지는 게 중요하지 않은가. 이제 시민의 힘으로 직접 공무원사회를 들여다보고 직접 감시하고 조사하겠다고 나서는 시민의 마음조차 헤아리지 못하는가. 사실 시민과 공무원사회가 함께 노력해서 고질적인 부정비리를 차단하자는 것이다.


문제는 익산시장의 지도력이다.

상명하복의 공무원 조직에서 수장은 익산시장이다. 대부분의 중요정책과 예산운용은 익산시장의 뜻이 반영되고 승인이 있어야 한다. 때문에  익산시장은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제때 반성하고 노력했더라면, 그러한 지도력을 발휘했더라면 지금의 상태에 이르지도 않았을 것이다. 같은 이유로 공직의 신뢰가 추락하고 시민의 자존감이 상실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지역 정치권은 어떠한가.

김병옥 전도의원의 익산농협조합장 출마에 따른 도의원사퇴와 관련하여 지구당위원장 조배숙의원이 사과하고 재선거를 치룬 일이 엊그제다. 사적이익을 쫓아 공적 책임을 등진 사람의 끝이 어디인지 보여준 사건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시의원이 지역을 들썩이게 하고 있다.
지난 해 지방자치선거에서 동산, 영등1동에서 시의원에 당선된 박종렬 시의원이 이번 원광대학교 총학생회장에 출마한 것이다.


언론에 보도된 박종렬 시의원의 주장은 이렇다.

"지역 대학의 학생회장 출마로 취업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일조할 수 있다"
"학생회장 활동도 의정 활동의 연장선상이 될 것“
"익산시와 원광대간의 가교역할을 통해 원광대생의 취업과 학교 이미지 개선,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겠다."


어처구니없고 황당한 일이지만 이 문제를 둘러싸고 온정적인 논리가 있다는 것은 더 안타까운 일이다. 그중 하나가 “학생신분으로 학생자치조직에 참여하는 것은 동창회나 로타리에 참여하는 것과 같은 것이고 법적으로도 문제는 없다”는 논리다.

사실 김병옥 전도의원도 조합장 출마가 법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농협조합장이나 대학 총학생회장은 각각의 소속원들을 위해 존재하는 자리다. 학생회장이라면 학생들의 권익과 복지를 위해 전념하겠다는 자리다. 당연히 학교에 있으면서 일상적으로 학생들과 함께해야 하는 자리다. 하지만 시민의 삶을 살펴야 하는 시의원의 역할이 학교에 있을 수는 없음이다. 원칙적으로 시의원과 학생회장을 둘 다 할 수는 없다.


회기중에 의회를 결석한 것은 시의원의 기본 본분마저 망각한 처사다.

생각해보면 시작부터 삐그덕 거린다. 익산시의회의 회기가 진행 중인데 시의원이 의회 회기를 빠지고 학교가서 회장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시의원의 의무는 시의회 회기를 지키는 것에서 시작된다.
최소한의 의무도 지키지 못하면서 무슨 시의원이고 또 한해 3500만원이라는 연봉은 무슨 염치로 받을 것인가.


이미 시의원에 당선된 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시민에게 책임이 있는 사람이니 시민에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 시의원 열심히 하겠다고 해서 뽑았는데 저쪽 가서 학생회장 한다고 하면 시민을 우롱하는 처사 아닌가. 이쪽저쪽 양다리 걸쳐놓고 이도저도 못할 거라면 포기해야 한다.


윤리를 넘어 책임의 문제다.

민주당은 뭐하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안하무인이 도를 넘어서 오만하다는 시민의 질책이 와 닿지 않는 것인지. 지난번의 사과와 반성은 말뿐이지 않은가.
당소속 의원에 대한 관리 책임을 넘어 시민의 신뢰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자 배신이지 않은가.
시의회 또한 마찬가지다. 회기에 의회는 빠지고 엉뚱하게 사익에 빠져있는 동료의원에 대해 견제하거나 바로 잡아 주려는 노력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공무원들과 대립하면서 시의회 경시풍조에 대해 항변하는 것도 제 모습을 갖추지 못한 시의원의 자화상이 반영된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일이다.


민주당이나 시의회나 제대로 된 지도력에 대한 익산시민의 기대는 실망의 연속이다.

지도력의 상실과 낡은 정치문화로 대표되는 익산 정치권의 앞날이 암울하다. 국회의원 2명이면 뭐하나. 누구하나 책임지고 나아가는 정치력과 지도력을 보이지 않는데 어디에서 희망을 찾는단 말인가.
익산시민은 괴롭기만 하다. 이제 바야흐로 선거철이다. 약삭빠르게 생색만 내고 사리사욕에 눈먼 이들을 퇴출시켜야 한다. 시민의 힘으로 새로운 지도력과 정치문화를 만들어 가는 노력에서 희망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글 이영훈 (익산참여연대 운영위원)


* 참여와자치 56호-11월 소식지에 실린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