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회원마당

작은 기준은 가정 안에서

 

 

 

작은 기준은 가정 안에서
“마주 이야기”  

 

안녕하세요. 동아리 풍물패 “마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38세의 전형적인 아줌마몸매의 하은순입니다. 주부이긴 하지만 좋아하는 작은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북아트, 인형극, 솜리생협(논습지 위원), 독서지도, 육아사이트에서 육아·교육 상담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를 항상 격려해주고 못난이 각시를 이쁜이라 해주는 남편과 재주가 많고 버릴 것 하나 없는 보석보다 빛나는 아들(태영)와 함께 연예인(열렬히 사랑해주는 두팬)이 된 기분으로 살고 있습니다.

아이가 어려서부터 가끔씩 적어본 마주이야기를 떠들러 보다가 아이들의 언어에 대해 근래에 아들과 이야기를 한 부분이 있어 글로 남겨 봅니다.   

새학기가 시작되어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에게 이런 물음을 해 본 적이 있었습니다.
- “태영아 혹시 같은반 됐다던 친구 00 있잖아!”자기네 엄마한테 전화했을 때 엄마가 전화 안 받으면 “에이 씨0년  전화 안받네...아직도 그러니?”
- 네 걔 원래 그래요. 학원 원장님이 전화 안 받아도 그래요.
- 그렇구나... 그럼 너도 욕하니?
- 아니... 난 욕은 안하지 안하려고 노력하죠.
- 욕은 안하면??? 태영인 엄마가 전화 안 받으면, 그럼 뭐라 그래?
- 응 디따 짜증나 왜 안받지...그러지요.
- 음...그래...근데...엄마가 너 뭐라고 하는건 아닌데...친구가 그렇게 자기 엄마를 욕하는 건 잘못된 거 같다라는 생각이 들어 그걸 그냥 그러려니 하고 듣고 넘어가는 것은 친구인 너도 좀 그렇다고 보는데?
- 그렇긴 한데요 엄마 요즘 몇몇 애들 다 그래요 고학년 형들은 장난 아니예요. 눈만 마주쳐도 욕부터 해요. 나도 가끔 애들이 짜증나게 하거나 내 잘못도 아닌데 우기면 욕할 때 있어요.
- 그래. 물론. 그것도 너희들이 소통하는 하나의 문화라고 인정은 하지만 엄마는 그래도 아주 기본적인 예의나 매너는 지켜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그 친구를 생각한다면 한 번쯤은 그 친구에게 “엄마한테 그렇게까지 욕하는건 아닌거같다”고 말해주는 태영이가 되었으면 하는데..엄마가 이상한가?
- 아니...음...그냥...뭐...

먼저 아이를 키워보신 선배엄마들께 들은 이야기가 정말 내 아이들의 현실이라는 생각에 다시 한 번 우리 부부가 가는 교육의 기본을 점검해 보게 하는 일이었습니다.

아이들 어릴 때 다른 부분에 있어서는 너그러운 마음이었지만, 공동체 생활에서나 개인적으로 꼭 필요한 것들은 어떠한 어려움이 생기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가르치고 지킬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예를 들어 횡당보도로 건너기, 초록불에 건너기, 쓰레기 함부로 버리지 않기, 남의 물건을 원할 때 먼저 허락을 구하기 등) 물론 이런 기본 바탕이 단단하게 다져지려면 부모와 애착형성이나 신뢰가 잘 되어있다는 전제가 먼저 붙겠지만 어른이고 엄마이기에 아이들에게 세워져야할 기본이라 생각했습니다.

저희 부부는 결혼초부터 존대어를 써서 그런지 아이도 자연스럽게 존댓말을 하는데, 주변분들이 희한해 하며 빼꼼히 쳐다보거나 새롭게 느껴진다는 말씀도 많이 하신답니다.

결혼생활 10년의 시간을 살아오면서 크게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어릴 때부터 최소한 되고, 안되는것에 대한 기본을 대화로 몸으로 보여주지 않았다면 아마도 억지로 강제로 눌렀다면 어느 시점이 되어서 터졌을 때 감당하기 힘들었을 거라는 겁니다.
어느 정도 인정되는 선이 분명하게 있어야 아이들도 선을 넘을 것인지 말 것인지를 가늠하는데 그 선을 정하거나 정해 줄 수 있는 게 학교도 사회도 아닌 ‘우리 가정 울타리안’이라고 단호하게 말하고 싶습니다.
각 가정마다 기준이 다르기에 세세하고 장황하게 늘어놓지는 못하겠지만,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하나씩 만들어갔던 작은 기준들이 아이의 삶의 기본능력을 다지는데 단단한 기초를 심어 주었다고 봅니다.

아직도 아이가 자라고 있고 엄마인 저 또한 성장하고 있는 과정이라 단언적으로 무엇을 말씀드리기는 부족한면이 있긴 하지만 적어도 옳고 그른것과 안되는것(아이와 신뢰를 쌓아가면서 함께 만들어가는 몇가지...너무 많아지면 아이를 꼼짝 못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을 부모인 우리가 제시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마음에 다시금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 봅니다.

엄마(부모)라는 이름으로 내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있다는게 참 감사할 일임을 많이 느낍니다. 더 많이 내려놓고, 더 많이 안아주고, 더 많이 격려하고, 더 많이 이해해주고, 더 많이 웃어 주는게 엄마와 아빠가 해줄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글 : 하은순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