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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두자. 가끔 그런 생각을 합니다.

 

 

거리를 두자. 가끔 그런 생각을 합니다.

 

 

이곳에서 알게 된 친구가 우울증에 걸렸습니다. 여름 내내 무력감과 피곤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더니 그것이 우울증의 증상이었나 봅니다. 늘 살갑고 다정하던 그 친구가 우울증에 걸린 원인은 작년 겨울에 눈위에서 넘어진 무릎 때문이었습니다.

넘어지면서 잘못 되었는지 연골이 찢어져서 수술까지 받았지만 웬일인지 계속 아프다고 하더라구요. 병원에서는 쉬면 좋아진다고 하는데 시골에서 무작정 쉴 수는 없는 일, 그 친구는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과수원 일을 했습니다. 그러다 다리가 심하게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수술했던 연골이 다시 찢어졌다고 하네요.



아마도 그때부터 일겁니다. 친구가 변하기 시작한 것이, 병문안을 가도 말이 없고. 웃지도 않고, 퇴원을 하고나서도 사람들을 피하고, 집안에만 있고, 결국 남편분이 병원에 데리고 가서 진단을 받아보니 우울증이었답니다.

몸은 아픈데 해야 할 일은 많고, 일을 해도 만족할 만큼 진행되지 않고, 주변 사람들과 작은 마찰이 자꾸 생기고, 작은 다툼이 크게 번져 남편과도 냉전 상태로 계속 지내다가 결국 마음을 닫아버렸다고 합니다. 다행히 지금은 약을 먹고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고 하니 머지않아 그 친구랑 웃으며 만날 날이 곧 오겠지요.



산골로 이사온지 벌써 5년째입니다. 이곳에 살다보니 이웃들의 살림살이며 이웃끼리 부대끼는 일상들이 어떤지 저절로 알게 되더라구요. 도시살이야 마음먹으면 옆집 신경 안쓰고 살아도 누가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지만 시골살이는 그렇지 않지요. 서로 바빠서 만날시간 조차 쉽지 않으니 신경 끊으면 도시보다 사람관계가 더 쉽지 않을까 싶지만 의외로 산골에서는 아주 작은 일로 감정이 상해 평생 원수로 지내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처음의 서운했던 감정이 쌓이고 쌓여서 큰 벽이 되어버린 이웃사촌들. 사람 사는 곳이야 어딜 가든 비슷하겠지요. 내 마음과 비슷하지만, 내 마음 같지 않은 관계들. 이 정도야 이해하겠지 하고 넘어갔는데 상대방은 이해하지 못하고 되려 오해를 해서 사이가 멀어지고 원수가 된 경우는 도시나 시골이나 어디든 있는 일입니다. 일관계로 만난 사람은 일이 끝나고 헤어지면 그만이지만 늘 만나야 하는 관계이거나 같이 사는 사람들인 경우는 서로에게 서로의 존재 자체가 말 못할 고통이 됩니다.


저희도 이곳에 살다보니 이웃들과 그런 일들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하더라구요. 물론 저희는 서운한 일이 생기면 상대방에게‘서운하다고’일일이 표현하지는 못합니다. 뭐 성격 때문이기도 하고 나이에 밀려서 이기도 하고 이유는 그때그때 다른데 아무튼 속시원하게 말하지 못하고 참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털어버리려고 노력합니다. 괜히 속만 상하니까요. 하지만 또 그렇게 털어버리는 것이 옳은가 하는 생각이 들때가 있습니다.



상대방은 뻔뻔하리만치 당당하게 자기감정을 표현하는데 나만 바보처럼 참는 게 맞는가 싶을때가 있으니까요. 이런 감정이 쌓이면 화병도 생기고 심하면 스트레스도 받고, 또 우울증까지 온다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조금씩 거리를 두자라는 생각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이 방법이 최선이라고는 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저희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 중 최선이 아닐까 합니다. 비겁하긴 하지만 같이 사는 가족도 한마음일수 없는데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그렇게 마음을 먹다보니 조금은 편해졌습니다.

어르신이 영농조합 문을 여시고 빵과 우유를 내밉니다. 아마도 새참을 저의 몫까지 챙겨오신 모양입니다. 이런 작은 친절이 고맙긴 하지만 살짝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이미 저의 마음에는 벽이 세워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걱정하지 않을려구요. 살면서 방법은 또 생길거고 해결되면서 살아갈거라는걸 아니까요.

 


글 : 정희진 회원 (경남 거창에 살면서 영농조합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거창에서 보내온 편지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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