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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이야기 마당

빚더미 속에서도 행복할 수 있나요?

 

 

 

<칼럼>
빚더미 속에서도 행복할 수 있나요?

- 익산 지방재정의 심각성을 보다.
      

빚이 많으면 일단 불안하다. 당연히 쓰임새도 줄이면서 빚을 갚기 위해 여러 궁리도 하고 노력하지 않겠는가..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생활고에 힘들어 하고 있는 서민들의 마음이 이러하다. 그런데 지금 서민과 중소기업만 어려운 게 아니다.

 

 

30만 시민의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익산시의 재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빚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지역은 물론 중앙언론에서조차 익산시의 부채가 위험수위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시의회와 도의회에서도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왔고, 최근에는 금강방송에서 시사진단을 통해 익산시 부채의 문제점에 대해 토론을 하기도 했다.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해소되지 못하고 남는 찜찜함은 익산시의 안이한 인식에 있는 것 같다.

 

 

문제가 무엇인지 그 내용을 따라가 보자.

 

 

익산시의 7월 기자회견에 의하면, 2013년 5월 기준으로 익산시 부채는 3,609억원이다. 이중 지방채가 1,971억이고, 민간투자비가 1,638억이다. 이는 이자비용은 물론이고 향후 부담해야할 운영비를 제외한 액수이다.
익산시의 상환계획에 비춰 이자비용을 계산해보니 2013년부터 2019년까지만 해도 총264억원을 이자로 지불해야 한다. 여기에 민간투자사업으로 부담해야 할 비용은 년 80억원에 이른다. 지방채 원금은 제외하고도 내년에만 약 100억원에 이르는 추가 지출이 예상되는 것이다.

 

 

부채의 심각성은 전국통계에서도 나타난다.
익산시 부채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안전행정부의 통계에 의하면, 2012년 기준 전국지자체 중에서 7위이고 그나마 부산과 인천 등 광역시를 제외하면 기초자치단체중에서는 4위에 이른다.

 

 

익산시는 주장한다.
“빚이 좀 되지만 갚을 수 없을 정도는 아니다. 산업단지 분양하면 충분히 상환할 수 있다.”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
산업단지 분양은 너무 저조하여 13년 분양완료시점을 2016년으로 연장했다. 분양이 순조롭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기업들이 투자를 미루거나 철회하고 있다. 또한 투자할 의향이 있다는 협약은 실제 투자계약과 달리 법적 효력이 없어 언제고 백지화되는 위험성이 있다. 익산시가 밝히는 분양율은 이런 의향서까지를 포함하고 있지만 그나마 분양율은 50%전후에 불과하다.
산업단지의 지방채만 살펴봐도 실상은 이렇다. 어찌 우려가 되지 않겠는가.

 

 

“너무도 낙후한 익산시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빚을 낼 수밖에 없다. 빚도 생산적인 사업에 투자되었기에 문제될 게 없다.”는 주장이다.

 

 

이 부분은 몇 가지를 구분해서 생각해 봐야한다.
지방채의 대부분이 산업단지에 쓰였는데, 산업단지조성이 지역경제 살리기의 핵심이 되는가이다. 전국지자체의 지방채 발행목적을 보면, 산업단지조성과 관련한 지방채 발행은 11%에 불과하다. 전국 244개 지자체 대부분은 왜 산업단지 조성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 걸까? 산업단지조성만으로 지역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지 않을까? 더욱이 경제 침체로 다들 투자를 회피하고 있는 상황이지 않은가.
호남 통계청에 따르면 9월의 산업생산은 감소하고 소비도 많이 줄었다고 한다.

 

 

민자 도로나 다리, 경전철 등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많은 지자체들이 재정 압박속에 예산낭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2,600억을 들인 산업단지 조성도 시민을 위한 것인지, 건설업자나 기업을 위한 것인지는 따져 볼 일이다. 생산적인가의 판단기준도 결국 시민의 세금을 들였으니 시민에게 도움이 되는가의 문제가 본질이다. 투자된 자본이 그 이상으로 회수되거나, 그 이상의 가치와 효과를 만들지 못한다면 낭비가 되는 것이다.

 

 

“충분히 상환할 수 있다.”는데.....
상환할 수 있는 능력여하를 떠나 상환해야 한다. 아니면 부도날 테니까. 지자체도 개인이나 기업처럼 부도가 날 수 있다. 제 능력을 떠나 돈을 썼거나 제때 갚지 못했다면 말이다. 생산적(?)인데 썼다고 빚 좀 안 갚아도 되는 것이 아니다.
익산시 부채는 익산시장이 갚는 게 아니다. 익산시민이 갚아야 한다. 시민 1인당 100만원 이상의 빚을 안고 있다. 3인가구라면 300만원 이상의 빚이다.

 

 

익산시의 재정자립도는 본예산 기준 20%다. 낮아도 너무 낮다. 한마디로 가난하다. 익산시의 수입이 늘거나 지출을 줄여야 빚을 갚을 수 있을 것인데, 수입여건이 너무 안 좋다. 일단 정부가 주는 교부금이 줄고 있다. 교부금이 줄면 또다시 빚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이미 한번 빚을 낸 적도 있다.) 뿐인가? 복지 관련한 재정 부담을 지방정부에 떠넘기고 있는 실정이니 추가부담이 예상된다.

 

 

세수도 그렇다. 취득세 인하로 지방세수는 오히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도 안좋으니 자영업이나 기업으로부터의 세수도 늘기는 어렵다. 결국 지출을 줄여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지출도 꼭 써야 할 나름의 항목이 있어 이마저 쉽지 않다. 그 유연성도 800억 수준(가용예산)에서 발휘해야 하는데, 이미 내년에만 100억 이상의 추가지출을 감당해야 하니 엎친데 덮친 격이다.

 

 

이 뿐이 아니다. 익산역 중앙지하차도와 관련하여 국토부와 협의를 했다는데 익산시가 부담해야 할 재정이 200억 이상이라고 한다. 결국 또 지방채 발행으로 빚을 낸다는 것이다. 교부금이 줄면 지방채 발행으로 때우고, 생산적인 사업이라고 지방채 발행하고..... 빚이 꼬리를 물고 있는 상황인데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렇게 안이한 판단을 하는 것인지.

 

 

어떤 면에서는 그러한 안이한 인식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시민들은 심각하고 걱정이 태산인데 정작 당사자라 할 수 있는 시정책임자는 걱정마라며, 곧 세상이 달라질 것처럼 말한다.

 

 

“일자리 10만개니 인구 50만이니...”
줄고 있는 인구 다 털어도 30만인데 무슨 일자리가 10만개씩이나...
도대체 꿈같은 말이다. 허황된 꿈.

 

 

국토교통부의 ‘전국도시쇠퇴현황’을 보면 익산은 전북에서 유일하게 심각한 쇠퇴 도시로 평가되었다. 그 기준은 인구감소, 산업쇠퇴, 주거환경악화 등이다. 익산시는 인구도 줄고 산업도 쇠퇴하고 살기도 좋지 않다는 것이다. 익산시는 기업이 늘고 고용이 늘고 시민이 행복한 도시라고 하는데...도대체 누구의 평가가 정확한 것인가.

 

 

익산시는 재정에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재정에 문제가 없었다면 이만한 부채를 만들 이유도 없었을 것이고, 설혹 부채를 지더라도 상환을 제 때 해서 애초에 이만한 부담으로 만들지 않았어야 하지 않은가.

 

 

어렵고 팍팍한 삶을 살아내는 익산시민의 어깨는 무겁다.
그 어깨에 익산시 부채라는 무거운 짐 하나 더 얹히고 싶은가?

 

 

글 : 이영훈 (익산참여연대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