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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이야기 마당

[칼럼] 익산공립단설유치원 설립문제 공론화를 위한 공공토론위원회 활동을 마치며

 


[칼럼
]

 


익산공립단설유치원 설립문제 공론화를 위한 공공토론위원회 활동을 마치며



  처음에는 단설이 무슨 뜻인지도 몰랐다. 용어조차 생소한 상태에서 지역갈등을 풀어보겠다고 뛰어들면서 근 두 달을 매어 살다시피 했다. 극단적인 대립과 갈등으로 누구도 쉽게 풀지 못 할 거라 했고, 괜히 나섰다가 곤란만 겪을 거라는 우려 속에, 그래도 누군가는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었다. 우려한대로 매사가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문제는 이렇다.

  유아교육법 시행령에 근거하여 2011년부터 익산에 독립된 공립유치원을 세우려는 교육청과 이를 막으려는 사립어린이집연합회와 유치원연합회(이하 사립 측)간의 갈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전북도의회가 여론수렴과 민원해결을 이유로 설립계획안을 유보시킨다. 여기에 익산교육청이 문제해결을 위해 중립적인 기구를 모색하여 익산공립단설유치원 설립문제 공론화를 위한 공공토론위원회(이하 공론위)를 구성한다.



  하지만 사립측이 공론위를 인정하지 않고, 논의 자체를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통합논의가 있을 2017년 이후로 연기하자고 주장하면서 평행선을 달린다. 공론위는 이해조정과 여론수렴의 객관적 관리에 역할을 한정하고, 3차례의 이해당사자 간담회와 찬반 양측간의 협의까지 진행했으나 교육청의 양보안에도 불구하고 협상은 결렬된다.



  결국 시민여론조사를 실시하기로 하고 3차례의 시민대토론회와 공보물 발송을 통해 미디어리서치를 통해 여론조사를 실시하였고, 결과는 83.1%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나타났다. 이에 공론위는 종합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를 도교육청과 도교육위원회, 각 언론사와 시민사회단체 등에 발송하고, 시민의 뜻이 찬성에 있는 만큼 이해당사자는 물론 도의회도 이를 잘 반영해 줄 것을 요청하며 그 활동을 마감하였다.



  이 과정에서 아쉬운 것은 협상은 한 차례의 협상결렬로 끝나고,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한 점이다. 사립측은 시종일관 공론위 참여거부와 집회, 피켓시위, 자체 토론회와 기자회견 등으로 공론위의 위상과 활동을 부정하며 반대활동을 계속하였다.

  민간소유의 기관이라는 특성상 사립이 처할 경영상의 곤란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원만한 합의의 과정을 차단한 것은 못내 아쉽고, 안타까운 부분이다.



  세 차례에 걸친 시민대토론회에서 시민들에 의해 제기된 문제이지만, 이해가 상충하고 갈등이 첨예한 사안에서 지역 정치권이 역할을 못한 부분 또한 짚어야 할 것이다. 참석한 시민들은“왜 이 자리에 지역 정치인이 참석도 안하는 것이냐?... 유치원설립 의결 권한이 있는 도의원이 이곳에 없는 이유는 뭐냐? 국회의원은 다 어디 갔느냐,...다음 토론회에 불러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가 제 역할을 못함으로써 시민들은 분란과 갈등에서 몇 년씩이나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는 것이다.



  지금도 익산은 이해가 상충되는 사안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공립단설유치원설립문제는 물론, 원광대학교 학생들과 원광대학병원 방문객의 교통편의성을 위한 시외버스 정류장 설치문제는 오랜 세월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동산동 하수슬러지소각시설은 공사 중단으로 시행사와 소송까지 진행 중인 상태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유독 송사가 많은 것도 지역의 아픈 현실이다.



  왜 이렇게 분란이 많고 장기화되고 있는 것인가.

여러 문제가 제기될 수 있지만 결국 소통의 문제다. 이해당사자간의 소통은 물론, 시와 시민간의 소통, 정치인과 이해당사자간의 소통 등 서로를 존중하고 쌍방의 이익을 도모하는 선에서 양보와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마음과 노력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갈등과 반목이 자리 잡고 있다. 지역공동체가 배척과 불신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서로를 배려하고 함께 가려는 화합과 상생의 문화가 절실하다. 이해와 존중, 양보와 타협으로 활력 있는 공동체를 만들어가야 한다. 윗물이 맑아야 한다고 했다. 책임 있는 분들의 자각과 솔선수범이 중요하다. 자원봉사도시 익산이 살기 좋은 공동체가 되어야지 않겠는가.

2015. 12. 9

 


글 이영훈 (익산참여연대 전 대표)

 

- 이 글은 참여와자치 73호 칼럼글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