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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이야기 마당

[기고] 잃어버린 아름다움을 찾아서

잃어버린 아름다움을 찾아서


  요새 흥미로운 드라마 하나가 종영했다. 주인공이 현실과 만화 두 세계를 오고가며 관통한다는 내용으로 평소 ‘맥락 없는’ 막장 이야기 전개로 지친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줬다. 장르의 쾌감은 적으나, 독특한 발상에 치밀한 반전으로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계속 이어가며, 그야말로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었다.



  어차피 드라마를 본다는 건 현실에서 결핍한 환상의 대리만족이긴 하다. 허나 채널을 돌리기만 해도 쏟아지는 드라마 홍수 속에서 우리나라 드라마 작가들, 아니 방송국 담당자들의 상상력은 너무나 빈곤하기 그지없다. 주류 가치들의 틀에 박힌 변주만 있을 뿐 우려먹기도 과다하면 식상함을 넘어 반감을 갖기 마련이고, 곧이어 외면하고 만다. 모험이나 참신한 기획보다는 오직 시청률과 광고만을 좇는 방송사들의 이윤 추구에 놀아나는 상황을 시청자들은 더 이상 좌시하지 않는다.



  사실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내용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는 꽤 많다. 워낙 흥미로운 소재이기도 해서 보는 이들의 관심을 단박에 끌 수 있기 때문이다. 여하간 그 이유로 여러 가지 해석과 설명이 있겠지만, 그 중 으뜸은 현실에서 찾을 수 없는 것에 대한 동경이다. 팍팍한 일상에 지친 내가 새로운 꿈을 꾸는 건 당연하다. 새로운 꿈이 또 다른 나의 현실이 된다고 상상해 보라! 거기서 당장 헤어 나올 사람은 어느 누구도 없다!



  가상 세계를 구현한 가상현실의 디지털 콘텐츠에 사람들이 매료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흔히 ‘아바타’로 표현하는 또 다른 세계의 나는 최대한 자신을 닮아야 하지만, 그 삶은 현실과 전혀 다르고 새로워야 한다. 그래서 향후 미래 산업의 중심축이 현실과 가상을 분별할 수 없을 정도의 기술력에 달려 있다는 게 괜한 말이 아니다. 인간이 현실의 결핍을 다양한 형태로 충족하려는 ‘불굴의’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이유인 셈이기도 하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가치판단을 해야 한다. 미래 산업의 추진력은 돈이 충분히 되느냐에 달려 있고, 실행 분야도 인간의 가장 은밀한 욕망에 집중할 가능성이 아주 농후하다. 또한 현실을 회피하는 도피처에 머물 여지가 많다. 물론 이마저도 결코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왕 꿈꾸는 가상이라면 현실 도피가 아니라 현실 타파라는 맥락에서 분명하게 의미 부여를 할 수도 있다. 개인의 욕망을 넘어 서서 우리 사회에 정말 필요한데 결핍한 것들에 대한 ‘동경’ 말이다. 조금 더 나아간다면 그러한 가상현실이 바로 진정한 현실이 되게 할 수도 있다는!



  우리가 거울에 얼굴을 비춰보고 보기에 예쁜 옷을 걸치는 건, 타인을 의식해서라기보다는 아직 드러나지 않는 아름다움을 찾기 위한 개인 차원의 과정이라고 본다. 나아가 우리가 사회의 부조리에 고개를 가로젓는 이유도 부당하고 정의롭지 못한 이들을 응징하려는 의지보다는, 합의한 공동 가치들을 훼손시키지 않고 온전하게 사회의 아름다움을 지키려는 의도라고 본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아름다움의 완결 상태는 다다를 수 없는 이상향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이상향에 매료되며 매일 꿈을 꾼다. 한 번도 가져본 적 없음에도 우리는 잃어버린 아름다움을 계속 찾아야 하는 숙명 속에 살고 있다.

 

 

글 권오성 (문화평론가)

 

- 이글은 익산참여연대 소식지 참여와자치 76호 기고글에 실린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