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참여연대 이야기 마당

우리는 0이 되리니 50도 100도 이제 너 갈대로 가거라

 

빛나는 마음이 판소리로 전하는 마음의 편지


우리는 0이 되리니 50도 100도 이제 너 갈대로 가거라.

 

김광심

한국스피치교육개발원 대표

(사) 한국판소리보존회 익산지부 사무장
전북중요무형문화재 9-2호 판소리장단 이수자

 

 

 여덟 살에 판소리를 시작한 둘째 딸 다은이에게 판소리 전공을 시키라는 말을 듣고 그만 다니라고 했다. 한 달 내내 너무 많이 아파 여러 병원을 전전했건만 아무 이상이 없다 해서 걱정했는데 판소리를 그만 두게 한 것이 원인이라는 것을 알고 다은이도 나도 당황했던 그 날! 나는 나름대로 작전을 짰다. 다시는 판소리 판자도 못 꺼내게 하리라 마음먹고 국악원 가는 날은 30분 안 가는 날은 1시간 주말에는 1시간에서 30분 씩 늘려 5시간이 되면 그때부터는 5시간 씩 연습해야 한다. 그 약속을 못 지키면 그만 두겠다는 각서를 받고 여덟 살 그 어린 것을 호되게 밀어 붙이며 길면 6개월 짧으면 한 달도 못가리라 생각하며 느긋한 마음으로 다시 보냈다. 그런데 하루도 빠짐없이 그 약속을 지키더니 심청가 완창발표가 끝난 후 틀린 곳을 찾아 꾸짖으며 공부를 더 할지 말지 생각해 보자고 했는데, 다음에 잘하면 되지요. 라고 가서 흥보가 책을 받아 왔다. 아무리 야단을 치고 심지어 욕을 하고 때려도 언제나 한결같이 다음에 잘하면 되지요. 라는 말이 돌아왔다. 보다 못한 남편이 그만하라고 말하면 “서편제에서 송화 애비는 송화 눈도 멀게 했는데 이 정도가지고 소리 못 할 것 같으면 소리 그만 두어야지. 저런 소리를 누가 좋다고 듣겠어요. 나 죽으면 누가 밥을 준다고 1년 열두 달 매일 들어도 듣기 좋은 소리를 내는 소리꾼이 되어야 소리로 밥 먹고 살지. 나라고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줄 아냐? 명창 엄마는 아무나 되는 줄 아냐?” 며 펑펑 울면서 소리를 질렀다.

(그 당시 나는 희귀난치성질환 진단을 받고 치료 중이었다.)



 20년이 흘렀지만 단 한 번도 100점을 준 적이 없었다.



 세계기네스 판소리 최장시간(9시간 20분) 기록경신(13시간)을 위한 판소리 다섯 바탕 연창공연에 성공 했을 때 조차도 동영상을 틀어 놓고 지적 질을 했다. 그저 남들이 듣기 좋으라고 “잘했다. 잘했다. 이제 명창이다.” 라는 말을 믿고 “이제 다섯 바탕소리 다 배워 완창 발표도 했고 기네스 도전 성공도 했는데 아직도 더 배울 것이 남았냐? 언제까지 더 배워야 하느냐?” 고 묻는 아빠 때문에 걱정하자 “네가 그리고 내가 100점이라고 생각 될 때까지 공부해라.” 내가 공부를 더 시키고 싶어서 보내는 것이나 비용은 엄마가 줄 게 너는 공부만 열심히 해라. 이제 다섯 바탕을 다 배워 더 배우지지 않아도 기본 소리는 하겠지만 그 소리로는 국창이 돨 수 없으니 티를 찾아 닦아 국창이 되라고 지금도 서울로 개인레슨을 보낸다. 티가 있으면 인정하고 해결하는 방법을 터득하면 그 자리에서 최고가 될 것이다. “잘한다.” 라는 칭찬만으로 절대로 이룰 수 없는 경지가 있는데 그 경지에 이르려면 자신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부모와 교사가 있어야 한다. 만약 자식의 티를 덮고자 하는 부모가 있다면 덮는다고 남의 눈에도 안 보일까? 언제까지 덮을 수 있을까? 초등학교 ~~ 대학교, 직장~~, 신혼집, 덮으면 문제가 커진다.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아닌 것은 아니다. 그런 보호자와 그런 교사를 만나 주는 대로 받아들여 체득 체화하며 +알파를 만들어 가는 아이는 무한대로 성장하리라 믿는다. 나는 그렇게 아름다운 발이 될 때까지 닦아 사라진 티로 인해 보석이 된 김연아 선수와 강수연 발레리나의 발을 사랑하고, 티를 갈아 소리를 완성해 보물이 되고자 노력하는 이다은 소리꾼의 보여 줄 수 없어 안타까운 돌처럼 딱딱한 소리 배를 사랑한다.

 

 

 

                                                       2013년 대한민국인재 상을 수상하고

                                                   축하공연에서 공연하는 이다은 소리꾼과 김광심

 

 

 옥에 티라는 말이 있다. 이미 옥이어도 티가 있는데 아직은 옥이 아닌데 티는 얼마나 많을까? 다음에 잘하면 된다는 말도 아니다 싶어 한마디 쏘아 붙인다. “다음에 잘하면 된다는 말은 네가 할 대사가 아니다 실수했으면 구체적으로 실수한 내용을 말하고 죄송합니다.” 라고 네가 말하면 누군가가 “다음에 잘하면 되지요.” 라고 말하는 것이 맞는 대화 아니겠냐? “다음에 잘하면 된다는 말 하지 마라.” 라고 또 한 번 대 못을 박았다.



왜 그럴까? 왜 그리도 야박 했고 지금도 야박할까?



1. 내 자식 내가 때리는 것이 낫지 남이 때리면 자존심도 상하고 아프기는 또 얼마나 아프랴. 남이 때리기 전에 내가 때려서 티끌 하나라도 지워 주면 그 만큼 덜 맞을 것이다. 라는 생각을 했다.



2. 내 눈에 티가 안 보여도 남의 눈에는 온 통 다 티 일 수 있으니 털고 털어 티를 찾아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완창 발표가 끝나면 책을 놓고 가사든 발음이든 눈을 비벼가며 틀린 곳을 찾아 그 부분이 잘 될 때까지 백 번이라도 연습하라고 책을 주고 두 눈을 똥그랗게 뜨고 지켜보았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년 동안 레슨비 아깝지 않다. 라는 생각을 하며 공부시킨 이유는 늘 열심히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었다. 열심히 연습하고 나간 대회였기에 첫 대회에서 1분 소리도 못하고 내려왔을 때도 두 번째 대회에서 관객들이 박수를 치니 끝난 줄 알고 인사하고 내려왔을 때도 지켜보았다. 연습 할 때보다 잘하면 트집을 잡아 꾸중했고 연습을 많이 했는데 못하면 격려를 했다. 100점처럼 연습해도 50점이 나오는 곳이 무대다. 100번 연습 한 것과 101번 연습 한 것은 다르다. 라는 것을 가슴에 심어 주고 싶었다.



4. 소리로 밥을 만들어 든든하게 먹고, 소리로 밥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소리판을 살릴 사명을 짊어진(故성우향 선생님의 바람) 소리꾼이니까 적어도적어도 내 눈에라도 티가 안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교사는 부모와 같은 마음이어야 한다. 평소 내 소신이다.



판소리로 인간문화재가 되길 바라는 내 딸이라 늘 지적하여 하나하나 해결해 가면서, 레슨비 주는 남이라 잘한다. 잘한다. 기분 좋게 해 주고 무료교육이니 적당히 모른 척 넘겨야 하는가? 선생은 부모이니 내 자식과 똑같이 지도해야 하는 가? 라는 물음은 30년 전부터 늘 해 온 고민이지만 과정은 조금씩 달라도 언제나 후자를 선택한다. 그로 인해 내 곁을 떠난 제자들도 많이 있었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자기 자신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만큼 정확하게 알려주어야 발전을 하는데 좋게 적당히 얼버무리면 아무리 오래 배워도 똑 같다. 내가 그랬다. 적당히 얼버무린 선생님 때문에 버린 시간과 돈! 처음에는 몰라도 시간이 흐르면 내가 알았듯이 다 알게 될 건데 훗날 책임을 질 자신이 없어서 나는 내 방식을 고수한다. 솔직하게 너무 솔직하게 말한 탓에 사람들이 떠났다. 그래서 떠날 것이 두려워 솔직하지 못했을 때는 반대 편 사람들 즉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떠났다. 40년 가까이 선생소리를 들으면 안 해 본 방법이 뭐가 있겠는가? 그래서 내린 결론은 이래도 저래도 보내야 한다면 갈 사람은 가라하고 소신껏 사는 나를 있는 그대로 좋아해주는 사람들과 함께, 내가 내 자식처럼 품고 잘 가르칠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나에게 티가 많음을 알지만 그 티를 인정하고 교육을 통해 서로 변화해 가자는 나의 열정과 함께 나날이 발전해 가고픈 사람들과 함께, 그리고 내 진심을 알고 돌아 돌아온 사람들과 함께 멋진 미래를 만들어 가고 싶다.



 나는 0이 되고 싶다. 마이너스도 플러스도 아닌 0.



 나를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운만 남고 모든 힘을 다 뺀 0. 호흡이 되면서 생긴 내 소원이다. 나는 오늘도 0 이 되기 위해 호흡을 한다. 0이 되면 옥에 티가 있다. 라는 말을 하지 않고도 티 없이 맑은 옥을 만들어 갈 새로운 방법을 터득하리라. 시스템을 만들어 가리라. 다짐한다. 눈을 뜬 심 봉사가 평생을 짚고 다니던 지팡이들 내 던지며 외친다. “너도 날 만나서 고생 많이 했다. 이제 너 갈대로 가거라.”

피르르르르르 내 던지며 지화자자 좋을 씨 구. 50점이라고 해서 섭섭했을 내가 사랑하는 내 딸과 내 딸과 같은 내 제자들에게 손을 내민다. 나는 모든 것을 기억하고 아파하는 빵점이었지만, 어제까지의 일은 모두 묻어버리고 더욱 더 철저하게 0이 되어 아무것도 남지 않은 0에서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내 사랑아! 50점도 너무 많다. 2020년 새 해부터 내 손을 잡고 0 이 되어 다시 시작하자.


우리는 0 이 되리니 50도 100도 이제 너 갈대로 가거라.”  피그르르르르 내던지며 지화자자 좋을 씨 구.


 


- 이글은 익산참여연대 소식지 참여와자치 89호
문화예술 이야기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