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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이야기 마당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오늘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오늘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다

 


                                                                                   전주 수수학 전문학원 원장 최수연


 어렸을 때부터 선생님을 꿈꾸고 선생님들과 가깝게 지냈던 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되고 싶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칠판에 아침 자습을 냈었고, 글씨를 잘 쓴다고 칭찬받았던 기억이 있다. 중2 때 수학 선생님을 좋아하게 되면서 수학 과목에 대한 흥미, 더 나아가 교무실에 질문하러 가기 위해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곤 했었다. 남들보다 많은 문제를 풀게 되고 난이도 있는 문제를 풀어 나가면서 자신감도 생기고 선생님과 친분이 있다 보니 수업 시간 집중은 물론 학습 준비 및 태도가 좋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즐기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라는 괴테의 말처럼 즐기는 자는 훨씬 적은 힘으로 큰 성과를 낼 수 있음을 경험한 바 있다. 수학교육을 전공하면서 대학교 1학년 때 6살 차이 나는 중1 남동생과 친구들 과외를 시작으로 교회에서 후배들 수학 지도하는 일, 더 나아가 주위의 소개로 아이들 과외가 계속되었다.


 덕분에 다른 아르바이트는 해볼 겨를도 없이 대학 시절 내내 과외가 유일한 아르바이트였다. 하던 일이 익숙하기에 자연스럽게 졸업 후 입시학원 강사와 과외를 하면서 결혼 전 서른의 나이에 보다 효율적인 수업방법을 고민하던 중 개인 및 그룹 맞춤형 수학 전문학원을 시작, 현재까지 15년째 그 자리에서 여전히 같은 일을 하고 있다. 이동시간 없이 나만의 공간에 아이들이 오게 되면 더 집중해서 아이들을 지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뿐만 아니라 입시학원에서 칠판 수업을 하면서 각기 수준이 다른 다수의 아이들을 일률적으로 수업하다 보니 소극적인 아이들은 학교 수업의 연장선상일 뿐 각자마다 이해의 정도가 다르기 마련이다. 


 어느덧 초등, 중등, 고등을 졸업하고 군대 다녀와 시집·장가가는 학생들도 있다. 감사하게도 늦둥이 아이와 사촌 동생과 조카들까지 소개로 수업을 이어가고 있다. 열정이 지나치다 보면 아이들도 나도 삐그덕 거릴 때가 있다. 열정과 패기만 갖고 욕심을 부리다 보면 때로 아이들이 힘들어 하기도 하고, 나 역시도 성에 차지 않은 수업을 하고 나면 뭔가 할 일을 끝내지 못한 찜찜함에 개운치 않은 느낌이랄까.


 아이들은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어느 한순간의 생각이나 노력이 아닌 평소 기본생활 태도가 중요하다. 물론 수학적 감각 또는 타고난 재능이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아이들 만나는 시간은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내 삶에 가장 역동적인 시간이다.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시간, 어떻게 하면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지도할까 등 고민하면서 성장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보람과 성취를 느끼게 된다.


 결혼 후 아이 둘 임신과 출산, 모유 수유를 하면서도 산후조리 기간을 제외하고는 수업에 전념하였고 아이 돌보미분께 아이들을 맡기고 수업하면서 그로 인해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더욱 소중했던 것 같다.


 코로나가 지속되면서 비대면 줌 수업이나 온라인 수업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여전히 좌석 띄어앉기 등 소독과 방역에 신경 쓰면서 대면 수업을 진행중이다. 온라인 수업이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소통하면서 직접 첨삭하면서 하는 대면수업을 대신하기에는 역부족이란 판단 때문이다. 코로나 시대 처음 상담 때부터 마스크 쓰고 만난 학생과 수개월째 수업중이었다. 어느 날 화장실에 다녀온다던 그 학생이 마스크가 끊어졌다고 해서 새 마스크를 서둘러 건네던 중 나도 모르게 누구세요? 했던 웃픈 현실. 한 번도 마스크 벗은 모습을 보지 못했던 난 상상과 다른 학생 모습에 못 알아봤던 것이다.


 우리 아이들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입시교육 위주의 교육환경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엄마의 시선으로 따뜻한 말 한마디와 격려,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어려운 수학 과목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게 돕는 일을 하고 싶다. 그들이 성장하여 어른이 되었을 때 스스로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꾸려갈 수 있는 보다 나은 세상, 수고하고 애쓴 만큼 결과물도 있는 정직한 세상이었음 좋겠다. 어려운 수학 공식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모든 사람의 삶에 적용 또는 꼭 필요한 것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중요과목이기도 한 수학은 문제 해결력을 통한 성취감과 더 나아가 혼잡한 이 시대에 자신만의 확고한 신념과 계획적인 삶을 위한 지표가 되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마음으로 나는 오늘도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 심정으로 아이들을 만난다.

 


* 이 글은 익산참여연대 소식지 참여와자치 97호 어린이청소년이야기에 실린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