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참여연대 이야기 마당

통합진보당의 위기, 희망이 안 보인다.

 

 부끄럽지 않은가, 미안하지 않은가? 

-통합진보당의 위기, 희망이 안 보인다.-

 

 

 

부정선거시비가 계속되고 있다.
당 대표 선거를 진행하던 통합진보당이 선거중단과 재선거를 발표했다. 정당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외부침탈도 아니고 원인은 물론, 해법조차 분명치 않아 보인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보도된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온라인투표 시스템 운영업체의 관계자가 투표시스템을 테스트하던 중 누군가 최고관리계정으로 시스템에 접속해 있는 것을 발견해 이를 차단했고, 조사해 보니 투표값을 저장하는 데이터베이스가 훼손되어 투표 진행이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무슨 말일까. 내용인즉, 2차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으로 구당권파에서 추천한 시스템전문가 김모씨가 서버에 접속했는데 중앙당 승인 없는 무단접근이며, 또한 같은 시각 또 다른 누군가가 투표시스템 서버에도 접속해 있었다는 것이다.” 투표시스템의 경우 접속암호를 아는 이가 투표시스템 관리업체와 서버관리업체 그리고 중앙당 당직자 3명밖에 모른다는데, 이중 중앙당 당직자가 구당권파라고 하니 의혹의 눈길이 한쪽으로 쏠리는 이유다.
알다시피 서버관리는 엄격하며, 더욱이 선거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서버에 접속하고 데이터를 손상시키는 일은 부정시비를 불러오기에 충분한 일이다.
이미 한차례 비례대표선거에서 온라인 부정시비와 내홍을 겪고 있던 통합진보당이기에 사안은 더욱 심각하다. 부정한 손길과 관리의 부실이 드러난 마당에 정당 자체만의 힘으로 투표가 온전히 진행될 수 있을까. 또 그렇게 진행된 투표결과에 대한 신뢰는 얼마나 있을지도 의문이다.

 

 

규율과 자정능력을 상실한 통합진보당.

시쳇말로 ‘무슨 당나라 군대도 아니고’라는 말이 있다. 마찬가지의 의미로 무슨 동네 계모임도 아니고 뭔 짓을 하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의견이 다르기로서니 물리력으로 회의를 막고 당의 중앙을 무력으로 압박하면서 지도부를 폭행하는 정당을 무슨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민주주의요 진보를 이야기하면서 정작 자신들이 이를 파괴하는 아이러니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부정과 부실이 드러났음에도 부정은 인정할 수 없고 부실관리만 있다는 식으로 아전인수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를 지켜보는 지지자들은 물론 국민들의 마음은 답답하기만 하다. ‘혁신위’를 보며 그래도...라는 심정으로 지켜보았다. 하지만 제대로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일말의 사과조차 없다. 그들도 누군가처럼 언론의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웃고 있을 따름이다. 2차 진상조사가 같은 결론으로 드러났음에도 사퇴에 대한 약속은 휴지조각처럼 내던질 뿐이다. 누군가처럼 모르는 일이고 오히려 새누리당에 놀아난다고 꾸짖고 있다. 작은 부정은 부정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며 새로운 기준을 내놓는다. 내놓는 말마다 이러하니 이제 두려울 뿐이다. 또 다른 말로 욕보일 그들의 입놀림이 어느새 지지자들에게는 절망과 상처로 새겨지고 있음을.....
결국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이석기, 김재연 의원 자격심사 합의를 불러오게 되었다. 압수수색으로 소환조사를 앞둔 검찰수사와 함께 통합진보당의 사태는 이제 제 손을 떠나 타인의 손에 놓여 질 운명이다.

 


색깔론에 불 지피는 이유는 무엇인가.

언뜻 보면 새누리당과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언론이 종북이니 하면서 색깔론을 들고 나온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여론몰이가 계속되고 성공하려면 먹이감이 계속 주어져야 한다. 시작은 그들이 했지만 먹잇감을 던져준 것은 통합진보당 자신들이다. “종북 보다 종미가 더 문제다” “애국가는 국가가 아니다.”면서 논란의 싹을 키웠기 때문이다.
문제는 본질이 호도되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의 핵심은 부정선거다. 비례대표 의석을 만든 사람들은 당원만이 아니다. 지지자들의 표가 모여 의석수를 만든 것이다. 그러기에 비례대표 선출 선거도 할 수 있었다. 이 선거에서의 부정은 당원들의 표만 도둑질 한 것이 아니라 지지자들의 마음까지 도둑질한 것이다. 사안의 심각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부정을 저지른 당사자가 잘못을 회피하며 어깃장을 놓는 것이다. 정당은 이들의 어깃장을 쫓아가는 모양새다.
부정을 덮고 색깔론을 위에 놓아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는 식이다. 명예가 있다면, 오랜 세월 나라와 민족을 위해, 국민을 위해 헌신한 세월이 있고 그 마음이 지금도 절절하다면 차마 이러하진 못할 거란 생각이다. 어느 순간 그 모든 것을 희생하고서라도 당권을 잡는 것이, 국회의원을 유지하는 것이 더 큰 목표와 가치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러니 국민들의 눈에 비친 모습은 어떻겠는가.

 

처음에는 ‘설마’했다. 경쟁을 하다 보니 과열되어 벌어진 일이겠지? 사과하고 사퇴하면 간단히 해결될 것이라 믿었고, 그렇게 진행될 거라 생각하였다. 그러나 상황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사태해결을 위한 운영위원회와 중앙위원회가 물리력에 의해 저지당하고 폭력과 구타가 자행되는 참담한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접착제가 뜯어지지 않은 채 발견된 투표용지 다발을 두고서 접착제가 다시 붙었다는 해괴한 억지주장도 들어야 했다. 버티기와 딴지걸기, 억지주장으로 시간이 가면서 실망과 좌절이 싹터갔다. 이젠 그 무슨 증후군처럼 듣기조차 싫을 정도가 되었다.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상처가 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게 무슨 진보고 정치란 말인가, 최소한의 상식과 규범조차 통용되지 못하는 이들이 무슨 희망이라고 하는가. 팍팍한 살림살이로 사는 것조차 버거운 국민들이다. 힘들게 마음을 모아 표를 주었던 지지자들이다. 10년의 정당역사를 지켜야 한다고 버티고 있을 당원들이다.
“부끄럽지 않은가, 미안하지 않은가, 이제 정리해야 하지 않겠는가?”

 

 

글 이영훈 (익산참여연대 운영위원, 좋은정치시민넷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