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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이야기 마당

악취도시 익산에서 더위나기

<칼럼> 악취도시 익산에서 더위나기    

 
더위가 찾아오면 더위로 받는 고통보다 더 큰 고통이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알까?
특히 열대야의 한 밤을 이겨내고 잠을 청해야 하는 조건 속에서 심한 악취가 진동을 한다면 어떨까. 가축분뇨냄새부터 성분을 알 수 없는 화학약품냄새까지 숨 쉬기조차 어려운 환경이 십 수 년 계속되고 있으며, 해를 거듭할수록 그 정도와 범위가 심해지고 있는 상태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곤혹스럽다.

익산모현시립도서관의 초저녁시간, 도서관을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은 진동하는 분뇨냄새로 코를 막아야 한다. 같은 시간 영등, 부송지역 주민들은 저녁식사를 준비하면서 심한 약품냄새와 분뇨냄새가 혼합된 이상한 냄새를 맡아야 했다. 저녁 내내 창문을 닫아야 하고, 아침까지 계속되는 악취로 잠을 설치고 더위와 싸워야 했다.
분통터지는 마음에 시청에 민원을 넣기도 하지만 뻔한 대답에 속만 더 태울 뿐이다.
오늘을 사는 익산시민의 모습이 이렇다.


문제가 있다면 해결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해결은 커녕 더 악화되는 이유는 무얼까?  막대한 예산을 들여 조성한 공단과 기업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시행정은 “...열심히 하고 있고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홍보하지만 실질적인 악취해결에는 진전이 없는 모습이다.

익산지역 15개 시민단체와 주민자치단체가 결성한 ‘익산악취해결시민대책위’와의 약속을 어기는 것은 물론, 시장이 약속한 사항마저 공공연하게 뒤집는 행위를 일삼는다. 신뢰와 책임은 찾아볼 수 없다. 교언영색이랄까?

악취해결의 방법 중 하나인 ‘1,2공단 악취관리지역’ 지정신청은 말 뿐이고 미적거리면서. 익산시가 내놓은 많은 대책에도 불구하고 시행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시민의 공복은 시행정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선거때 시민의 손발이 되겠다고 나선 정치인들은 어디에 있는가. 국회의원도 둘이나 있고 도의원 넷에 그 많은 시의원들 말이다. 악취로 고통받는 시민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오늘 정치권이 보여주는 모습은 이해하기 어렵다. 시장은 물론이고 모든 선출직 정치인은 내년 지자체선거를 어떻게 맞이하려는지 두고 볼 일이다.


시민의 힘으로 해결하자고 나선 ‘익산악취해결시민대책위원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시행의지도 불투명하면서, 대책위마저 배제시키려는 시행정의 태도를 보면서 민관협력을 통한 합리적인 문제해결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불만과 원성이 커가면서 시민행동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악취도시 익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민스스로가 건강과 권리를 지켜야 한다.

감내할 것인지 행동에 나설 것인지 선택의 순간이다.


악취해결은 익산시 최대현안이다.

아직은 시간이 있다. 시행정과 지역 정치권이 힘을 합하고 시민사회가 더해지면서 오랜 고통의 악취가 해결되기를 바란다. 악취해결로 진정한 행복도시, 여성친화도시가 되었으면 좋겠다. 익산에 사는 게 고통이고 부끄러움이 아니라 희망이고 자랑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글 이영훈 (익산악취해결시민대책위원회 상임대표, 익산참여연대 운영위원) 

 

* 참여와자치 64호 칼럼에 실린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