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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이야기 마당

[칼럼] 2015년 납세자의 소망

 

 

 


2015년 납세자의 소망


 국가재정의 근본은 조세이다.
 조선시대 조세제도에는 토지에 매기는 전, 국가의 부역과 병역에 기초인 역, 그리고 지역의 특산품으로 납세하는 공납제도가 있었다. 이중 조선 전체 재정의 60%를 차지했던 건 특산품으로 세금을 내는 공납제도였다. 그러나 현실에 맞지 않는 특산품 선정, 특산품 품질에 대한 균등화와 개량화의 문제로 백성들에게는 원성의 대상이었다. 이러한 공납제도는 중앙으로부터 운영비가 내려오지 않아 운영비 마련보다는 관료들의 뒷주머니를 채우는 수단으로 이용되다보니, 백성의 삶을 도탄에 빠트린 주범이 되었다.
 특히 호수를 기준으로 공납을 부과하니 잘살건 못살건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부여하여 이를 모면하고자 야반도주 하는 일이 빈번해 각 고을마다 유랑민으로 전락한 백성들이 많았다. 이러한 폐단을 없애려 시작된 것이 대동법이다.
 대동법은 특산품으로 납부하던 세금을 미곡이나 돈으로 납부하게 하고 호가에 따라 부과하던 방식을 수확량에 따라 부과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대동법 시행으로 300말을 수확하던 토지에서 60말을 세금으로 납부하던 것이 12말로 1/5로 감소하는 효과를 보게 된다. 17세기 중반이후 조선에 불어 닥친 대기근으로 100만 명 이상이 굶어 죽어가는 와중에도 백성들은 대동법으로 인해 그 피해를 그나마 최소화 할 수 있었다.



 국가재정 건전성에 빨간불이 들어와 2033년에는 국가부도 사태를 운운하는 게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2015년을 정점으로 생산 가능인구는 줄어들고 고령화, 저 출산으로 복지혜택이 필요한 고령층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지만 이를 위해 세금을 내줄 청장년층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기업이 가져가는 몫은 너무 큰 반면 가계의 몫이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기업은 그렇게 가져간 돈을 쌓아놓기만 할 뿐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 혈액처럼 계속 흘러야 하는 돈이 일단 대기업이라는 우물에 갇히면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면서 우리 경제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시대의 대동법처럼 가계소득을 늘리고 민간소비를 활성화하여 기업의 생산품을 소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은 희망 사항일까?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면 일자리가 늘어나 가계소득이 향상 된다는 낙수효과 이론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데 언제까지 똑같은 주문만 하는 것이 안타깝다. 어떠한 조세정책을 펴느냐에 따라 안민의 정책이 되기도 하고 세금도둑이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정책은 인력과 예산을 수반 한다. 그 나라의 정책을 보면 어떤 계층에 이익을 주는 정책인지 알 수 있다. 모든 계층에 이익을 주는 정책은 없다.



 새해부터 연말정산과 담배 값, 주민세 인상으로 주변이 시끄럽다.(흡연자는 국가가 국민을 상대로 삥 을 턴다는 의견에서부터 흡연자를 범죄자 취급 하는 것 같아 금연을 결심했다는 의견까지 다양하다.)

 세금이 늘어남에도‘증세는 아니다. 증세는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는 과격한 말들이 등장하면서 증세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조세저항을 막는 최소한의 조처는 세금을 국민적 합의를 통해 사용하는 것과 손해를 보는 집단이 정책에 대해 수긍할 수 있는 명분과 배려이다.



 정부는 조세를 통해 국민에게 줄 복지에 대한 밑그림을 만들어 제시하고 부담액이 얼마나 되는지, 계층별로 얼마의 세율을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국민의견의 통합과정을 충분이 거친 후 정책으로 확정해야 한다.

 그리고 정권이 바뀐다하더라도 조세정책만큼은 바꾸는 일이 없는 예측가능한 나라, 국민들은 이러한 나라에서 살고 싶어 한다.
 그래야 내일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으로부터 벗어나 현실에 충실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글 장시근 (익산참여연대 대표)

 

- 이 글은 익산참여연대 소식지 참여와자치 70호 인사글에 실린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