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봄을 맞이하는 어머니 보세요.

새 봄을 맞이하는 어머니 보세요.

 두 달간의 긴 병원에서의 유배 생활을 무사히 끝마치고 늘 찾으셨던 뜨끈뜨끈한 숭늉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집으로 퇴원하신 것을 우선 축하드려요.

 11월 어느 날 별로 반갑지 않은 소식이라는 말과 함께 엄마의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해야 한다는 전화를 받고 무거워지긴 했지만 오히려 담담하게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심한 통증을 옆에서 지켜보며 아무것도 해드릴 수 없는 무능함에 한계를 느끼며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고통을 혼자 감내하는 엄마 앞에서 저도 힘들었다고 하면 엄살이 심하지요.

 시간 밖에는 해결할 길이 없어 하루하루 지나가는 시간 속에 피 주머니를, 얼음주머니를 차츰차츰 떼어내며 보조기 없이 혼자 설 수 있음이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 보듯 즐겁고 신기하기조차 했어요.

 이번 겨울은 춥지도 않았고 눈도 많이 내리지 않았다고들 하는데 저에게 춥고 길게만 느껴진 이유는 캄캄한 새벽에 종종걸음으로 병원으로 가던 길이 멀게만 여겨져서 인가 봐요.

 아무리 농사일을 그만두라고 백 번 천 번 말려도 그 누구도 꺾을 수 없던 고집 아닌 고집을 인공관절 때문에 쪼그리고 앉아 씨앗을 뿌릴 수 없어 어쩔 수없이 그만 둬야 하는 현실이 참 마음 아프고 그나마 다행이지 않을까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하네요.

 캄캄한 새벽길을 더듬어 병원으로 매일 출퇴근을 하면서 눈에 띄게 빨리 회복되지 않는 엄마의 모습에 혼자 눈물을 흘리다가 청소부 아저씨가 하얗게 입김을 내뿜으며 묵묵히 거리를 쓸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세상의 모든 부모는 커다란 멍에를 지고 사막을 하염없이 걸어야하는 낙타와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엄마!
 이제는 그만 다 내려놓고 쉬시기만 해도 얼마 남지 않았을 것 같아 괜 시리 초조해지는 시간이 아쉬워요. 이제는 저도 엄마 하면 항상 머릿수건을 두르고 흙 묻은 함지박을 옆구리에 낀 채 바짝 굽은 허리로 가쁜 숨을 몰아쉬는 엄마의 모습이 아니라 엷은 화장을 하고 곱게 차려 입으신 엄마의 모습을 먼저 떠올리고 싶네요.

 철 따라 반찬 걱정 김치 걱정까지 시키는 철딱서니 없는 엄마의 딸들도 내려놓으시고, 예쁜 옷에 맛있는 음식에 좋은 데 여행 계획도 세우시고 항상 웃을 일을 만드시며 여유 있고 푸근하게 남은 세월을 보내시도록 저도 도울께요.

 엄마!
 어제는 거리를 걷는데 3월의 어느 날 설레며 등교를 하던 대학 신입생 시절과 똑같은 봄 햇살이 쏟아지며 봄이 멀지 않았음을 피부로 느꼈어요.
 올 봄은 엄마의 쾌유를 기도하던 모든 사람들에겐 더 벅찬 감격과 설레는 꿈으로 다가올 것 같네요.
 엄마가 좋아하시는 파란색 스카프를 멋지게 두르시고 두 다리로 힘껏 일어서셔서 아지랑이 아른거리는 꽃길로 새롭게 시작해 보세요.
 힘내세요. 엄마!

글 권중훈 (익산참여연대 회원)

 

- 이글은 익산참여연대 소식지 참여와자치 76호 회원글에 실린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