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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이야기 마당

30만 389명

< 30389>

이영훈 (익산참여연대 전 대표)

 

8월말 익산 인구수다. 

3개월 사이에 900명 넘게 줄었다고 한다.

어떻게든 30만 인구는 지켜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수년째 노력하지만 이대로라면 30만도 곧 무너지게 생겼다. 그래서 익산시가 대책을 내놓았다.
  

출산지원금 상향이나 일반인 전입자에 대한 혜택 등 여러 가지가 있는 듯 하지만, 그래도 눈에 띄는 것은 학생들에 대한 것이다.

원광대학교 2학기 개강에 맞추어 학교 안에 이동민원실을 설치하고 공무원을 파견해서 대학생들의 ‘주소전입운동’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사실 지난 3월부터 3개월간의 활동으로 약 2천명의 학생을 전입시켰으니 대단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인구 2천명을 늘리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내용인즉슨, 1개월만 전입주소를 유지해도 1인당 10만원씩 지원금을 줄 수 있도록 ‘익산시인구증가시책지원조례’를 개정하고, 다시 한번 학생에 의지해서 인구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고등학생도 대상에 포함되었으니 좀 더 성과가 날지도 모르겠다. 참으로 눈물겨운 노력이다.

그런데 왜 이리 부끄러울까.

익산을 떠나는 사람들은 무슨 이유일까를 생각해서 떠나는 이를 줄이는 방안은 없다. 이게 좋고 저게 좋고 살기 좋아서 들어오는 사람들로 인해 인구가 늘었다는 이야기를 만들 생각은 없는가 말이다. 떠나는 사람 줄이고 오는 사람 늘리는 게 ‘인구 늘리기 정책’의 핵심이다. 여기서 떠나는 사람 줄이는 거야 말로 익산시가 사활을 걸고 노력해야 하는 부분인데, 원인과 대책이 엉뚱하지 않은가.

매달 300명 넘게 익산을 떠나는 이들의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듯이 대책이란 게 20-30대에게는 학업지원과 취업문제가 있을 것이고, 젊은 여성의 경우 결혼과 보육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듯이 계층별 특성에 맞는 정책을 마련해야 그나마 의미가 있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익산시가 펼치고 있는 정책은 너무 구태의연하고 형식적이다.

또 다른 단적인 예가 있다.
십 수 년 간 계속되고 있는 악취문제다.

익산은 전 지역이 악취에 시달리고 있는 악취도시다. 동서남북, 도시, 농촌 할 것 없이 주민대책위가 만들어지고 악취와 싸우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기를 십 수 년이니 시민입장에서 치를 떨만하다. 오죽하면 부송, 영등동에서 악취피해 모현동으로 이사했더니 그곳에서 다시 똥냄새로 고통을 받으며 죽을 맛이라 하겠는가. 악취 싫어 익산을 떠난 사람도 상당할 거다.

최근의 실상은 이렇다.

지난 5일 익산시가 긴급브리핑을 통해 영등, 부송동일대 악취 민원이 급증하고 있는 데에 대해 사과했다. 특별기동반을 운영하고 야간에 1, 2 산단과 도심인근 축사농장 음식물처리시설, 하수처리시설, 신재생자원센터 등 악취발생원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악취민원접수 시 즉시 현장을 방문해 악취포집 및 조사활동을 벌인다는 것이다. 4개 반을 편성하고 상시 근무조를 짜서 대응한다는 것 인데.....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 지는 의문이다. 

기존에 이미 5-10월까지 운영되는 악취민원상황실에서 민원접수 및 조사활동을 한다고 했고, 시민 100명에 이르는 악취모니터요원 등으로도 효과를 보지 못한 상황에서 별반 달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악취로 고통 받고 있는 시민들에게 악취관련 기업은 정말이지 상대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다. 그런데도 삼기면에 폐기물처리시설이 다시 들어서려 하고 있다. 세계문화유산인 미륵사지에서도 가까운 곳에 일반산업폐기물인 고화 처리물과 석탄재를 매립한다는 것이다. 중금속덩어리인 페기물유출로 인한 오염과 악취는 뻔히 예상되는데도 행정은 단호하지 못하다.

전국 뉴스를 장식하며 사회문제가 되었던 낭산면 해동환경의 발암물질 불법폐기물매립사태, 장점마을 집단 암 발병사태 등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익산시민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이렇다.

악취 하나만 보더라도 익산인구가 어떻게 될지는 뻔하지 않은가.

살만한 데, 떠나는 사람은 없다. 살기 좋은 환경이면 절로 사람들은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나마 있는 인구라도 지키려면 정신 차려야 한다는 이야기다.

 

30만 389명
대단한 사람들이다.

악취는 물론이고 그렇게 힘겨운 삶을 부둥켜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30만이나 넘는다니 얼마나 대단하고 다행스런 일인가.

 

2017. 9. 15 이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