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현 원불교 중앙교구장
익산신문 3월 19일자 특별기고란에서 지적한 종교인의 정치개입 문제와 관련한 지광 스님의 비판은 지당한 지적이고, 종교와 정치의 올바른 관계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하는 문제라는 점에서 십분 공감이 간다.
그 가운데 지광 스님이 비판한 원불교 재단 교수들의 지지선언문제는 필자가 알아 본 바로는 사실과는 좀 다름을 말하고자 한다. 모 국회의원 후보 측에서 대응전략으로 지인교수들을 중심으로 자문교수단을 구성해 활용을 한 모양이다.
자문교수단은 특정 종교 재단의 교수들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전북대를 비롯해 도내 여러 대학의 교수들이 참여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오 십 보 백 보고 그게 그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목사님들의 선언 또한 호의적으로 들여다보면 이해될 수 있는 면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선언에 참여한 분들이 기독교계를 대표한 분들도 아닐 수 있다.
정교분리에 대한 지광 스님의 지적은 옳다고 생각한다. 이는 역사적 경험을 거치면서 세워진 원칙이기도 하다.
하지만 종교의 구원이 사후의 문제만이 아니라 금생의 현실적 삶을 포함하고 있다고 할 때 정교분리의 문제를 단순히 이분법적으로만 생각할 수는 없는 면도 있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자 정치적 동물이기도하다. 현대사회에서 정치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환경을 결정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그리하여 인간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문제들에 대해 관심을 기우려야 하는 것은 종교인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점에서 인간의 자유와 평등의 가치를 향상시킬 수 있는 정치체제를 향한 노력들은 정교분리라는 명분으로 소홀히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다만 영역과 한계가 법도에 맞아야 할 것이다. 지광 스님의 지적도 이러한 관점에 바탕 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간의 사정이야 어떠하든지 간에 이번 익산지역의 총선 과정에서 표출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스님의 지적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세상사 팔이 안으로 굽는 것은 인지상정이라 하나 정책이나 인품 그리고 절차의 정당성마저도 불문하고 집단이기주의에 끌려 무조건적 선택을 조장하고 부추기는 것은 선거의 목적을 오도하는 일이 되고 말 것이다.
한국종교지도자 협의회에서는 이번 총선을 바르고 깨끗한 역사적 선거가 되도록 하자는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면서 종교적 연고나 지역 혈연 등의 관계에서 벗어나 국가와 사회를 위해서 누가 더 적임자인지를 선택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바 있다.
이와 관련해 불교 조계종은 “선거 참여가 보살행입니다”라는 제목의 소책자와 홍보전단지를 제작해 지난달 하순부터 전국의 불자들에게 나눠 주고 있으며 개신교 단체인 기독교윤리실천운동도 “특정 후보나 정당에 투표하는 것은 신앙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정책 투표를 강조하는 내용의 홍보전단지를 인쇄해 배포하면서 바른 정치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이에 비해 익산에서는 종교를 정치에 이용하려는 의도로 종교 간의 대립과 갈등을 조장하는 일들이 심화되고 있다. 이번선거로 인해 앞으로 이웃 종교들 간 반목의 발단이 되면 어쩔까 하는 우려를 금할 수가 없다.
익산은 원불교 본부가 있지만 개신교의 교세가 어느 중소도시보다 활발하고 천주교나 불교도 굳건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 또한 각 종교마다 익산의 지역사회와 시민들을 위해서 헌신하고 있다, 익산은 이러한 종교적인 기반을 자산으로 활용해 도덕성을 함양시키고 사랑과 자비가 넘치는 은혜공동체를 만들어 간다면 익산시민들의 행복지수도 높아질 것이다.
이웃종교는 경쟁이나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상호 협력하고 배려하는 동반자임을 인식하고 화해와 일치를 통해 시민 모두가 행복한 익산을 만드는데 노력하자는 말씀을 드리며 앞으로도 아낌없는 질책과 협력을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