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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이야기 마당

소각 그리고 소비


소각 그리고 소비


 엊그제는 엄지손톱보다 큰 우박이 1분여동안 떨어졌다. 익산에 살면서 이렇게 큰 우박이 떨어진 것은 처음 봤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기후변화가 우리의 체감보다는 더욱 심각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소비로 인해 발생하는 쓰레기양이 엄청나다고 한다. 이러한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많은 예산을 들여, 지자체들이 소각장을 만들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익산에도 양보와 타협이라는 우여곡절 끝에 소각장이 만들어졌고, 시민들의 생활에서 발생한 쓰레기들을 매일 소각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주변을 돌아보면, 소각장에서만 소각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일상에서 무심히 이루어지는 크고 작은 소각들이 한둘이 아니다. 시골에 가보면 웬만한 가정집에 자연소각로(?) 한기씩은 가지고 있고, 생활에서 발생하는 작은 쓰레기들은 이곳에서 소각한다. 

 마을단위 공유지에 무단투기 후 소각하는 경우도 있고, 조그만 공장 후미진 곳에 드럼통 같은 것을 이용하여 소각하는 경우도 있다. 농사짓고 난 비닐 등 폐기물은 거의 수거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쓰레기가 많이 발생하는 고물상에서도 불법적인 소각행위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조금이라도 오염을 줄여보려고 막대한 예산을 들여 소각장을 만들어 놓고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비용절감을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불법적인 소각행위가 환경에 커다란 영향을 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시민단체와 익산시의 적극적인 홍보와 강력한 단속이 요구 된다.

 도시민은 소비를 줄이고 물건을 오래 사용해야 한다. 소비를 줄이는 것이 곧 쓰레기를 줄이고 환경을 살리는 길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물건을 구입하여 조금사용하면 곧 버린다. 그렇게 버려진 물건은 소각이 되거나 땅에 묻혀, 공기나 땅을 통해 내 입과 머리로 곧 떨어진다. 

 사람들은 누구나 좋은 옷, 좋은 신발, 좋은 가구, 좋은 차를 갖고 싶고, 맘에 들지 않으면 리모델링을 통해 멋지게 바꾸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지나친 소비로 인해 심각한 훼손을 겪는 환경의 변화에 대해서는 둔감한 편이다. 우리의 귀한 손녀, 손주, 자식이 수십 년 후 기형아 낳고, 아토피보다 더한 환경 병에 시달린다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

 지금 우리는 미래의 세대들에게 너무 큰 죄를 짓고 있다. 자연과 땅 어느 것 하나 내 것인 것이 하나도 없다. 더욱 지키고 가꾸어 가야할 지구에서 우린 겨우 80년 살고 죽는다. 우린 최소한 옛 선조들이 해왔던 것처럼, 앞으로 태어날 생명을 위해 보다 깨끗한 자연환경을 물려줘야 한다. 

 우리 평균 수명이 80살에 육박한다. 현대의학의 발달 영향도크지만, 지금의 50대 이상의 세대는 젊은 시절 그나마 비교적 깨끗한 환경 속에서 살아왔다. 하지만, 지금은 아닌 것 같다. 현대의학이 아무리 발달해도 자연의 힘을 이기지 못한다. 우리는 불과 50년도 되지 않는 시기에 근대화와 산업이라는 이름아래 너무 많은 것을 버리고 잃었다. 내가 물건하나 더 구입하고 소비한 만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자, 손녀, 자식은 고통과 근심이 배가될 것이다. 나눠 쓰고, 고쳐 쓰고, 아껴 써야 된다.

우리 집 신발장에는 버리지도 못하고 신지도 않는 신발이 겹겹이 쌓여있다. 지나친 소비는 환경을 죽이는 재앙이다.


이장우 (익산참여연대 대표)

* 이글은 익산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