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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이야기 마당

지역경제 희망이 필요하다


지역경제 희망이 필요하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구도심 거리나 재래시장은 어디랄 것도 없이 오가는 사람 없고, 시끌벅적한 풍경을 기대할 수 없는 스산한 모습으로 변해 있다. 골목슈퍼나 구멍가게도 갈수록 빛을 잃어가며 초라하고 남루한 모습에 하나 둘 빈 상점만 늘어만 간다. 불과 10여년 만에 대형유통재벌의 대형마트, SSM, 인터넷 쇼핑, 홈쇼핑으로 초토화 된 지역상권의 모습이다. 
 대형유통재벌의 무한경쟁으로 원가를 밑도는 통큰 시리즈와 The큰 시리즈가 등장하며, 품목도 피자, TV, 청바지, 햄버거 등으로 확장해 가고 있다. 40% 수준의 이벤트 상품을 취급하는 상점과 재래시장은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렇게 지역상권은 최소한의 보호도 없이 유통재벌과의 무한경쟁에서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다. 
 익산, 전주에서 촉발된 대형마트 영업시간 단축을 요구하는 천막농성과 서명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영업시간과 품목제한이 가능한 유통법안을 조경태 의원이 대표 발의한 상황이다. 생산기반이 취약한 중소도시 일수록 자영업과 소비산업의 의존도가 높아 대형마트와 통신판매의 피해가 더욱 심각하다. 인구 31만의 소도시 익산에서 매년 2천억 이상의 매출이 대형마트와 SSM에 의해서 이루어지며, 통신판매로 2천 3백억이 유출되고 있다.

 유통법과 상생법에 의한 대형마트와 SSM에 대한 규제가 실효성이 없는 상황에서 지역주민들만의 싸움으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먼저, 지역상권 보호를 위한 대형유통업에 대한 법적규제가 절실하다. 대형유통기업과 지역상권이 상생을 위한 자율적인 합의가 가능하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소한의 경쟁여건을 마련하기 위한 규제로 영업시간, 품목, 사업장 위치에 대한 규제권한을 자치단체에 주어줘야 한다. 지역적 여건과 특성을 고려하여,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을 설정해서 운영할 수 있는 권한이 자치단체에 보장될 수 있도록 유통법 개정이 필요하다.
 둘째, 지역 상권은 소비자 요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자생력을 가져야 한다. 개별적인 상점 차원에서 자생력을 확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공동대응만이 유일한 해법이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구조는 슈퍼마켓조합, 상인연합회 등의 상인조직이 공동물류, 공동판매, 브랜드, 홍보, 경영컨설팅 등을 담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체계적인 기획으로 가격경쟁력, 홍보와 공동판매, 고객관리를 통해서 자생력을 확보해나가야 한다. 외국의 사례로는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 생활협동조합 방식으로 공동대응하고 있다.
 셋째, 이웃과 지역을 생각하는 소비를 지향하는 시민운동이 필요하다. 제품구입에 있어 효용성으로만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소비가 가족, 이웃, 지역에 미치는 영향, 제품의 생산과 유통과정에 개입하는 소비를 하자는 것이다. 지역경제 회복은 자본의 역외 유출을 줄이고, 지역선순환의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지금은 유통이 큰 소리를 치지만, 조직된 소비, 생각하는 소비가 유통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넷째, 자치단체의 지역경제에 대한 패러다임을 변화시켜야 한다. 대부분의 자치단체가 기업유치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야기 한다. 매년 일정한 기업유치에도 불구하고 인구는 감소하고, 좀처럼 경제는 좋아지지 않는다. 왜 이런 결과가 되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지역의 경제주체가 안정적인 경제활동을 통해서 생산성이 높아지고, 지역선순환의 경제구조를 위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이러한 근본적인 대책들이 단시간에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나 둘 풀어가야 한다. 대형마트의 문제가 상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점, 이웃과 지역을 살리는 소비운동, 공동대응을 위한 상인들의 조직적 변화, 자치단체의 정책적인 지원 등이 하나로 모아지는 시민운동으로 발전해야 한다. 이번 영업시간 단축과 지역상권 이용을 위한 시민운동이 지역경제의 새로운 희망의 불씨가 될 것이다.


이상민  (익산참여연대 사무처장)


* 이글은 4월 세계일보에 실린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