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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이야기 마당

제발! 착각하지 마시라

제발! 착각하지 마시라.

30일 남은 국회의원 선거.
얼마 남지 않은 선거기간을 감안하면 정당들은 사활을 걸고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며, 현 정권의 과오를 준엄하게 따지며 쟁점을 만들어 가야 한다. 또한 지역에 출마한 국회의원 후보들은 공약을 제시하며 국민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동분서주해야 하는 것이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대통령 선거의 전초전이라는 중요성을 따지자면 잔치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분위기가 떠야 하는데 조용하기만 하다. 선거사무실의 현수막, 아침, 저녁으로 인사하는 후보를 잠깐 보는 것이 선거 풍경의 전부인 것 같다.

반대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이는 자리나 휴대폰에서는 국회의원 선거를 둘러싼 정치 열기가 뜨겁다. 그런데 그 열기가 희망을 논하고, 좀 더 잘하라는 격려가 아니라, 열에 아홉은 민주통합당을 향한 성토이다. ‘국민이 만든 희망의 밥상을 스스로 걷어 차 버렸다’, ‘민주통합당이 왜 이러나’, ‘자기들이 잘해서 지지율이 올라간 줄 아나’ ‘착각은 자유라지만 이건 해도 너무하다’ 등의 내용이 쏟아지고 있다. 새로운 변화의 기대를 가지고 지켜보며, 힘을 실어 주었던 국민들이기에 실망의 깊이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국민경선을 통해 지도부를 선택할 때만해도 많은 국민들은 변화와 기대를 가지고 힘을 실어주었는데, 지금은 민주통합당을 향한 국민들은 질타를 계속되고 있다.

80만명.
민주통합당 지도부를 선출하는데 참여한 선거인단 인원이다. 80만명은 단순한 숫자라기보다는 새로운 변화를 통해 국민들이 기대하는 것을 올곧게 실천해 나가라는 과제가 담긴 상징적 숫자였다. 민주통합당 지도부도 80만 국민의 힘으로 당선된 지도부라고 자랑스레 이야기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80만 국민의 힘으로 당선된 지도부의 행보와 후보공천 문제 등이 실타래처럼 꼬이면서, 기대와 희망을 담아 힘을 주었던 국민들에게 스스로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80만명이라는 숫자에 득의양양 해진건지, 선택의 여지는 우리 밖에 없다는 오만인지 모르지만, 그들은 80만명이라는 국민선거인단이 내준 과제와 눈높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국민들은 지난 4년간 나아지지 않고, 더욱 뒷걸음치는 현실을 온몸으로 느껴왔다. 그렇기에 잘못을 바로잡는 새로운 변화에 대한 열망이 간절했다. 그 열망을 선거라는 공간을 통해 실현하고자 총선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국민경선에 참여하며, 민주통합당에 힘을 실어주고자 한 것이다. 국민들의 기대는 기존의 정치에서 신물 나게 느껴왔던 계파공천, 계파중심의 운영, 비리자 공천 등의 전철을 밟지 말고, 새로운 정치문화, 원칙과 기준이 분명하게 서 있고 적용되는 정치였다.
그런데 민주통합당의 첫 걸음부터 국민의 눈높이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과감하게 청지혁신을 이루라고 힘을 실어 주었는데도, 칼조차 꺼내보지 못한 것이다. 잘못을 신속하게 인정하고 과감하게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주저함과 구차한 변명을 선택했다. 국민들이 반대하는 것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정치적 계산기를 두들기기에 바빴다. 새로운 변화를 위해 국민들의 힘이 필요하다고 절절히 외쳐 힘을 주었더니, 정작 그 힘을 제대로 사용하지도 못하고 있다. 이것저것 계산하고 따지다보니,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 줄 국민이라는 든든한 존재가 바로 옆에 있는데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꼬일 대로 꼬여버린 지금의 상황을 타개하는 방법은 단 하나이다. 국민을 믿고 과감한 혁신의 길을 걷는 것뿐이다. 그러한 믿음이 있어야 개인의 영달과 집단의 영달에서 벗어나 국민이 원하는 결단을 내릴 수 있다. 민주통합당의 지금의 현실에서 비추어 보면, 다시 한 번 과감한 변화를 주문하는 지금이 마지막 국민들의 명령인지도 모른다. 선택과 결정은 민주통합당에 달려있다. 
국민들의 간절함에 편승해 숟가락만 들고 희망의 밥상을 차지할 수 있다는 착각, 정치적 시기와 변화의 갈망으로 인해, 대안과 선택의 여지는 우리밖에 없다는 오만에서 비롯되는 착각, 이정도면 국민들도 이해하고 넘어갈 거라는 스스로의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제발! 착각하지 마시라. 
그 착각으로 인해 국민들의 열망을 스스로 짓밟는다면, 국민들은 엄중한 심판을 내릴 것이다.

황인철 (익산참여연대 시민사업국장)
*이글은 2012년 3월 12일 소통신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