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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이야기 마당

개혁을 상실한 정치, 힘 잃은 선거판


 

개혁을 상실한 정치, 힘 잃은 선거판
-민주당에서 민주통합당으로 가는 길목을 보다-


 

개혁의 현장인 구럼비바위에 정치가 없다.
폭약이 터지고 100톤짜리 콘크리트덩어리가 바다에 던져지고 있다. 평화의 섬, 제주도에서 해군기지건설을 둘러싸고 성직자와 강정마을 주민들이 몸을 던져가며 맞서고 있다. 신부와 목사마저 구속되는 지경이다. 한 쪽에서는 전쟁인데, 다른 한편에서는 권력을 둘러싼 공천에 올인하는 꼴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되지 않는다. 개혁이다 혁신이다 하며, 마치 세상을 바꿔버릴 것처럼 요란을 피면서, 정작 세상이 바뀌는 현장에는 왜 나서지 않는가. 공천발표를 구럼비바위에서 하면 안 되는가. 정책발표도 마찬가지다. 화려한 말잔치가 아니라면, 나라의 안보와 국민의 삶을 좌우할 현장에 임시당사라도 차리고 개혁과 혁신의 몸짓을 생생하게 보였어야 했다. 주민이 결사반대하고 제주도행정과 의회가 반대하고 국회조차 예산을 삭감하며 공사중지에 합의했음에도, 이를 강행하는 정부의 폭력에 맞서지 못하고서야 개혁과 혁신은 말뿐이지 않는가.

두 개의 시선
총선과 대선을 치루는 올해는 사실상 국가권력의 향배를 결정하는 해이다. 권력의 주인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나라의 운명과 국민의 삶이 얼마나 피폐해지고 망가질 수 있는 지 MB정부들어 뼈저리게 경험하고 있다. 4대강에 FTA, 용산참사와 쌍용자동차, 방송사장악과 파업 그리고 제주도 구럼비바위에서의 해군기지건설강행 등 너무도 굵직한 사안들이 즐비하여 다 담기도 어려운 지경이다. 그래서인지 올해 선거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는 너무도 분명해 보인다. 더 이상의 집권과 그 권력구도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 이상 실망시키지 말고 제대로 된 정치로 권력을 바꿔 보라는 요구다. 한마디로 혁신과 통합이다.
두 개의 시선이 있다. 정치판에 뛰어든 현실정치인으로서 바라보는 선거와 유권자인 국민의 시각이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눈앞의 선거에서 보는 정치가 있고, 선거를 지나면서 형성되고 발전되어갈 과정으로서의 정치를 보는 시각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치판에 뛰어든 사람의 시각은 온통 득표와 당선에 있다는 것이다. 가치나 정책은 뒷전이다. 사실 그만한 역량이 있는지도 의문인 사람들이 태반이다. 금품과 조직 동원으로 빛바랜 ‘국민경선제’를 보는 국민의 시각은 냉정하다. 이래가지고서야 뭐가 나아질 것인지 장담할 수 없다. 선거에서조차 불안하기만 하다.

제대로 가고 있는가?
하다못해 집권여당인 한나라당마저 이제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고치고 공천혁명이네 하며 ‘친이계’를 대거 탈락시키기에 이른다. 권력을 함께 누렸던 저들도 그동안 너무 했다는 것을 아는 것이고, 그대로 가다가는 쫄딱 망하게 생겼으니 이름도 바꾸고 사람도 대거 바꾸는 거 아니겠는가. 하물며 야당이나 국민들의 심정은 말할 것도 없지 않은가.
한마디로 반사이익이라는 것이다. 조금만 노력해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환경 말이다.
그런데 “죽을 쒀도 유분수”지. 새누리당보다 못한 공천이라는 평을 받으며 지지율이 급락하질 않는가.
“임종석과 이화영은 되고 다른 사람이 안 되는 이유는 뭐냐”
“김진표는 되고 강봉균이 안 되는 이유는 뭐냐”
“현역의원 대부분이 컷오프를 통과하는 것으로 인적쇄신이 가능 하냐”
“국민경선이라 하지만 결국 조직 동원 아니냐?”
공천 어디에서 혁신을 찾을 수 있는가. 기득권과 나눠먹기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그나마 통합진보당과 야권연대 협상이 마무리된 것이 위안이 된다. 그래도 아직 많이 부족해 보인다. 혁신이 없기 때문이다. 당장의 선거에 매몰되다보니 각각의 이해와 요구가 충돌하고, 절충은 원칙을 벗어나다보니 제대로 된 방향과 가치, 기준으로 가질 못하고 갈 짓자 걸음이다.

혁신과 통합은 양 날개다.
혁신은 통합의 알맹이고 통합은 혁신의 몸통과 같은 것이다. 하지만 혁신과 통합이 따로 논다. 아니 혁신에 대한 고민이 빠진 느낌이다. 뭐가 달라졌는지 알려면 혁신의 내용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다. 개혁신당이 그랬고, 창조한국당이 그랬다. 백년정당을 말하며 정치권의 혁신을 주장했다. 결과는 매번 좋지 않았다. 정치권이 보여온 밀실과 야합, 부정비리, 파벌정치, 특권의식 등으로부터 자유로운 정치문화를 생각한다면서 결국 선거 때만 반짝하고 말았을 뿐이다. 결국 구악에 흡수되거나 미미한 목소리로 사라지는 운명을 맞았다. 국민들의 기대와 여망이 이용되는 가운데 실망과 좌절도 깊어만 갔다. ‘혁신과 통합’의 운명은 또 어떻게 될 것인가. 조직을 만들고 하는 첫 사업이 선거판에 뛰어든 것이고, 덩치를 키우기 위해 몸집부터 불리며 민주통합당으로 거듭났다. 덩치는 커졌는데 무엇이 새로워지고 나아졌는지 모를 일이다. 

혁신의 시작은 반성이고 제대로 된 인물을 세우는 일이다.
참여정부에서 시작된 FTA와 제주해군기지가 그렇다. 복지를 말하기 전에 비정규직과 부동산을, 반값등록금을 말하기 전에 공교육의 정상화와 사교육의 문제를 짚었어야 했다. 모든 문제에는 뿌리가 있다. 혁신의 시작은 잘못을 바로잡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잘못된 역사의 되풀이다. 민주통합당을 바라보는 마음이 편치 않은 이유의 하나가 이것이다.
“선거는 표로 말하고 당락으로 결정된다”고들 한다. 그래서 일단 선거에 올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몇 십 년을 보내고 있다. 정치는 제자리걸음이고 국민들의 한숨은 계속된다.
“그 X이 그 X이다.”는 탄식을 언제까지 되풀이 할 것인가. 매번 후보교체가 반절을 넘었다고 하지만, 결국 어떤 인물이냐는 것이 핵심이다. 주민과 호흡하며 일상에서 개혁적인 삶을 살아온 이들이 안 보인다. 그러고서야 무슨 새 인물이고 정치혁신이라 할 것인가. 집권 후의 상황도 불 보듯 뻔하지 않겠는가.

긴 호흡으로 시민정치의 꿈을 정당에 담아보자.
아무리 개인적으로 훌륭한 사람도 정치에 몸담으면 금세 물들어 버리는 판이다. 누가 정치한다고 하면 일단 가족과 주위사람부터 말리고보는 세태가 작금의 현실이다. 그만큼 정치는 더러운 그 무엇으로 취급받은 지 오래다. 그래도 매번 선거 때면 “이번에는 좀 나아지려나” 하며 괜찮은 후보나 정당을 찾는 게 현실이다. 그만큼 정치는 삶과 떼어낼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국민도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 정치판에 뛰어들어 흙탕물을 튕겨봐야 달라질 것이 없다. 판을 바꾸겠다고 선거에만 집착하는 것으로도 나아질 것은 없다. 표만 달라고 하는 것은 주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국민을 주인으로 생각한다면 정치도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 삶의 터전에서 이웃과 부대끼면서 요구도 모으고 모임도 만들면서 그 뜻을 주장하고 실현시켜가는 많은 몸짓들이 살아 움직이고 있다. 성미산마을이 그렇고 FTA반대 동네시위를 진행한 용인의 동천동 마을이 그렇다. 이들 뿐이랴. 전국의 많은 생활공간에서 싹이 트고 있지 않은가. 제각각의 모습으로 다양한 실험을 하는 이들에게서 희망을 본다. 시민이 나서서 정치의 중심으로 다가서게 하는 운동, 이를 시민정치운동이라고 하자. 이를 토대로 백년정당의 꿈을 키운다면 너무 과한 것일까.

글 : 이영훈 운영위원(우리들치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