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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때보다 더 열악한 우리 소리 지키기 2

 

 

일제 강점기 때보다 더 열악한 우리 소리 지키기 2

 

 젊은 사람들 사이에 우리 정서에 맞는 아름다운 우리 음악을 국악이라 불러서 그러는지 국악 전공자 또는 노인층을 비롯하여 특별히 국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음악이라 생각하고, 서양음악이라 불려야 할 음악은 우리 것인 냥 친숙한 우리 음악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일제강점기 때는 눈에 보이는 일본이라는 강적이 우리 것을 말살시키겠다고 작정을 하고 달려드니 의식 있는 층에서 목숨 걸고 지켜야 한다고 자신이 가진 전부를 걸고 서로 뭉칠 수 있었는데, 강적이 사라진 오늘날에도 이어지는 민족말살 정책을 펼치던 일본이 짜 놓은 것과 비슷한 초등 교과 과정 7차 교육과정에서 국악 비율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그 과정을 지도할 국악 교사가 부족한 현실에서는 별 의미가 없어 보이고, 아직도 학교 정규 음악 시간에 판소리를 배워 독창은 커녕 합창으로도 부르는 아이들도 거의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슬퍼진다.

 

 

 우리 것을 소중히 지키려던 조상들의 피 값을 생각해서라도 해방된 조국에서 해방된 민족이 마음 놓고 소리하고 연주할 수 있도록 판소리를 비롯한 우리 음악을 교육과정에 100% 반영해도 모자랄 판인데~ 대학 교육까지 받은 사람들조차도 우리나라 노래인 판소리 한 대목을 부르기는 커녕 기본 구조도 모르는 지경에 이르도록 했을까? 나는 정말 믿을 수 없다. 

 

 


 우리는 무엇으로 일제의 잔재가 곳곳이 남아 있는 이 현실을 바꿔 우리 국악이 음악이 되게 해야 할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기어이 서양음악과 우리 음악을 구분해야 한다면 우리 국악을 음악으로, 현재 우리가 음악이라고 부르는 교과서에 담긴 내용 중 국악이라 부르는 것을 제외한 모든 음악을 서양음악으로 부르자는 개명 운동과 초등학교 음악 과정 중 1학년은 우리 음악이 70% 서양음악 30%, 학년이 올라갈수록 서양 음악의 비율을 높여 가다가 중학교에는 5:5의 비율로, 고등학교는 특성화 학교도 많으니 학교 따라 자율적으로 하되 일반 고등학교에는 5:5를 유지하는 것이 우리의 정체성과 우리 민족의 얼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정신대, 독도 등 여러 가지 정치적인 문제로 일본에 대한 악감정은 아직도 남아 있지만, 일제 강점기 때 받은 교육과 그때 조선총독부에서 지정된 노래만을 부르고 자라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정서적, 언어적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만든 교육의 틀을 답습하면서 우리 음악을 교육에 접목할 기회를 놓친 것은 돌이킬 수 없는 큰 실수였다. 그러나 그 당시 우리 음악을 지키던 대부분의 사람이 천대받던 사람들이었고, 그나마 일본의 압박으로 활동을 접은 사람이 많아 해방된 조국이니 우리 음악을 배우게 하자. 라고 교육현장에 나설 사람이 거의 없었을 것이다. 꼭 짚어 말하자면 학교 교육을 제대로 받았고, 일부 유학을 다녀오기도 한 서양음악 담당 선생님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 음악에 대한 기본이 없이 서양 음악만을 전공한 사람들의 손에 맡겨진 우리 음악교육 현장!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외국으로 유학 간 학생에게 그 나라 교수가 물었다. “너의 나라 음악에 관해 이야기해다오” 우리나라 음악이 있다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했던 학생이 당황하여 한마디도 못하자. “너는 너의 나라 음악도 모르면서 남의 나라 음악은 배워서 어디다 쓰려고 여기까지 왔냐?” 그 교수의 말에 고민하다 그 말이 맞다 싶어 우리나라로 돌아와 국악과에 다니며 우리 국악을 배우는 중인데, 하다 보니 우리 음악이 좋아 이제는 유학 갈 일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는 학생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순간 우리 음악이 젊은이들과 함께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여서 정말 기뻤다.

 

 

 우리 음악과 친할 기회를 얻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이질감을 없애려면 일본이 정책적으로 교과 과정에 자기 나라 음악으로 채워 교육을 통해 치밀하게 우리의 의식을 일본화시킨 것처럼, 모든 것에 우선해서 우리 정서가 담긴 판소리와 민요를 장단별로 한 대목 정도, 아리랑도 한두 곡 정도는 부를 수 있고, 국악기도 한 가지 정도는 다룰 수 있도록 교과과정을 다시 편성해야 한다. 내 나라 내 땅에서 소외당하는 판소리가 세계의 보물이 된들 무슨 의미가 있으랴. 남의 손에 든 떡을 내 떡이라 할 수 없는 것처럼 이렇게 가다가는 판소리가 대한민국을 제외한 세계의 보물이 되는 건 아닐까. 우려된다. 

 

 

 인간문화재라고 부르기도 하는 중요무형문화재 제도를 도입하여 판소리와 고법 보존을 위한 문화재청의 노력으로 전공자들에 의해 판소리와 고법은 잘 보존되었지만, 소리판의 삼 요소인 귀 명창은 보존되지 못하고 사라져 버렸다. 판소리의 가왕이라 불리는 전기 팔 명창(권삼득, 송홍록, 모흥갑, 염계달, 고수관, 신만엽, 김제철, 박유전, 주덕기, 황혜천)중의  한 분인 송홍록 국창이 대구 감영에서 소리를 할 때 사람들의 칭찬이 자자했으나 경상 감사의 수청 기생인 맹렬이만 소리에 미진한 곳이 많다고 눈을 흘기자 다시 운봉으로 들어가 피를 쏟으며 노력한 후 다시 맹렬이 앞에서 소리를 하자 그 소리에 반하여 백년가약을 맺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는데, 요즘 들어 맹렬이라는 기생처럼 소리를 듣고 소리꾼을 다시 산속으로 들여보낼 만큼 혹독하게 평가할 귀 명창이 몇 사람이나 될까? 귀 명창도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하여 보존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지금 판소리와 고법이 보존되어 온 정도의 귀 명창들이 남아서 열심히 소리를 즐기며 추임새를 잘할 수 있도록 소리판을 지키지 않았을까?

 

 지금도 추임새 잘하는 법을 알려 주고 싶어 <판소리 세배로 즐기기>교육을 겸한 공연을 주 1회 하고 있지만, 만약 지금이라도 문화재청에서 <중요무형문재 제 **호 판소리 귀 명창 보유자>를 지정한다고 공고를 내면 제일 먼저 달려가 귀명창 문화재 1호가 되어 추임새 잘하는 법을 알려주면 모든 사람이 다 배워 <귀 명창 인간 문화재>가 된다면 정말 좋겠다. 정말 좋겠다.

 

<판소리 세 배로 즐기기 안내> 시간 : 매주 목요일 저녁 7시, 선 문화원(원불교 문화교당)

 

 

글 : 김광심 (한국판소리보존회 익산지부 사무장, 익산참여연대 회원)  

 

* 참여와자치 65호 판소리로 전하는 마음의 편지(2)에 실린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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