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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에 팔린 판례를 읽고 2

 

 



판소리에 팔린 판례를 읽고 2



 80평생을 소리에 팔려 살아오신 판소리 중요무형문화제 제 5호 춘향가 보유자 이셨던 춘전 성우향 선생님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판소리 보존과 대중화였다. 그 부분에 대한 선생님의 생각은 181쪽 1행부터 8행까지 잘 나타나 있다.



<<우리 선생님(정응민)은 무진무궁해, 중모리로 했다가 자진모리로 했다가, 한마디에 한마디, 또 뭐 진양조로 했다가, 이렇게 똑같은 가사에서도 막 맘대로 그 때 그 때 맨들아서 해 부러, 헌다니깐요. 근디 다 부침도 좋고 좋아. 그럴 수가 없어 긍깨요, 머리 가서 얼마나 소리가 짜져 있으면 그렇게 자유자재로 될 거야. 참 무서운 양반이여.“결박소리 허지 말라.”고, “딱 그냥 못 박아 놓고 결박소리 허지 말라.”고 우리한테 항시 그러셨거등 말씀 얼~~>>

 (**결박소리 : 사진 소리라고도 하며 언제 해도 거의 똑 같은 판에 박힌 소리라는 뜻)


“소리를 보존해야 한다는 말을 스승의 소리를 그대로 따라 하라는 말로 생각한 탓인지, 요즘 젊은 사람들 소리를 조금만 들으면 누구 소리와 똑 같은 소리 결박소리를 하고 있는데 흉내 내는 소리로는 진정한 소리꾼이 될 수 없다.”고 하셨다. 열 살은 열 살, 스무 살은 스무 살 소리를 자신의 성음으로 해야 하는데, 나이 드신 선생님 소리를 그대로 흉내 내다보면 소리가 익어서 익은 소리를 하는 것이 아닌, 내 소리도 아니고 선생님 소리도 아닌 애 늙은이 소리 ,소름 돋는 이상한 소리가 나온다. 판소리 경연대회에 가서 소리를 듣다보면 종종 그런 소리꾼들을 보는데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성악회 때 그 이야기 들었 제, 방얼 그 때 5명창, 다섯 양반 방이 쭉 있어 이렇게, 그러문은 학생이 이제 그 가령 이동백 소리가 인자 적벽가가 안 좋은가 벼, 듣기는 인자 오 바탕은 하더라도 그 냥반이 이제 제일 잘하시면은 여기 가서 배와 그 선생님한테, 한 바탕을 띠었다. 그 말이제, 그러면은 큰 절로 인사하고, 그리고 인자“이 다음에는 어떤 바닥을 좀 배우고 싶습니다. 그렇게 다른 선생님한테 가서 배우겄습니다.” 인사허고, 못 가게 하는 것도 없어. 그래 갖고 인제 이 다음에는 심청가를 가른 양반한테 인자 그 냥반  특기럴 또 배와. 그리고 여기서 끝나 문 또 인자 그 식으로 처럼 또 그 옆 선생님한테 가령 김정문씨가 인자 흥보가럴 잘했다 그러문 고리 가서 인자 그 놈 하고, 그렇게해서 오 바탕을 그렇게 다 배우도록 되아 갖고 있었어. 니 제자, 내 제자가 묶여진 것이 아니었거등, 그런디 지금은 이렇게 ~>> (199쪽에 실린 글)
(**조선 성악연구회 ; 조선음률협회 해산 이후 창립된 국악인들의 결속단체이다. 쇠퇴해 가는 판소리, 그리고 창극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이동백, 송만갑, 김창룔, 정정렬 등이 힘을 모아 1934년에 조선성악연구회를 발족시켰다. 제자 육성, 판소리, 가야금병창, 산조, 창극 공연 등의 활동을 했다.>>  



“그 선생님께 배울 것 다 배우고 나에게 간다고 허락까지 받고 온 학생과 함께 여름 산 공부를 하고 있는데,  내 제자이자 그 학생의 스승이 찾아와  “선생님께서 어떻게 내 제자를 빼 갈 수 있어요? 선생님께서 그러실 줄 몰랐어요. 라고 한나절 소동을 부린 일도 있었다. 네 제자 내 제자가 어디 있냐? 내 소리 다 배웠으면 다른 소리를 배우라고 보내 줘야지. 더구나  다섯 바탕소리를 다 가르칠 수도 없으면서 내가 배워서 가르쳐 줄 테니 내가 배울 때 까지 기다리라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 제. 여러 소리꾼에게 여러 소리를 배워 자기 소리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진정한 스승이고, 소리꾼이지, 나에게만 끝까지 배워라. 라고 말하는 잘못된 몇몇 소리꾼들로 인해 결박 소리가 나온다.“” 라고 걱정하시던 말씀을 들었다. 제자들의 오고 감을 자유롭게 헤 주신 열린 소리꾼, 그래서 존경할 수밖에 없었던, 큰 스승님의 따뜻한 품이 그립다.



 <<판소리가 늘 곁에 있었고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었기 때문에 판소리를 동요로 따라 부르며 흥미를 가질 수 있었고 그래서 성우향은 자연스럽게 명창의 길로 들어설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290쪽 7행) 현재 국악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불투명한 자신의 장래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 ~ 경제적인 어려움은 둘째고 일단 소리 속을 알아주는 귀명창이 드물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경제적으로 힘들더라도 소리 속을 알아주는 귀명창이 많다면 긍지와 희망을 가지고 국악에 매진할 것인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성우향은 우선 보다 많은 사람들이 국악에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 성우향은 평생 탐구한 판소리를 제자들에게 다 주고 가는 것이 소원이다. 판소리 전문학교를 만들어서 판소리를 공부하고 싶은 사람이면 누구나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게 하고 그런 곳에서 후학들을 위해 여생을 바치고 싶다고 한다.>>  (291쪽 11행 ~ 292쪽)



 국악 관련 방송을 보시면서, 불안해하는 젊은 소리꾼을 위해, 또 많은 사람들이 소리에 국악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이 많아지면 좋겠다. 는 말씀을 많이 하셨는데, 요즘 한 창 유행인 텔레비전 복면 가왕 프로그램이 10대의 소리꾼에서 2,3,40대와 5,6,70대의 중요무형문화제인 국창 서열의 소리꾼까지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소리를 한다면 과연 청중은 귀 명창은 어떤 연배의 소리꾼의 소리를 판소리 복면가왕으로 손을 들어 줄까 궁금하다. 또 판소리 다섯 바탕 중 각 각 완창을 한 소리꾼들을 모아 놓고 대목 별로 번호를 매겨 화살로 쏘아 맞춘 번호의 소리를 하게 하는 프로그램, 판소리 K -팝! 직접 작사 작곡한 소리를 부르는 소리꾼을 발굴하여, 판소리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그 새로운 세상을 이끌어 줄 판소리계의 박진영과 보아의 날카로운 지적과 따뜻한 격려가 넘치는 프로그램이 시작되어 감동이 넘치는 무대와 함께 충분한 상금이 주어진다면  재능 있는 많은 작사 작곡가들의 관심이 판소리로 집중될 것이다.  과거와 현재에 방영 되고 있는 프로그램을 소리로 바꾼 사례지만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것은 판소리 대중화를 꿈꾸는 나에게만 해당하는 절박한 마음일까? 어떻게든 젊은 소리꾼들의 무대가 더욱 더 많아져, 그들의 사랑과 우정이 담긴 더늠 소리와 그들이 만든 새로운 장단이 넘실대는 소리판이 된다면, 정부도 기업도 개인도 많은 관심을 보여, 소리를 배우고 싶다는 사람들로 넘쳐, 80평생 판소리에 팔려 살아온 판례가 끝내 이루지 못한 판소리 전문학교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하지만 그 꿈을 이루지 못한 판례는, 지방에서 올라온 소리꾼들을 위해 아파트 작은 방 한 칸을 기꺼이 내 주고 1박 2일로 정성껏 가르쳐 2011년 이다은이 올리는 춘향가 완창발표회와 2014년 김세종제 춘향가 마지막 이수자 발표회를 지켜보고, 후진들을 위해 계획했던 판소리 학교와 판소리 전수 관에 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 앞으로 20년은 더 살 테니 걱정 말고 수궁가 완창 빨리 시키고 오라고 하셔 놓고 2014년 5월 3일 남원 국악 성지에 지친 몸을 의탁하고 말았다. 



 춘전 성우향선생님의 해맑은 웃음, 뭔가 말하고 싶지만 말 해봐야 소용없다 싶으실 때 입술을 살짝 다물고 딴 곳을 바라보시던 모습까지 옆에 계신 듯 느껴지는데, 정말 슬프다. 선생님 모시고 하고 싶은 일이 정말 많았는데. 그래도 선생님 숨결이 느껴지는 한 권의 책과 선생님의 소리가 있어서 참으로 다행이다. 이 책을 옆에 모셔 놓고 선생님께서 살고 싶으셨던 20년! 그 20년의 약속을 선생님의 마지막 완창 발표 제자 이다은 소리꾼과 함께 열심히 지켜나가고 싶다. <이 책을 집필해 주신 노재명 국악 박물관 관장님께 깊은 감사드립니다.>



글 김광심 (한국판소리보존회 익산지부 사무장)


- 이 글은 참여와자치 소식지 72호 판소리로 전하는 마음의 편지(9)에 실린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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