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회원마당

[기고] 익산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 성공적인 창립을 바란다.(양재석-익산 의료사협 발기인 대표)


익산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 성공적인 창립을 바란다.
            
                                       글 양재석(익산의료복지사회적 협동조합 발기인 대표)

 

지난 8월 17일에 익산에서 75명의 발기인들이 모여 발기인대회를 했다. 익산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하 익산의사협) 창립을 준비하기 위한 발기인대회였다.

이름이 길어서 그냥 들으면 귀에 한 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의료, 복지,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는 긴 이름이다.

협동조합은 2012년 12월 1일에 발효된 협동조합기본법에 의해 만들어지는 법인이다. 협동조합이란 재화 또는 용역의 구매·생산·판매·제공 등을 협동으로 영위함으로써 조합원의 권익을 향상하고 지역 사회에 공헌하고자 하는 사업조직을 말한다고 법에서 정의하고 있다.

최소 5명 이상이 모여서 법이 정한 절차와 내용을 갖추면 사업을 할 수 있는 법인조직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에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된 것이 매우 놀라운 일이지만 사정을 알고 보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었다.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맞아 전 세계의 기업들이 도산하고 실업자들이 길거리에 쏟아져 나오는 그 시점에 스페인 몬드라곤 지역처럼 협동조합들이 주축을 이룬 경제생태계에서는 실업자가 한명도 나오지 않았다.

세계는 협동조합을 특별히 주목하게 되었고, 이 착한 기업의 생존력과 지속가능성에 주목하여 UN은 2012년을 협동조합의 해로 지정하게 되었다. 내용은 몰라도 세계적인 유행에 민감한 이명박 정부가 이런 흐름에 재빠르게 편승한 것이다.

어쨌든 그렇게 만들어진 협동조합 기본법에 의해서 지난 4년 8개월 동안 만들어진 협동조합은 9월 12일 현재 12,000개다. 사회적 협동조합은 협동조합 중 지역주민들의 권익·복리 증진과 관련된 사업을 수행하거나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협동조합을 말한다.

사회적 협동조합은 9월 12일 현재 협동조합 12,000개중 758개다.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약칭 의료사협)은 협동조합 중에서도 사회적 협동조합이고, 그 사회적 협동조합중에서도 가장 사회성과 지역성이 강한 협동조합이다.

 의료사협은 전국에 21개가 활동하고 있다. 대부분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고, 호남지역은 전주와 장수, 순천 세 개가 활동하고 있다. 의료사협의 활동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로는 의료기관을 개설해서 운영하는 일이다.

두 번째로는 조합원들끼리 건강을 위한 건강자조모임 활동이다.

세 번째로는 지역사회를 건강공동체로 만들기 위한 활동이다. 의료기관은 지역에 차고 넘치는데 왜 의료기관을 또 개설한다는 것일까? 현재 의료기관이 가지고 있는 질병중심 경쟁중심의 패러다임을 극복하고자 함이다.

대한민국의 의료제도는 아프면 치료하는 제도가 중심이다. 대한민국의 의료기관은 아프면 가는 곳이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인가? 아프면 치료해야 하고, 치료하기 위해 의료기관이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문제는 만성질환이 계속 늘어가고 있고, 수명이 늘어가는 대신 아픈 노인들도 계속 늘어간다는데 있다.

 현재 건강보험재정의 36% 내외가 만성질환에 쓰이고 있다. 또 65세 노인들의 치료에 건강보험재정의 37%정도가 소요되고 있다. 여기에서 두 가지의 질문이 떠오른다. 아프면 누구나 치료할 수 있도록 사회가 책임져야 하겠지만, 아프기 전에 예방하거나 초기에 치료할 수는 없을까? 현재의 건강보험제도가 앞으로 치료 수요를 지속적으로 감당할 수 있을까? 현재 평균수명은 82세, 건강수명은 72세이다. 즉 65세 노인들은 평균 10년 정도 아프다가 돌아가신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노인 빈곤률과 노인 자살률이 OECD 35개국 중 최고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개별 노인들이 겪는 빈곤과 고독, 질병으로 겪는 고통은 매우 끔찍한 수준일 것이다. 최근 노인인구가 14%를 넘어서 고령사회로 진입했고, 2026년에는 20%를 넘어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예정이다.

누구나 겪게 되는 미래 노년의 건강을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예방과 초기치료에 집중하는 1차 의료체계, 주치의 체계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확장해야 한다. 동네의원들이 동네의 건강을 1차적으로 책임지고, 2차 3차 병원과 연계할 수 있도록 예방과 초기치료에 충분한 보험재정을 투여하고 1차 의료진도 육성해야 한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건강관리를 할 수 있도록 의료복지 사회시스템을 변화시켜야 한다. 이것이 질병을 훨씬 줄이는 길이고, 오래 건강할 수 있는 길이며, 건강보험재정도 확실히 건전해지는 길이다. 많은 선진국들의 의료체계이다. 그러나 현재의 의료체계에서 단박에 그렇게 변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예방과 질병의 초기치료를 통한 건강증진의 모범사례가 필요하다. 그런 모범사례들을 통해 제도개선까지 나아가도록 해야 한다. 병원중심의 의료와 시설중심의 복지와 돌봄을 넘어서, 사람중심 이용자 중심의 의료, 복지, 돌봄의 통합적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익산의사협은 이런 의료기관과 건강시스템을 지향한다. 조합원 스스로 생활의 변화를 통해 건강을 함께 만들어 가는 건강실천모임을 시작으로, 조합원이 만든 조합원 소유의 의료기관을 직접 운영하고 이용함으로써 예방과 초기치료에 집중하고, 과잉진료의 제도적 악순환에서 벗어나 적정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또 다른 지역에서 이미 20년 이상의 사례로 증명하고 있듯이 지역의 복지, 돌봄 시스템과 연계해서 사람중심, 마을중심의 건강공동체를 만드는데 중심에 설 것이다.

많은 익산 시민들이 익산의사협의 조합원으로 참여하셔서 함께 건강한 지역 공동체를 만들어 나갈 수 있기 바란다. 특히 익산 참여연대의 회원님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실 것을 믿는다. 익산의사협의 성공적인 창립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