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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이야기 마당

(기고) 시민 모두가 조합원인 익산을 꿈꾸며

시민 모두가 조합원인 익산을 꿈꾸며

 

우연히 “익산을 바꾸는 협동조합”이라는 플랜카드를 보고 참여연대에서 주최하는 시민아카데미에 참여하게 됐다. 평소 사회적 기업, 지역개발 등에 관심이 있던 터라 ‘협동조합’이란 말을 본 순간 ‘꼭 들어야지’하는 마음이 생겼다. (실제로 협동조합 원칙에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가 포함되어 있다.) 9월 12일부터 10월 19일 까지 강좌와 견학, 워크숍으로 알차게 이뤄진 프로그램이었다. 각 강좌에 초빙되어 오신 분들의 탁월한 강의와 선진지 견학으로 이론적․실질적으로 협동조합에 대해 공부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협동조합, 지역개발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고 더불어 나와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만나 대화, 토론하면서 내가 몰랐던 다른 부분을 배울 수 있었다.

 

 

2012년은 UN이 정한 ‘세계 협동조합의 해’이고, 우리나라는 ‘협동조합기본법’이 2011년 12월 29일 국회 통과, 올해 12월부터는 5명만 모이면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게 된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농협, 수협, 신협, 새마을 금고, 생협(소비자생활협동조합), 산림조합, 엽연초생산협동조합, 중소기업협동조합 총 8개만 법적으로 인정받고 있으나, 앞으로는 자유롭게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어 다양한 분야의 활약이 기대된다. 자본주의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협동조합의 취지를 창조적으로 계승, 발전시킨다면 성공사례로 꼽히는 스페인의 몬드라곤Mondragón, 이탈리아의 볼로냐Bologne․트렌티노Trentino 지역, 강원도 원주처럼 익산도 작은 힘들이 모여서 다함께 발전하는 ‘살기 좋은 행복한’ 곳으로 재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협동조합은 어떠한 절실한 필요로 모인 사람들이 뜻을 모아 민주적이고 자발적으로 평등하게 운영하는 사업의 한 형태이다. 국제협동조합연맹(ICA: International Cooperative Alliance)에서 정한 협동조합의 원칙(1995년 선언)은 ①자발적이고 개방적인 조합원 제도 ②조합원에 의한 민주적 관리 ③조합원의 경제적 참여 ④자율과 독립 ⑤교육, 훈련 및 정보 제공 ⑥협동조합 간의 협동 ⑦지역사회에 대한 기여이다. 근대 협동조합의 시초는 영국의 1844년 로치데일Rochidale이라는 소도시에서 생긴 소비자협동조합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자본주의가 성립, 발달하던 산업혁명 시기에 발생한 빈부 격차, 실업, 저임금 등의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의지가 있었다. 그 후로 영국 전역에서 로치데일 모델의 모방 운동이 일어나고 프랑스, 독일, 덴마크, 이탈리아 등 유럽 각지에 다양한 협동조합이 생겨났다.

오늘날 ICA에는 전 세계 91개국의 227개 협동조합연합체가 참여하고 있다. 핀란드, 스웨덴, 아일랜드 및 캐나다는 인구의 절반이 조합원이고, 노르웨이, 덴마크, 프랑스, 일본, 미국 역시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조합원인 만큼 협동조합은 세계적인 대세라고 볼 수 있다.

 

 

각주----------------------------------------------------------------------------

1) 협동조합의 주요한 모델들은 스테파노 자마니․베라 자마니의 [협동조합으로 기업하라] 북돋움, 2012, pp.43~48 참조.

 

근대적 협동조합이 산업혁명 시기에 출현했지만, 협동조합정신은 서유럽과 우리나라 모두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있었다. 이탈리아 중세도시에는 상인과 장인들이 길드 형태로 각자의 이해를 협력적으로 관리했고, 곤경에 처한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의 연대는 병원, 보육원, 수녀학교 등의 형태로 움직였다. 우리나라는 계, 두레, 향약 등 다양한 협동조직들이 폭넓게 활동한 전통이 있다.  그러니까 협동조합은 궁극적으로 인간애에 대한 회복, 협력․협업․협동의 가치 추구, 수평적․민주적 관계 추구, 경제적 평등 분배에 대한 갈망의 발로이다. 그렇기 때문에 협동조합운동은 인류애적 가치와 평등사상이 기반을 이루고 있다. 한 마디로 하면 ‘다 함께 잘 사는 행복한 삶’에 대한 희망일 것이다. 협동조합의 성공적인 결성은 몬드라곤의 호세 마리아 아리스멘디 아리에타 신부, 원주의 무위당 선생 같은 중추적인 인물과 그들과 뜻을 함께한 조합원들의 힘이 컸다.

 

 

기업의 목표는 최대의 이윤달성이고 아직까지는 자본주의가 경제발전에 가장 이상적인 체제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성장 자본주의식 기업운영은 빈부격차 확산, 빈민자, 실업자 등 소외받는 사람들을 낳았고 갈수록 그 숫자는 많아지고 있다. 자본주의 기업은 시민이던 사람들을, 더 이상 주체가 아니라, 기업이 생산한 재화와 서비스의 소비자로 전환시킨다.  또한 근로자를 자율성이 없는 기계와 같은 무기체로 여긴다. 그러므로 현대사회의 노동자들은 삶의 영역인 일터에서 행복과 만족을 느낄 수 없는 것이다. 많이 가진 자가 큰 목소리를 내는 주식회사와 달리 협동조합은 조합원 한 사람당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으므로 조합원 내지 근로자로서 주체의식을 가질 수 있다. 한편, 협동조합은 경제적 성장을 가져오지 못한다고 생각했지만, 몬드라곤은 매출액 기준으로 스페인의 7위 기업 집단이며, 종업원 수로는 3번째이다. 몬드라곤 그룹은 8만명의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으며 이중 80%가 조합원이다. 협동조합은 경제 행위의 사회적 측면과 경제적 측면을 함께 추구하는 독창적인 사업 방식이고, 적극적인 자유와 공정성을 향한 욕망을 충실히 충족시켜 준다.

 

 

익산도 몬드라곤처럼 될 수 있을까? 내 생각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모든 것은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소비자협동조합인 한살림은 ‘어떻게 하면 믿을 수 있는 식품을 먹을 수 있을까’하는 소비자들의 바람에서 시작된 것이다. 대기업에 치여서 혼자서 사업하기 힘든 상인은 서로 연대해 협동조합을 세워서 정직하게 운영하면 된다. 대기업이 떡볶이 장사, 빵집을 한다면 영세업자들은 경쟁에서 살아남을 방법이 없다. 내가 사는 영등동만해도 향긋한 빵 굽는 냄새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던 동네 빵집이 얼마 전에 문을 닫았다. 동네빵집이 사라지는 것은 단순히 우리가 사먹을 빵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일자리가 사라지고, 우리들만의 비밀 같은 추억과 제빵사의 ‘손맛’도 함께 사라지는 것이다. 대기업 빵집에 밀려 운영이 힘든 익산 빵집들이 연대해 협동조합으로 운영한다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소비자들은 믿을 수 있고 맛 좋은 빵을 사먹을 수 있어서 좋고, 일자리가 더 늘어나고, 그 수익은 고스란히 익산시 안으로 환원된다. 협동조합은 빵집, 치킨집, 노래방, 동네슈퍼, 어린이집, 학원, 학교, 마을버스 등등 어떠한 분야에서도 가능하다. 익산에 다양한 분야의 협동조합이 많이 생기고 시민들 모두가 조합원이 되는 날을 꿈꾼다. 사람답게 사는 진정한 행복을 꿈꾸는 사람들이 힘을 모은다면 10년 쯤 후에는 이런 즐거운 상상이 현실이 될 수 있지 않을까? 

 

 

각주----------------------------------------------------------------------------

2) 이와 관련해서 김기태의 “한국 협동조합의 역사와 동향” (계간지 「일하는 여성」 91호) 참조.
3) 스테파노 자마니․베라 자마니의 [협동조합으로 기업하라], 북돋움, 2012, p.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