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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이야기 마당

<대선칼럼> 인정하고 새롭게 시작해야 합니다.

 

 

<대선칼럼> 인정하고 새롭게 시작해야 합니다.

 

 

정권교체와 새정치를 향한 국민적 열망이 좌절되었습니다. 새정치를 향한 ‘안철수현상’으로 불렸던 열망은 단일화과정에서 주저앉았고, 선거결과는 그야말로 참패로 끝났습니다. 압도적 지지를 보냈던 호남은 고립되었고, 근소한 차이를 보인 서울을 제외한 모든 지역이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습니다. 65%가 정권교체를 원한다는 여론조사에도 불구하고 실패했습니다. 지난 5년의 MB정부를 힘겹게 버텨온 국민들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인정해야 합니다.

 

 

살아갈 5년의 앞날이 까마득합니다. 시련과 고통은 언제 끝날지 모를 일입니다. 많은 분들이 침묵과 우울함으로 고통을 감내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5년 전에도 그랬습니다. 530만표 차이라는 황당한 결과 앞에 좌절했고 암담한 현실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렇게 5년이 흘렀습니다. 다시 5년을 살아내야 합니다.
아플 땐 아파해야 합니다. 슬플 땐 울기도 해야 합니다. 하지만 눈물이 마를 때쯤 다시 일어서야 합니다, 좌절과 분노로 보내기에는 어리석고 무기력하게만 보입니다. 또 다른 실패와 결과를 불러오기 때문입니다.

 

 

달라진 그 무엇, 새로운 것을 원한다면 변해야 합니다. 아픈 만큼 성장하듯이, 성찰하고 비워낸 만큼 새로워질 것입니다. 누가 누구를 탓하는 식으로는 상처만 커질 뿐입니다.
지금은 깊은 성찰의 시간입니다. 자신을 먼저 돌아봐야 하지요. 얼마나 부족했고 나약했는지, 잘못된 부분은 무엇이었는지를 잘 가려내야 합니다. 서둘러 이렇다, 저렇다 하는 식의 비판은 자칫 남 탓을 앞세우고 고통을 키울 뿐입니다.

 

 

2030이든 50대든 세대 탓을 하는 것은 우스운 일입니다. 나이가 들면 세대는 바뀌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지요. 또한 특정 세대가 한 후보만 지지하는 것도 아닙니다. 나이가 들면서 정서나 요구가 바뀌는 것도 순리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세대구성의 변화와 세대별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이슈나 정책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문제의 중심을 잡지 못하고 엉뚱한 세대 탓을 하며 갈등을 부추기는 듯한 평가는 위험천만한 일입니다. 나이가 들면 전반적으로 보수화된다는 평가도 동의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선거 내내 안철수만 바라보다, 끝나고 나서도 책임을 그에게 돌리려는 모습들도 꼴사납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단일화만 되면 이긴다고, 단일화에 모든 것을 걸었던 사람들일수록 더 안철수에 대한 책임론을 들먹입니다. 새정치를 바랐던 국민들의 실의와 상처는 뒷전이고 눈앞의 영욕을 앞세워 안철수를 닦달하던 그 모습으로는 더 이상 기대할게 없어 보입니다. 스스로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깨끗이 승복하는 것이 더 당당하지 않을까요.

 

 

어줍잖게 패인분석하면서 국민들을 가르치려드는 언론의 모습도 선거기간의 만용에서 벗어나진 못했습니다. 특정후보에 공들였던 인지도 높은 몇몇 교수와 문학인들도 그렇고, 성급히 호불호를 드러냈던 시민단체들도 예외일 순 없습니다. 단일화과정에서 드러난 조급함과 성화도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변화나 혁신도 없는 민주당을 그리 쉽게 인정하고 지지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선거가 끝난 지금 다시 혁신을 이야기합니다.

 

 

중요시기마다 중심과 방향을 잡아줬던 광주전남의 목소리가 좀 더 분명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특히 단일화과정에서 고립되어가던 새정치의 흐름에 확실한 힘을 보탰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지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선거가 끝난 지금, 미래의 정치판을 어떻게 가져갈 지를 가늠하는 시간입니다. 새정치에 대한 분명한 목소리로 기운을 추스르고 희망을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요.

 

 

오랜 세월 민주당은 대표야당으로 국민의 사랑과 지지를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변화의 동력을 상실하고 구태정치의 한축이 되고 말았습니다. 중요시기마다 시민사회의 인력을 보충 받아 생명을 유지하곤 하였지만 이젠 어쩌지 못할 수렁이 되어버린 듯합니다.
2007년의 대선과 이듬해의 총선, 2012년의 총선과 대선 등 연거푸 4번의 선거에서 패배했습니다. 패배보다 더 심각한 것은 반성과 책임은 없고 기득권과 세력만 추구한다는 것입니다. 변화와 혁신은 아무리 외쳐도 묵묵부답입니다.

 

 

참여정부는 2007년 대선에서 530만표 차이라는 참패를 통해 국민의 심판을 받았습니다. 안타깝지만 인정해야 합니다. 적어도 친노인사의 핵심은 책임을 지고 한 발 물러서야 했습니다. 그러나 당대표경선과정에서 이해찬, 박지원, 문재인 3자 야합이 불거져 나오면서 친노의 집권욕이 불거졌습니다. 문재인 후보만들기는 성공했고, 단일화과정에서 인맥과 세력의 힘을 과시하며 단일후보가 되었습니다. 다시금 참여정부의 그림자가 드리웠고, 새정치를 열망하던 국민들의 탄식이 커갔습니다. 기득권을 내려놓고 혁신하라는 요구에는 귓바람으로 흘려들었습니다. 겨우 이해찬 대표만 물러선 정도였지요... 그 많은 지지와 동력을 더하고도 패배한 민주당이 져야 할 책임은 무겁습니다.

 

 

이번 선거를 통해 많이 아파하고 많이 배웠으면 합니다. 무엇을 어떻게 할지는 그 다음입니다. 슬픔과 절망을 걷어내고 냉정한 자세로 대선평가에 들어가야 합니다. 주변의 사람들, 단체들과 차분하게 평가하는 노력으로부터 새로운 싹과 희망을 틔울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새정치’를 바라던 국민의 열망에서 시작되었으면 합니다. 내용과 정책을 주민들 속에서 찾아가고 생활 속에서 뿌리내리며, 지역과 일상에서 노력하는 사람들이 이웃들과 부대끼면서 힘을 모아나가는 노력으로 세력과 조직이 되었으면 합니다.
‘과거’가 세력으로 ‘미래’를 압박하는 사태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미래세력’을 키워가야 합니다. 신당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으면 합니다. 시민정치가 새정치의 기초가 될 것입니다.
‘새정치’가 희망이라면 새로운 판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글 이영훈(익산참여연대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