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김형표 회원
산들강변愛 표고향기 사랑농산
익산으로 귀농한 지 어느덧 3년이 됐네요. 아직도 농촌생활이 쉽지만은 않은 거 같습니다. 직장생활 17년과 개인매장 15년을 하면서 했던 습관들이 아직도 지워지지 않고 있습니다. 제일 힘든 게 일찍 일어나고 일찍 취침 하는 것 입니다. 익산에 내려오기 전에 장사를 할 때 3시쯤 자서 9시쯤 일어나는 습관이 아직도 힘이 듭니다. 그래도 밤12시 이전에 자려고 노력합니다.
경기도 구리에서 연고가 전혀 없는 익산에 내려올 때는 그냥 쉽게 결정해서 내려온 거 같아요.
물론 생각은 하고 내려왔지만 갑자기 준비 없이 내려온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장사를 하면서 농산물 인터넷 판매를 하다 보니 익산에 버섯 농가를 자주 오게 되었고 “직접 재배해서 판매하면 더 큰 수익이 있을 거야”라는 생각으로 귀농을 하게 됐습니다. 거기에 평소 내가 80세까지는 적어도 일을 해야 할 텐데 무슨 일을 하지 고민하다가 농업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도시에 살면서 정년퇴직하고 일이 없어서 무료한 일상을 보내는 어르신들을 많이 보아오면서 일이 있다는 것이 정말 행복한 삶이구나를 많이 생각했습니다.
처음 내려와 텃밭 30평정도 하는데 밭 한번 뒤집으면 온몸에 근육통이 생겨 며칠은 힘들어 했는데 지금은 그래도 적응이 되어갑니다. 농사공부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마늘 양파가 늦가을에 심어 봄에 수확한다는 걸 알았고, 봄이 되면 어떤 작물을 제일 먼저 심는지도 알았고, 계절마다 순서대로 어떤 작물을 심어야 하는지도 이제 조금은 알아가고 있습니다.
놀란 것은 시골 분들이 모두 농학박사처럼 보이는 겁니다. 농약 제초제에 대해서도 많이 공부를 해야 한답니다. 농사기술에 있어서 선조들의 기술을 터득하려면 아직도 한참 멀었습니다. 도시민들보다 공부도 더 많이 하고 강의도 더 많이 듣고 해서 많이 놀란답니다.
이제 버섯 얘기 좀 해볼까요? 버섯이 처음엔 쉽게 보였는데 하면 할수록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은 원목 나무 구하기가 힘들고 물리적 힘을 많이 사용해서 여자들이 하기 힘들어 톱밥을 압축시켜 만든 톱밥배지에서 재배하는데 이것도 생각보다 힘이 듭니다. 버섯이 나오기까지 해야 될 작업이 많습니다.
일하고 저녁에 집에 들어오면 인터넷을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벼 수매처럼 작목별로 일괄수매를 하면 생산자는 열심히 좋은 제품을 만들면 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까 생산하면서 직접 판매하려고 SNS 배우러 다니고 하면서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5년 정도 인터넷 판매를 했던 경험도 있는데 아직도 계속 배우러 다니고 있습니다. 계속 새로운 게 나오니까 카카오스토리, 밴드, 카페, 스마트 스토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그리고 요즘은 유튜브가 대세라나요? 그래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요즘 같은 코로나시대에 익산 청정지역에 있어서 코로나를 잊고 삽니다. 감사한 일입니다. 더구나 웅포 강바람을 맞으며 농장에 갈 때마다 주변에 논들이 때에 따라서 금방 모가 심어지고 커가고 누렇게 익어가는 걸보면 참 신기하기도 하고 자연이 주는 환경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더워서 땀은 흘리지만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저의 좌우명은 ‘작은 것에 충실하라’입니다.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이 내게는 가장 귀한 사람이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내게는 가장 귀한 일입니다. 고령화시대에 저의 작은 꿈도 바뀌었습니다. 90세까지 일할 수 있으면 행복하겠다고요. 익산참여연대 여러분들 만나서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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