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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아동센터를 개원하고 보니.... 김순옥 회원

지역아동센터를 개원하고 보니....

 

 

김순옥 회원

익산지역아동센터장

 

사회복지사로 살아온 지 벌써 17년차.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한 사회복지사 생활은 정말 천국 같은 곳을 거니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1년이 가고 2년이 가고 그렇게 시간은 흘러 어느새 10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리고 남은 건 일상에 지친 마음뿐 장애인시설에서 5, 노인요양시설에서 7, 그러다가 접한 곳이 아동복지시설인 지역아동센터이다.

 

우선 오전시간이 한가하다고 해서 선뜻 그러겠다고 승낙하고 보니 학기 중엔 정말 오전이 행복하리만큼 한가했고 점심시간 이후부터 아이들이 등원하게 되면 정신없는 그런 오후 시간을 보냈다.

 

지역 특성상 초등학교를 여러군에 다녀서 아이들을 데려와야 하고 귀가 시간엔 다른 면소재지가 있는 곳까지 동네마다 데려다 주어야 하다 보니 서서히 지쳐가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하루에 출퇴근까지 합하면 100km를 달린다.

 

1년에 한 번은 법인 지도감사를 받아야 하고 3년에 한번은 지역아동센터 중앙지원단의 심화평가를 받아야 한다. 학기 중 오전 시간이 그다지 한가한 시간은 아니었다.

 

퇴근시간 또한 여느 직장처럼 일찍 마치는 것이 아니라 부모님들이 농사일을 하시다보니 집에 일찍 데려다 줄 수도 없을뿐더러 다른 면소재지에 있는 학교 아이들은 방과후 수업까지 하고 오다보니 당연이 귀가도 늦게 된다.

 

방학이 되면 등원이 빨라진다. 다른 센터들은 점심식사 전에 아이들이 등원하고 귀가도 일찍 한다는데 우리 센터는 등원은 8시도 안돼서 오고 귀가 또한 부모님 퇴근시간에 맞춰서 하다 보니 당연히 저 또한 출근과 퇴근이 빠르고 늦어질 수밖에... (직원선생님은 정시출근하고 정시 퇴근)

 

오후 시간이 되면 이 방 저 방에서 시끌벅적 왁자지껄하다. 조그마한 공간에 19명이 지내다보면 때론 싸움도 일어나고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한다. 고학년 언니 오빠들이 저학년(1학년)동생들의 숙제도 봐주기도 하고 준비물도 챙겨주기도 하지만 요즘의 아이들은 집에서도 형제들이 많지 않다보니 서로 챙겨주고 아껴주는 그런 마음들은 적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든다. 하지만 우리 센터 아이들은 참 착한 것 같다.

(동생들을 잘 챙겨주기도 하고 숙제도 봐 주는 거 보면 말이다)

 

거의 대부분의 아이들이 시골에 거주하거나 다문화 가정이다 보니 우리 문화혜택이나 우리 놀이문화에 많이 접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방학이 되면 아이들을 대리고 캠프를 떠나기도 하고 주말이면 가보지 못한 놀이동산도 가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롯데월드도 다녀왔고 케리비언베이도 가서 신나게 물놀이도 하고 맛있는 식사도 하고 즐거운 시간들도 보내고 왔다.

 

2020년 벌써 5년째 지역아동센터를 하고 있다. 가장 최악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 19로 인해 학교에 등교하지 못한 아이들은 아침 일찍부터 센터에 등원해서 온라인 학습도 하고 점심도 먹고 늦은 시간까지 있는 아이는 저녁도 먹고 가는 형편이었다. 엄마, 아빠들이 모두 직장 일을 하시거나 시골 농사일을 하고 계시다보니 하루 종일 아이들을 집에서 돌볼 수 가 없어서 센터에 와서 공부도 하고 놀이도 하고 다른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을 가지고 있었다.

 

그 와중에 조금은 다행인 것은 부모님들께서 아이들을 직접 센터까지 데려다 주시고 데려가시는 거였다. 학기 중이나 방학 중에는 계속 센터장 개인차량으로 이동하곤 했었는데 코로나19 사태 시간에는 차량이 조금은 수월했었다.

 

아이들 정서에 맞는 프로그램을 하려면 전문 강사가 많이 필요하지만 익산시내에 조금 떨어져있다는 관계로 잘 오지 않으려 하고 있으며 자원봉사자도 많이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 이다보니 직원 한명하고 센터장 한 명이 거의 죽기 살기로 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시에서 파견해주는 복지교사와 급식도우미 할머니까지 포함을 한다면 4명이서 아이들을 식사도 할 수 있게 해주고 학교 숙제도 봐주고 문화체험 활동하러 나갈 때 센터장이 직접 운전해서 가거나 아니면 버스를 대절해서 가기도 하는 형편이다.

감사하게도 후원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여름엔 아이스크림도 자주 먹을 수 있으며 수박, , 과일 할 것 없이 많이 주시기도 한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센터 명의로 된 차량이 없어서 많이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센터장 차량으로 실컷 놀러도 다니고 여행도 다니고 체험도 다닐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우리 아이들이 꿈을 키우고 그 꿈을 향해 도전할 수 있는 그런 아이들로 자라줬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요즘 아이들의 꿈은 우리 자랄 때 꿈과 상이하게 다른 거 같아서 마음은 아프지만 그래도 아직은 순수하기 이를데없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뿌듯하고 흐뭇한 마음이 든다. 건강하고 밝게 자라줬으면 하는 센터장님의 마음을 십분이라도 알아줬으면...

 

맑고 밝고 훈훈한 익산지역아동센터가 되기 위해 오늘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