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회원마당

코로나가 우리에게 던지는 두 가지 질문 [박형오 회원]

코로나가 우리에게 던지는 두 가지 질문

지역화폐 다이로움의 가능성

박형오 회원/ 솜리커피 대표

 

 

21세기가 2020년부터라고?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고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뀐 지금 때 아닌 21세기의 시작점에 대한 질문이 던져졌습니다. 적지 않은 지식인들이 2000년이 아니라 코로나가 전 사회를 휩쓸고 있는 2020년 비로소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었다고 말합니다 

그 대답은 철저하게 표준말 쓰는 서울 중산층의 입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엔 한국의 21세기는 2000년보다 오히려 3년 일찍 왔습니다. 시인 최승자 식으로 되묻자면, “97년을 기억하는가. 첫눈처럼 해고 통보가 문자로 오던 저녁을.”

소위 IMF 사태 이후 한국 사회는 기존 체제가 바닥부터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그중에서도 노동자, 자영업자, 여성, 비수도권 시민 등 사회적 약자들이 궁지로 내몰렸습니다. 고도성장의 열매를 그나마 나눠먹던 사회에서 양극화 사회로 치닫기 시작했습니다. 한보, 삼성, 대우, 현대 등 재벌의 모럴 헤저드, 부패한 관료, 잘못된 국정 관리의 후과를 고스란히 을()에게 전담시킨 것입니다.

국가와 기업은 IMF구제 금융 조기 졸업을 위해 금모으기에 나섰던 서민들에게서 오히려 직장을 빼앗았으며, 경제 정치 문화의 급격한 수도권 쏠림 현상으로 인해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2등 시민으로 전락합니다. 세계 10대 경제대국, 부자나라 대한민국 시민들에게 남은 것이 있다면 카드와 빚, 가계부채 규모는 어느새 1,600조원(2020년 현재)을 넘어섰습니다. 반면, 재벌 대기업의 사내 유보금은 1,000조에 달합니다.

1997년에 이어 2020, 너무 작아 눈에 보이지도 않는 코로나라는 바이러스가 다시 한 번 한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인구 절반이 수도권에 사는 나라, 1인 가구가 600만 세대로 전체 가구수에 30%에 달하는 나라, 자살률과 노인 빈곤률 OECD 1위인 나라. 비정규직 750만 명, 전체 노동인구의 40%로 불안정 노동이 보편화된 나라. 더 이상 나빠질 여지가 없을 것 같지만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고, 바닥 밑에는 지하가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지금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하고 있는 중입니다. 최근 20-30대 젊은 여성의 자살률의 급격한 증가는 이 위기의 칼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지역 익산 역시 축소되고 심지어 소멸되어 가고 있다는 비관적 진단이 나옵니다. 실제 우리 익산의 인구는 30개월 넘게 순유출을 기록하면서 급기야 30만명이 무너지고 이제 28(20208월말 현재 283,496) 밑으로 떨어지는 것도 시간문제처럼 보입니다. 좋은정치시민넷(대표 손문선)의 조사에 따르면, 익산을 떠나는 이유가 일자리와 주택 문제라는 답변이 가장 컸다고 합니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 충격까지 지역 경제를 강타하고 있어 걱정스러운 요즘입니다.

이 엄혹한 상황에 익산에 위안이 되는 것이 하나 있다면, 개인적으로 다이로움이라는 지역화폐를 꼽겠습니다. 지난 봄, 우연히 KBS 전주 라디오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익산시의 다이로움 카드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고 온 기억이 있는데요. 군산시의 군산사랑상품권(종이)과는 차별성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당시 준비중이었던 전주시와도 대별되었습니다.

지역화폐는 단순히 인센티브를 주어서 소비를 진작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소비처에 대한 지역 한정과 혜택 차등을 통해 지역 경제의 선순환에 큰 역할을 합니다. 스마트폰의 출현 이후 소비 행태는 급격히 달라지고 있고, 코로나 이후 비대면 경제활동의 증가로 온라인 중에서도 모바일로 쏠리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코로나 이전엔 역외 유출도 심각했습니다. 인근 전주와 광주, 대전 같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도시 뿐 아니라 SRT를 타면 한 시간 남짓인 강남에 가서 놀고, 사고, 치료하는 일이 일반화 되었습니다.

다이로움 카드의 충전액과 혜택이 늘어났던 지난 봄. 제가 운영하는 카페에 유독 낯선 손님들이 많이 찾아 왔습니다. 그분들 손에는 다이로움 카드가 들려져 있었죠. 물론 재난지원금카드도 있었고요. 그것은 제가 직접 눈으로 본 승수효과였습니다. 골목에 돈이 돌면서 지역 경제가 활기를 띤 것이죠. 동네 가게에서 물건을 사고, 가게 주인은 동네 카페에 가 커피를 마시고, 카페 주인은 동네 식당에 가서 밥을 먹으면서 처음에 만원에서 출발했던 돈이 3만원, 4만원, 10만원의 경제 효과를 내는 겁니다.

Like익산포럼(대표 임형택)과 함께 다이로움 카드 사용 내역을 분석하고 2회에 걸쳐 토론회를 개최했는데, 이때 적지 않은 이야기들이 오갔습니다. 놀라운 지점은 당시 참석했던 익산시 다이로움 카드 담당자가 대안으로 제시된 안을 실제 새로운 다이로움카드 정책에 반영한 것이었습니다.

일몰제로 시행되었던 페이백을 추석 연휴까지 한시적으로 부활하고 지역 대형마트와 대형병원 사용액에 대한 페이백을 없애는 대신 골목상권 가게 이용액에 대해서만 페이백을 집중하기로 한 것 등이 바로 그것이죠. 지면을 빌어 시민과 시의원이 제안한 정책에 대한 과감한 수용에 담당자와 결정권자인 시장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익산시가 다이로움을 정책 브랜드로 확장해서 사용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환영할 일입니다. 더불어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전향적으로 코로나 이후를 고민해 주기를 바랍니다. 코로나가 던지는 질문이 단순한 세기의 기점만이 아닌 탓입니다.

지금까지의 관성대로, 지금까지의 시스템으로, 지금까지의 정책으로 괜찮을까? 사회학자 홍기빈 소장(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은 코로나가 우리에게 던지는 근본적인 질문이라고 말합니다. IMF 이후로 가속화된 개발, 수도권, 금융, 기업 중심의 정책에서 생태와 지역과 사람과 지속가능성 중심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해야 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부를 축적하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교환을 위한 수단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돈의 흐름이 경색되면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결국 사회의 해체는 가속화합니다. 익산에 사는 사람 모두에게 고루 도는 지역 화폐, 다이로움이 비상한 시기에 지역 경제 활성화와 함께, 소멸도시라는 비관적 전망을 깨뜨리는 단초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과감한 전환이 있다면, ‘다이로운 익산은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