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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상함보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 농부의 마음 [글 이석근 회원]

속상함보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 농부의 마음

 

이석근 회원

 

저녁을 먹고 아이들과 애기엄마랑 농로를 따라 하우스까지 산책을 합니다. 얼마 전까지 반팔을 입고도 더운 것 같았는데 이제는 긴팔을 입고도 조금 서늘한 기운을 느낄 정도로 날씨가 많이 서늘해졌습니다. 8시까지도 환해서 농로 주위에 콩이며 팥, 들판의 나락을 보며 걸었는데 이제는 멀리 가로등불이 보이고 풀벌레 소리, 서쪽 하늘에는 북두칠성, 동쪽 하늘에는 카시오페아가 보입니다. 어느덧 가을이 성큼 다가옴을 느낍니다.

올해는 너무 긴 장마와 폭우, 연달아 올라온 태풍으로 농작물 피해가 많았고 농사일하기도 힘들었습니다. 저는 벼가 침수되거나 태풍으로 하우스가 파손되는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계속되는 비로 논이 마르지 않아 이삭거름 주는 일이 무척 어려웠습니다. 전에는 열 마지기 논쯤은 우습게 주는데 올해는 비료 한 포주고 쉬고 한 포 주고 쉬고... 참 어렵게 주었습니다. 벼가 웃자라서 쓰러질까 걱정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연이은 태풍으로 인해 군데군데 벼가 쓰러졌습니다. 아직 벼를 베려면 한 달이나 남았는데 비가 온다는 예보가 나오면 더 쓰러지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다행이 올해는 처음으로 농작물 재해 보험을 신청해 놨습니다. 재해 보상율이 매년 떨어진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 보상해줄지 모르겠습니다.

참깨 농사는 어머니 아버지가 신경 써서 관리했는데 역시나 그것도 비 때문에 병이 많이 발생했습니다. 그나마 일찍 베어 하우스에 널어 놨는데 흐린 날이 많아 건조하는데 애를 먹었습니다. 당연히 수확량도 예년보다 적게 나왔습니다. 하우스에 심은 고추는 (차단)망도 잘 씌워주고 벌레약도 잘 했는데 열매가 맺기 시작하면서부터 석회 부족이 나와 옆면 시비며 관주도 신경 써서 했는데 잘 잡히지 않아 예상보다 수확이 많지 않았습니다. 장마 때문에 노지 고추 수확량은 적은데 가격이 높아 파는 입장에서는 그나마 다행입니다.

수박을 심은 하우스에는 조금 늦게 서리태()를 심어 놨는데 이제 조금씩 콩 꼬투리가 맺기 시작합니다. 나방 애벌레 노린재 방제를 해고 콩알이 굵어지라고 NK 비료도 뿌려줘야 될 것 같습니다.

장마도 폭우도 연이은 태풍도 이겨내고 잘 자라고 있습니다, 예년보다 수확량도 많이 나오고 가격도 올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