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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시민들의 시청 앞 1년 6개월 이야기 [정녕희 회원]

평범한 시민들의 시청 앞 16개월 이야기

정녕희 회원 / 익산악취해결을원하는시민모임

 

20189월 즈음 익산시 고질적 악취는 왜? 해결이 되지 않을까?“라는 오래된 질문들이 우리를 한자리에 모이게 만들었다. 많게는 15명 적게는 4명 정도의 평범한 주부들이 매 주 월요일 익산시청 앞에서 비가오나 눈이오나 오전 11시에 만나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조용하지만 끈질긴 시위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처음 시민들의 반응은 당연지사 호기심 반 우려 반의 관심들이었고 시청 관계자들의 반응 또 한 떨떠름한 표정으로 우리의 순수한 집회를 외면하는 듯 했다.

시장과의 만남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시민들의 오래된 악취 고통을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를 묻고 싶었고 원인 또한 알고 싶던 우리는 시장을 만나면 단박에 해결이 될 것만 같았다. 단 한번의 행정 최고 결정권자와의 만남에서 우리는 기대하던 답변을 들을 수가 없었기에 월요집회가 장기화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고 그 후 두 번째 부시장과 담당 공무원들의 만남 그리고 시의회 면담까지 성사됐지만 시민들의 오랜 고통을 공감하고 있다는 느낌은 받을 수 없었다. 서운하고 많이 답답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시민들의 오랜 고통은 산업 발전이라는 명분아래 단순히 무시 돼도 된다는 것인가? 환경과 경제발전은 상생할 수 없는 것인가? 우리 모두의 마음들은 복잡해졌지만 오히려 행정과 정치권의 핑계뿐인 대응 방식 때문에 다시금 단단히 손을 맞잡고 묵묵히 행동을 이어가게 된 계기가 되었다.

 눈이 오는 날엔 따뜻한 커피를 준비해 오는 동지가 있어 버텼고 비가 오는 날엔 서로의 어깨가 젖지 않게 자신의 팔이 아파도 양보하는 동지의 미소가 있어 행복했다. 어느 날엔 드라마 이야기로 왁자지껄 웃음보따리가 터져 나왔고 또 어느 날엔 정치 이슈로 각자 다른 생각들이 불꽃 튀는 토론장을 방불케 했다. 그렇게 16개월 동안 시청 앞 월요집회장은 마치 토론광장같았다. 자유와 책임이 공존했고 시티즌오블리주가 실현된 현장이었다.

 그 와중에 익산시장은 순수한 시민들의 월요집회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참담한 발언도 했으나 우리는 1주년이 되는 날 제2 산업 공단에서 출발해 시청까지 도보 행진을 진행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닌 20년간 해결되지 않은 익산시 악취문제를 평범하고 당당한 시민들이 나서서 시관계자들과 기업측에 해결해달라고 요구 하고 있음을 알리고 싶었다.

 그사이 꾸준한 요구로 공단인근에 악취측정기가 설치됐고 익산시 환경문제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21개 단체가 모여 익산환경문제공동대책위 라는 공대위를 만들어 졌고 시민모임도 함께 동참하게 됐다. 수년간 꾸준히 노력해주던 악취민관협의회를 통해 우리의 요구사항들이 소통되기 시작했다. 행정은 점차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많은 시민들의 바람이 통한 것이다.

 2020년 악취관련 예산이 최초로 6억원 이상 집행됐고 방치하고 외면하던 해결 방안들도 논의되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우리의 월요집회를 두고 익산 경제 발전을 방해 한다며 우려하기도 했지만 분명한 것은 익산시가 환경적으로 살기 좋고 기업과 상생하며 시민들과 함께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대내외 적으로 익산시는 분명 사람이 살고 싶은 도시가 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시민모임의 지난 16개월의 기록은 익산여성영화제에 올랐다. 멤버인 이수정님의 정성으로 만들어졌다. 영상 속에서 우리는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저 악취 좀 그만 맡고 싶은 가정주부들이다. 서로가 만나면 아이들 육아 문제와 교육, 핫한 드라마 이야기 그리고 정치 이슈에 관심이 많은 엄마들일뿐이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 시청 앞 토론광장을 만들었고, 이제 그 자리에 다음 시민들이 서서 채워주길 기다리고 있다. 또 다른 시민들의 바람들을 듣고 우리가 모르던 이야기들이 소통되길 바란다. 행동 하는 시민으로 삶을 사는 것이 얼마나 즐겁게 유쾌한 일인지 경험을 통해 공유하고 싶은 생각 또 한 간절하다. 시민직접정치 시민직접행정 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누구나 시청 앞에 모여 또는 원하는 장소에 모여 행정과 정치에 직접 참여하고 우리의 대리인들을 감시, 비판하며 그들에게 응원도 아낌없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살고 싶은 나의 터전 익산시를 우리가 직접 만들어 가면 정말 좋겠다. 올해 코로나-19가 발생되면서 사람들은 환경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것 같다. 또한 무관심했던 환경지식을 공부하는 계기가 됐다. 누군가는 일회용품을 줄여야 한다고 목소릴 내기 시작했고 지구환경위기를 걱정하는 릴레이 글들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지금이라도 우리가 당장 어떤 행동에 동참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 분명하다. 다음세대를 위해 늘 바꿔야 한다고 걱정만 하던 과거 말뿐인 생활에서 개인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멋쟁이들이 별다르게 보이지 않는 수준 높은 사회가 편안하다.

 익산시 인구 붕괴 문제가 이슈인데 사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장소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을 보면 알 수 있다. 아무리 경제 발전, 산업 발전을 주장하지만 사실 우리는 건강한 삶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익산시를 사랑하는 악취해결을원하는 시민모임은 진심으로 익산시가 사람 사는 세상의 중심이 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역사가 빛나는 진보적 문화의 도시, 평등하고 공정한 기회가 기본이된 교육도시, 그리고 자연환경과 상생하는 경제 발전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익산시가 되도록 평범한 시민들과 순수한 전문가들이 언제든지 광장에 모여 우리처럼 거침없이 토론하고 행동하길 바랄 뿐이다.